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치열하게 고민했다 '우리가 마주한 미래 문제'를 [제63회 한국출판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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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는 삶을 옥죄던 코로나 위기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많은 책이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를 솔직하고 치열하게 다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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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는 삶을 옥죄던 코로나 위기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냥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었다. 기후위기, 경제 위기, 국제적 패권의 충돌, 공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등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위기는 전염병보다 더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한국출판문화상에는 상이 생긴 이후에 가장 많은 1,503종의 책이 응모되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많은 책이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를 솔직하고 치열하게 다룬 작품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분야도 수상작을 고르기 쉽지 않았다.
학술 분야에서는 예심을 통과한 10종의 책 모두가 저자의 고유하고 예리한 주장을 담은 노작이었다. 끝까지 경합한 책은 프랑스 사회주의자 장 조레스를 오래 연구한 노서경의 역작 '의회의 조레스, 당의 조레스, 노동자의 조레스', 역사학자 허은 고려대 교수의 '냉전과 새마을', 그리고 사회학자 정수복의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3종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노서경과 허은 저작의 학술적 의미와 읽는 재미를 높게 샀다. 다만 국내 학술장이 외국의 첨단 이론을 받아들여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뿐만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역사를 성찰하는 작업이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를 수상작으로 선택했다. 이런 방대하고 깊이 있는 책이 대학 밖에 있는 연구자에 의해서 집필되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되었다.
교양 부문은 10종의 책이 다루는 주제도, 스타일도, 문제의식도 다른 책들이어서 수상작을 고르기 쉽지 않았다. 1시간이 넘는 토론 끝에 중동 역사를 오래 연구한 이희수 한양대 교수의 '인류 본사'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전문가도 쓰기 힘든 난해한 철학자 하이데거의 삶과 사상에 대해서 훌륭한 해설서를 쓴 언론인 고명섭의 '하이데거 극장'과 호남을 향한 뿌리 깊은 차별과 그 내재화라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조귀동 기자의 '전라디언의 굴레'도 최종 선정에서 경합했지만, 우리의 세계사적인 시각을 중동으로 돌림으로써 중동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인류 본사'가 수상작으로 여러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번역 부문에서는 김윤하 번역가가 국내 최초로 소개한 '나보코프 단편전집', 심민화 덕성여대・최권행 서울대 교수가 옮겼고 출판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몽테뉴의 '에세'가 경합했다. '나보코프 단편전집'은 문학적 가치가 높고 수려한 번역으로 주목받았지만, 완역본을 출간함으로써 400년도 더 이전에 출판된 몽테뉴 책의 21세기적인 의미를 드러내주었던 '에세'가 더 높은 평을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편집 부문에서는 지역의 여러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출간한 '어딘가에는 OOO이 있다' 시리즈 5권이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잘 드러내면서 그 지역을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발견하는 재미를 안겨주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어린이ㆍ청소년 부문에서는 읽는 맛을 잘 살린 '토마토 기준'(김준현 글, 송선옥 그림)과 제주의 정서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잘 담아낸 김영화 작가의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이 공동 수상했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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