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끼어든 車도 피하고… ‘AI 버스기사’ 제법이네

최종석 기자 2022. 12. 30.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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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경복궁역 순환하는 자율주행버스 타보니
운전대서 손뗀 기사… 비상상황에 대비해 탑승 - 자율주행 시내버스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주변 도로를 달리는 모습. 운전기사가 운전대에서 손을 뗐지만 버스는 도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달렸다. 아직 시험 운행 단계라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운전기사가 탑승한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버스 정류장. ‘청와대A01′ 자율주행버스를 탔다.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자 버스가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부르릉’ 엔진 소리 대신 ‘시이익’ 전기모터 소리가 들렸다.

버스가 정류장을 출발해 도로 한가운데에 접어들자 흰 장갑을 낀 운전기사가 운전대를 놓고 두 손을 높이 흔들었다. 버스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속도를 내며 달렸다. 버스에 탄 승객들이 “와” 탄성을 질렀다. 버스는 다른 차량과 보행자를 자동으로 피해 달리며 청와대와 경복궁 주변 2.6㎞를 돌았다.

이 차는 서울시가 지난 22일 정기 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버스다. 대형 시내버스가 자율주행으로 정기 운행하는 건 처음이다. 사람 대신 센서와 카메라, 인공지능(AI)이 버스를 몬다. 경복궁역, 국립고궁박물관, 청와대, 춘추문, 국립민속박물관 등 다섯 정류소에 정차한다. 시민 누구나 예약 없이 무료로 탈 수 있다. 운행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5시다.

시험 운행 단계라 비상 상황에 대비해 사람이 운전석에 탄다. 또 시속 약 20㎞ 정도로 서행한다. 아직은 갑자기 멈춰 서는 일이 잦았다. 버스 앞으로 끼어드는 차에 급정거하기도 했다. 버스 기사 김용호(62)씨는 “매일 시험 운행을 점검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관심도 컸다. 운행 첫날 38명이었던 탑승객은 이날 145명으로 늘었다. 한성구(50·서울 성북구)씨는 “차를 좋아하는 열 살 아들이 너무 타고 싶어 해 휴가를 내고 함께 왔다”고 말했다. 동남아 브루나이에서 온 관광객 웨이(22)씨는 “청와대를 보러 왔다가 한국의 첨단 버스를 타 보고 놀랐다”고 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시내 네 곳에서 다양한 자율주행차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와 청계천에서는 버스가, 마포구 상암동에서는 승용차와 승합차가, 강남구 일대에서는 택시인 ‘로보라이드’가 달리고 있다. 모두 16대로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시험대)인 셈이다.

일반 시내버스와 모양이 같은 청와대 버스와 달리 청계천 버스는 8명만 탈 수 있는 미니 버스다. 지난달 운행을 시작했다. 청계천을 따라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까지 3.4㎞를 왕복 운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29일 “한 달간 누적 이용객은 835명으로 특히 토요일은 오전만 운행하는데도 평균 40명 넘는 시민이 이용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운행 구간을 청계5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직 시험 운행 단계인 청와대·청계천 자율주행 버스와 달리 마포구 상암동에서는 서울시 최초로 유료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월드컵 경기장 등을 연결하는 네 노선에서 승용차 6대, 승합차 1대가 달린다. 전용 모바일 앱으로 호출하며 거리와 상관없이 기본 요금만 내면 된다. 승용차는 2000원, 승합차는 1200원이다.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1월까지 9개월간 총 2988명이 이용하는 등 단거리 이동 수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서울시와 현대자동차는 강남구 강남역·역삼역·선릉역·양재역 일대에서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라이드’를 시험 운행 중이다. 로보라이드는 특히 서울 도심에서 가장 복잡한 강남 일대에서 진행 중인 자율주행 시험이다. 청와대·청계천·상암동과 달리 일정한 노선 없이 실제 택시처럼 운행한다. 자율주행 4단계 수준인 현대 아이오닉5 4대를 투입해 시험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1~5단계로 나뉘는데 5단계가 완전 자율주행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는 현대차와 협력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데 내년에 일반 시민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심야 자율주행차 시험에도 들어간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야 택시난 등을 해소하기 위해 심야 자율주행 버스·택시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심야 운행을 위해서는 센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홍대~흥인지문 구간에 심야 버스 노선을 신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자율주행차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규 대중교통 수단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2026년까지 총 1487억원을 투자해 세계 5대 자율주행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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