[시인의 마을] 잠이 잠을 잔다 - 장옥관
한겨레 2022. 12. 30. 05:05
[시인의 마을]
잠 속에서 잠을 잔다 거울이 거울 속 거울 들여다보듯 잠이 잠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잠이 손잡고 걸어가는 꿈의 손에는 종이꽃 한 다발, 생쌀을 씹으며 잠은 잠 속을 걸어간다
바닥 없는 늪을 헤엄쳐 꿈이 꿈 잡아먹는 악몽의 중세를 지나, 구더기가 노래하는 언덕을 지나
잠은 잠 속을 기어간다 기어코
돌아올 일 없는 잠 속에서 잠은 잠을 잔다 돌아올 길 없는 잠 속에서 잠은 잠을 잔다
-장옥관의 시집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문학동네)에서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겨레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현실 진도준’의 무기는…전환사채·일감 몰아주기·초고속 승진
- 김봉현의 ‘두번째 도주’ 막 내려…잠옷 바람에 9층 베란다 탈출 시도
- 가난·독재 앓던 브라질, 펠레는 축구 영웅 그 이상이었다
- ‘아크릴’로 만든 방음터널, 불에 녹아 떨어져도 계속 탄다
- 청와대 미술관 좌초 위기에 난데없이 소환된 ‘윤석열차’
- 법원, ‘한동훈 자택 침입’ 혐의 더탐사 강진구 구속영장 기각
- “오늘도 안전하게 일하고 힘내” 마지막이 된 엄마의 메시지
- “러시아 돌아가면 죽음뿐”…유학생들 살 떨리는 난민 신청
- 3년 만에 해맞이, 126만명 몰린다…예년같지 않은 긴장감
- 젊은 세대는 왜 입을 닫나…상처 주고받지 않으려는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