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에 나눔 명가 물려줘야죠”… 기부패밀리 代 잇는다
“남은 목표는 기부 패밀리 전통을 ‘4대(代)’로 이어가는 겁니다. 나눔이 주는 기쁨을 언젠가 생길 손자·손녀들도 느꼈으면 좋겠어요.”
지난 21일 충청북도 청주의 자택에서 만난 백원기(64)씨가 밝힌 작은 소망이다. 백씨 가족은 3대에 걸쳐 5명이 아너 소사이어티(고액 기부 모임)에 가입했다. 2017년 1월 백씨는 아내 박종미(63)씨, 아들 규현(39)씨와 함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2019년 11월엔 백씨의 모친 김복순(92)씨와 베트남 출신 며느리 팜티람(31)씨도 동참했다.
가족 내 나눔의 씨앗을 퍼뜨린 사람은 백씨. 그는 변기·수도꼭지 등 건축 자재 판매와 LPG충전소 사업이 연이어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청주 지역 독거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봉사를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10년 가까이 아내와 함께 다녔던 봉사는 백씨의 인생 가치관을 바꿔놨다. “직접 봉사를 다녀보니 알겠더라고요. 나눔을 전하면 그 대상도 기쁘지만 제가 그 이상의 행복을 느낀다는 걸요.” 아들 규현씨도 자연스럽게 나눔에 관심을 가졌다. 선천적인 저시력으로 시각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그가 선택한 나눔의 방식은 색소폰 연주를 통한 재능 기부. 문화 예술을 쉽게 접하기 힘든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봉사 활동을 다니며 최근엔 필리핀 바세코에서도 연주했다. 백씨는 “아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로 주변에 베풀면서 살다 보니, 사물의 형체나 명암을 알아볼 수 있는 등 시력이 점차 좋아졌다”며 “우리 가족이야말로 ‘나눌수록 복이 돌아온다’는 말의 산증인”이라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 중 2명 이상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이른바 ‘패밀리 아너’는 올해 356가족 835명. 전체 아너 회원 3040명 중 27%다. 10년 전인 2012년 5가족 13명으로 시작한 것에서 규모가 커졌다. 3대에 걸쳐 가입하는 아너도 여섯 가족(36명)이다. 황인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 “나눔이 가족 철학으로 뿌리내린 기부 명가(名家)들은 지역 사회의 더 큰 나눔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부동산 개발과 분양을 하는 미림산업개발의 대표 허영호(56)씨 가족은 허씨를 비롯해 아내 고귀란(57)씨, 자녀 고은(21)씨와 민석(21)씨, 부모 고(故) 허련과 국순례(90)씨 등 총 6명이 모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허씨는 2006년 전남대에서 석사과정을 하던 중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1000만원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북한 이탈 주민 지원 사업과 소외 계층 장학금 사업 등 사회 봉사를 하고 있다. 허씨는 “지금 누리는 것이 나만의 능력이 아닌 이웃의 도움으로 이룬 것인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강조한다”고 했다.
부산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지맥스의 대표이사 정성우(61)씨 가족도 기부 명가다. 교사 출신 아내(62), 사업가 외아들(34)과 며느리(33), 그리고 모친(88)에 기부를 권유해 온 가족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부산 아너소사이어티클럽 회장이기도 한 정씨는 “가족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기부와 봉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며 “나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 흐뭇하다”고 했다.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문의 080-890-1212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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