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새 시청사 규모 절반 줄이자”… 달서구 “원안대로”
대구시의 숙원인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사업이 ‘올스톱’됐다. 예산 마련 등 건립 방안을 두고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및 신청사 건립 예정 부지가 있는 달서구가 대립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예산이 부족한 만큼 신청사 부지 일부를 팔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고 대구시의회 및 달서구는 “부지 매각은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대구시 안팎에선 이런 대립 때문에 신청사 건립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29일 “내달 1일부터 신청사 건립 업무 담당인 도시주택국 신청사건립과에 근무 인원을 배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발표된 5급 이하 대구시 정기 인사에서도 신청사건립과의 주축인 팀장 2명이 각각 시민안전실과 행정국으로 전보됐다. 이는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대구시의 2023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신청사 설계비 130억4000만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신청사건립과 직원들이 1년간 할 일이 없어져 부서를 잠정 폐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 조치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반면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은 “대구시가 시민 동의 없이 신청사 부지 매각을 전제로 예산을 반영했기에 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삭감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는 지난 2019년 달서구의 옛 두류정수장 부지를 신청사 건립 입지로 결정했다. 중구에 있는 현 시청사는 1993년 지어져 낡고 좁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8개 구·군 주민 232명과 전문가 10명, 시민단체 관계자 8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2박 3일간 합숙하며 건립 후보지 4곳을 평가해 신청사 부지를 결정했다. 옛 두류정수장 부지는 99.9%가 대구시 소유로 매입비가 적어 경제성이 높고, 인근 공원 면적이 가장 커 시민 공간으로 쓰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시는 2021년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2025년에 신청사를 준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입지 선정 이듬해인 2020년 2월 코로나 사태로 시가 모아둔 1765억원 상당의 신청사 건립 기금이 대부분 긴급재난지원금 등에 쓰이고 최초 3300억원가량으로 추산한 신청사 건립 기금도 자재 값이 오르면서 올해 기준 4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이유로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홍준표 대구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대구시청 이전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재원 마련 방도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지난 9월 신청사 부지 일부를 매각한 대금으로 신청사를 건립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부지 15만8000여㎡(4만7000여 평) 중 절반 이상인 9만㎡(2만7000평)를 팔고, 이 자리에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상업 건축물을 조성하자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이 발표되자 달서구민들이 즉각 반발했다. 구민들은 ‘원안대로 신청사를 건립하라’며 대구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수차례 열고 시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병호 ‘시청사 바로세우기 시민연대’ 간사는 “매각한 부지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신청사를 가릴 수 있고, 넓은 광장을 빼앗기게 된다”면서 “민관이 서로 약속한 사안을 하루아침에 번복하면 시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나”라고 했다.
달서구는 원안대로 신청사가 이전될 경우, 4415억원 상당의 경제 유발 효과와 4670명 규모의 취업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달서구 관계자는 “사업 주체가 대구시인 만큼 추진을 해주길 바랄 뿐”이라며 “지금 상황이 구민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청사 설계비 예산이 삭감된 이후인 지난 20일 홍 시장은 소셜미디어에서 “처음부터 아예 (사업을) 봉쇄해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신청사 건립보다 더 중요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으니 내년 말 예산 편성 때 논의하자”고 했다.
하지만 달서구는 지난 22일 구청 본관 앞 화단에 1.5m 높이로 만든 ‘대구광역시 신청사 달서구 유치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달서구 관계자는 “신청사 유치를 기념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계획한 것이며 현재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나 김해철 달서구의회 의장은 “대구시가 부지 일부 매각 방침을 철회하고 조속히 신청사를 건립하라는 촉구의 자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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