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잠이 잠을 잔다 - 장옥관

한겨레 2022. 12. 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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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잠 속에서 잠을 잔다 거울이 거울 속 거울 들여다보듯 잠이 잠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잠이 손잡고 걸어가는 꿈의 손에는 종이꽃 한 다발, 생쌀을 씹으며 잠은 잠 속을 걸어간다

바닥 없는 늪을 헤엄쳐 꿈이 꿈 잡아먹는 악몽의 중세를 지나, 구더기가 노래하는 언덕을 지나

잠은 잠 속을 기어간다 기어코

돌아올 일 없는 잠 속에서 잠은 잠을 잔다 돌아올 길 없는 잠 속에서 잠은 잠을 잔다

-장옥관의 시집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문학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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