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계묘년, 어떤 정책의 대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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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데만 거의 6년이 걸린 제도 하나가 내년 1월 1일 처음 시행된다.
국민의 자발적 기부로 취약한 재정 지역을 지원하는 고향사랑기부제다.
일본에서 앞서 검증된 정책이고, 정부는 '고향사랑의 날' 지정까지 추진할 정도로 의욕적이다.
썰렁한 지역을 북적이게 만들겠다며 주민등록인구와 함께 '생활인구' 개념을 각종 정책에 도입하겠다고 했고,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10년간 매년 1조 원씩 풀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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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데만 거의 6년이 걸린 제도 하나가 내년 1월 1일 처음 시행된다. 국민의 자발적 기부로 취약한 재정 지역을 지원하는 고향사랑기부제다. 지자체가 지역의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가 예상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가 기부금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고, 도농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있어 국가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일본에서 앞서 검증된 정책이고, 정부는 ‘고향사랑의 날’ 지정까지 추진할 정도로 의욕적이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이뿐이 아니다. 썰렁한 지역을 북적이게 만들겠다며 주민등록인구와 함께 ‘생활인구’ 개념을 각종 정책에 도입하겠다고 했고,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10년간 매년 1조 원씩 풀겠다고도 했다. 균형발전 정책의 대향연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현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유난스러운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금의 세종 자리에 ‘백지 상태에서 이상적인 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며 백지계획을 발표했고, 그쯤 펼쳐진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국가 균형발전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30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11개의 중앙행정기관을 대전으로 이전해 제2의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했고, 바통을 넘겨받은 김대중 정부는 첫해 정부대전청사를 성대하게 개청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돈과 인재는 더욱 서울로 쏠렸고, 지역은 쪼그라들었다. 2002년 한 해에만 수도권으로 21만 명이 순유입됐다. 호남과 영남권에서 각각 9만9,000명, 8만1,000명이 순유출된 결과였다. 이때쯤 다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 사업이 추진됐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거주ㆍ이전의 자유가 없진 않을 텐데, 해도 해도 안 되니 공무원을 강제로 이주시킨 그야말로 ‘극약처방’이었다.
효과는 아직이다. 지난해 호남권에선 1만8,000명, 영남권에선 6만7,000명이 순유출됐고, 수도권으로는 6만4,000명이 순유입됐다. 지난달 말 기준 38만 명의 세종시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총인구의 0.7%. 세종시 건설에 따른 인구 분산 효과도 미미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년 내 대기업 3~5곳과 주요 대학, 특목고 등을 묶어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나서 천문학적 인센티브를 준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민간 기업이 대상이고 특정된 대학 중 유일한 국립대인 서울대가 정부 방침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시도는 언제나 환영받는다. 더구나 수도권 집중 완화, 균형발전 도모가 목적이라고 하니 더더욱. 그러나 정부가 세종시 완성이나 권역별 발전 전략인 메가시티처럼 지금 해볼 수 있는 방법엔 소홀한 채 너무 과한, 비싼 약을 쓰려는 것이 문제다. 지방이 주도하는 메가시티 전략은 여당 소속 이철우 경북지사가 외치는 통일신라 5소경과 같은 정책이지만 지자체 간 이해가 얽혔다는 이유로 정부는 다 된 밥 위의 재를 보고만 있다. 내년에는 새로 시작되는 다양한 정책들과 함께 아직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이런 ‘약’들도 재조명받기를 기대한다. 그간 투입된 공이 큰 탓에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
정민승 사회부 차장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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