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진우]南언론 모니터링 강화한 北, 장마당 주민들 눈과 귀는 막아
신진우 정치부 차장 2022. 12.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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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당국이 북한 핵심 기관 내 조용한 변화를 감지했다.
통일전선부가 남한 언론을 검열·감시하는 인원을 수십 명 증원했다는 것.
북한 내 크고 작은 기관에서 우리 언론을 보고 듣고 분석하는 인력만 500명을 훌쩍 넘는 것도 그래서다.
회담 배석 경험이 적지 않은 당국자는 "우리보다 우리 언론을 더 잘 아는 북한 간부들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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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당국이 북한 핵심 기관 내 조용한 변화를 감지했다. 통일전선부가 남한 언론을 검열·감시하는 인원을 수십 명 증원했다는 것. 통전부는 북한 노동당 산하에 있는 대남공작 및 정보기관으로, 우리로 치면 국가정보원에 해당한다. 이를 귀띔해준 고위 당국자는 “북한 애들이 이제 신 프로(기자) 기사를 더 뜯어볼 테니 앞으로 최고 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언급할 땐 표현에 더 주의해야겠다”며 씁쓸한 농을 던졌다.
선전선동에 집착하는 북한은 선전선동을 잘하려고 우리 언론에 집착한다. 대남(對南) 전략을 만들고, 대남 비난을 쏟아붓고, 대남 유화책까지 짜내기엔 남한 언론 정독만큼 효과적인 방식이 없다고 보는 듯하다. 북한 내 크고 작은 기관에서 우리 언론을 보고 듣고 분석하는 인력만 500명을 훌쩍 넘는 것도 그래서다. 이 전담 인력 중엔 좋은 대학을 나온 엘리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북한의 우리 언론 짝사랑이 새삼스러운 기류는 아니다. 남북 인사 간 접촉 때도 그 ‘섬뜩한 애정’이 불쑥불쑥 노출됐다. 지금은 개점휴업 중이지만 과거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북측 참석자들이 우리 기사를 화두로 던지며 대화를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회담 배석 경험이 적지 않은 당국자는 “우리보다 우리 언론을 더 잘 아는 북한 간부들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언제, 어떤 매체에서, 어느 기사가, 왜 불만스럽다고 콕 집어 말할 때도 있었다”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 때나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기사를 불쑥불쑥 언급하며 해박한 지식을 수시로 과시했다.
북측에서 우리 언론 모니터링은 나름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우선 컴퓨터 전공자들이 리드하는 모니터링 요원들이 모여 북한 관련 기사 중심으로 1차 분류·배열 작업을 진행한다. 그걸 분석까지 곁들여 정기·수시로 보고하고, 검열에 검열을 거쳐 최고 간부까지 올린다는 것. 모니터링 요원들의 수가 꾸준히 늘어난 건 젊은 김정은 패밀리의 관심이 커지고, 또 남한 언론 개체 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그 수요도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얼마 전 “우리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보도에 대해 입 가진 것들이 다 헐뜯는 소리들을 했다”며 남측을 겨냥해 말 폭탄을 쏟아냈다. 그런데 그 발언을 자세히 뜯어보면 우리 언론 보도의 방향은 물론 내용까지 깨알같이 분석한 흔적들이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을 날릴 때 우리 언론, 여론의 관심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타이밍만 골라 쏜다는 가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타이밍을 잘 재려고 우리 언론 보도를 뜯어본다는 분석도 많다.
최근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상황 장기화로 주민 불만이 커지자 남한 소식이 돌고 도는 장마당 통제부터 나섰다고 한다. 자신들은 인원까지 늘려 남한 뉴스 분석에 혈안인데 주민들의 눈과 귀는 더 틀어막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일상인 게 북한의 현실이라 씁쓸하고 안타깝다.
선전선동에 집착하는 북한은 선전선동을 잘하려고 우리 언론에 집착한다. 대남(對南) 전략을 만들고, 대남 비난을 쏟아붓고, 대남 유화책까지 짜내기엔 남한 언론 정독만큼 효과적인 방식이 없다고 보는 듯하다. 북한 내 크고 작은 기관에서 우리 언론을 보고 듣고 분석하는 인력만 500명을 훌쩍 넘는 것도 그래서다. 이 전담 인력 중엔 좋은 대학을 나온 엘리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북한의 우리 언론 짝사랑이 새삼스러운 기류는 아니다. 남북 인사 간 접촉 때도 그 ‘섬뜩한 애정’이 불쑥불쑥 노출됐다. 지금은 개점휴업 중이지만 과거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북측 참석자들이 우리 기사를 화두로 던지며 대화를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회담 배석 경험이 적지 않은 당국자는 “우리보다 우리 언론을 더 잘 아는 북한 간부들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언제, 어떤 매체에서, 어느 기사가, 왜 불만스럽다고 콕 집어 말할 때도 있었다”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 때나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기사를 불쑥불쑥 언급하며 해박한 지식을 수시로 과시했다.
북측에서 우리 언론 모니터링은 나름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우선 컴퓨터 전공자들이 리드하는 모니터링 요원들이 모여 북한 관련 기사 중심으로 1차 분류·배열 작업을 진행한다. 그걸 분석까지 곁들여 정기·수시로 보고하고, 검열에 검열을 거쳐 최고 간부까지 올린다는 것. 모니터링 요원들의 수가 꾸준히 늘어난 건 젊은 김정은 패밀리의 관심이 커지고, 또 남한 언론 개체 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그 수요도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얼마 전 “우리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보도에 대해 입 가진 것들이 다 헐뜯는 소리들을 했다”며 남측을 겨냥해 말 폭탄을 쏟아냈다. 그런데 그 발언을 자세히 뜯어보면 우리 언론 보도의 방향은 물론 내용까지 깨알같이 분석한 흔적들이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을 날릴 때 우리 언론, 여론의 관심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타이밍만 골라 쏜다는 가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타이밍을 잘 재려고 우리 언론 보도를 뜯어본다는 분석도 많다.
최근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상황 장기화로 주민 불만이 커지자 남한 소식이 돌고 도는 장마당 통제부터 나섰다고 한다. 자신들은 인원까지 늘려 남한 뉴스 분석에 혈안인데 주민들의 눈과 귀는 더 틀어막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일상인 게 북한의 현실이라 씁쓸하고 안타깝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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