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28. 속초 서독약국

박주석 2022. 12.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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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돌보는 건강파수꾼
지역민 품는 소통사랑방
서독약국 홍철수 약사
홍철수 약사가 약을 조제하고 있다.
69년간 2대째 로데오거리 일대 영업
속초 상권 중심지 오가는 사람 많아
버스정류장 옆 위치 약속 장소로 인기
약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 발길에
개업 이래 단 하루도 쉬지않고 문 열어
“매일 일 할 수 있다는 사실 감사할 뿐”
속초 서독약국 전경

속초의 중심가인 로데오거리. 로데오거리에는 오래전부터 중앙시장이 위치해 있어 해산물을 팔고 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다보니 극장을 비롯해 문화시설이 곳곳에 들어섰고 이에따라 다양한 상가도 자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속초의 중심 상권으로 거듭났다. 그런 로데오거리에서 오랜기간 같은 장소를 지키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 온 곳이 바로 서독약국이다.

서독약국은 속초시 중앙로 127 중앙시장 입구에 위치해 있다. 전신은 서울약방이다. 현 서독약국 대표인 홍철수(68) 약사의 부친인 고 홍태헌 씨가 1954년부터 현재의 자리에서 ‘서울약방’을 열었다. 홍철수 씨는 “아버지는 함경도 출신이신데 한국전쟁때 남쪽으로 내려와 처음 양양에서 자리를 잡은 후 속초에 약방을 차리면서 이사를 했다”며 “아버지께서 서울약방을 개업할 시절에는 약사라는 전문직이 없을 때여서 매약상 허가를 받아서 문을 여셨다”고 설명했다.

홍 씨가 속초에 ‘서독약국’의 문을 연 것은 1978년이다. 부친의 영향을 받은 덕에 홍 씨는 약사의 꿈을 키웠고 고교 졸업 후 중앙대 약대로 진학했다. 이후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대학 선배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1년간 근무 후 이듬 해 독립, 속초로 내려와 옛 대원극장 옆에 서독약국을 개업했다. 2000년쯤 연로한 부친이 약방을 접은 후 현 자리로 이전했다. 홍 씨는 “부친께서 의약분업이 된 이후 연세도 많아져서 쉬기로 하셨다. 그 뒤로 제가 이 자리에서 서독약국 간판을 달고 2대째 영업을 하게 됐다”며 “사실 대학을 고민할때 의대도 생각했었지만 성격상 피를 보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약대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근무했던 약국 이름이 서독약국이었다. 당시 바이엘 아스피린, 훼스탈 등 서독이 의약분야에서 세계 최고였기 때문에 서독의 이미지가 좋았다. 선배에게 허락을 받고 서독약국의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홍철수 씨는 속초의 발전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중앙시장이 위치한 로데오거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속초 상권의 중심지로 약국과 병원들 대부분도 로데오거리에 위치했다. 또한 개업 당시에는 전국민 의료보험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을 시기였기 때문에 비싼 병원비로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서민들은 모두 약국을 찾아왔다. 번화가의 변모하는 모습을 오랜기간 지켜보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속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홍 씨는 “속초가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지만 산, 바다, 호수, 온천이 고루 분포해 있고 공기도 많이 깨끗하다. 수복도시로 실향민들을 잘 품어준 도시이기도 하고 타지 사람들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이 없는 도시이기에 외지 사람들이 장사하기에도 제격인 도시다”며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두루 어울리는 곳으로 속초가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품에 안고 더욱 발전하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서독약국은 속초시민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약속의 장소였다. 시내버스 승하차장이 약국 바로 앞에 있었던 점도 유명세에 한몫했다. 홍 씨는 “핸드폰이 없는 시절에는 사람들이 집전화로 ‘서독약국 앞에서 보자’고 자연스럽게 약속을 잡았다”며 “워낙 인구 통행량이 많다보니 현재도 선거 유세를 비롯해 주민 서명운동 등 각종 행사때마다 약국 앞이 북적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지난 15일에도 약국 앞에 구세군 자선냄비 캠페인이 진행중이었다.

홍 씨는 약국을 개업한 1978년부터 2021년 9월까지 무려 43년 8개월간 오전 8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약국의 문을 열었다. 이 덕분에 인근 지역인 고성군의 오호리 주민들까지 1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서독약국을 애용했다.

홍 씨는 “시장에서 고된 장사로 매일 요통과 두통을 호소하는 상인들부터 귀한 아들내미 먹일 영양제를 찾는 부모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약국을 찾아왔기 때문에 쉴수가 없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추석부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명절때는 하루씩 쉬고 있다. 마감시간도 1시간 줄였다”고 말했다.

약국을 운영한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이 재밌다고 한다. “매일 쉬지 않고 약국을 운영하다보니 변변한 취미도 없다”는 그의 말에 후회나 아쉬움의 감정 같은 것도 느낄 수 없다.

홍씨는 “그냥 매일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좋다. 나이를 먹고 보니 이 일이 참 좋단 생각이 더욱 든다”며 “여기 매일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친구들이 지나가다가 한 번씩 들러 세상 사는 이야기도 들려주는 것도 즐겁다. 또 얼마전엔 친구가 계속 일을 하고 있는게 너무 부럽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 더욱 일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고 웃었다. 박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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