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운동한 습관 덕에 일흔일곱에도 슬로프 질주해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2. 12.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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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호 회장이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중고교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그는 일본 유학 당시 스키를 배웠고 사업이 안정된 40대 중반부터 꾸준히 스키를 타며 즐거운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자호 회장 제공
양종구 기자
경기중·고교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그땐 엘리트 선수라기보다는 순수하게 아이스하키를 즐겼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진정한 생활 체육이었다. 건축설계를 공부하러 일본에 갔을 땐 스키를 배웠다.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77)은 팔순을 앞두고도 매년 겨울 오스트리아, 일본 등을 돌아다니며 스키를 탄다. 이런 활동의 원동력은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즐기던 습관이다. 사회생활 하면서 잠시 잊었지만 어느 순간 다시 ‘스포츠 본능’이 살아나 평생 즐기고 있다.

“젊었을 땐 사업 기반을 잡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시간이 없었죠. 40세를 넘기니 여유가 생겨 과거 함께 운동했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다시 운동하게 되더군요. 함께 운동하고 술 한잔하며 과거 및 현재 살아가는 얘기하고…. 이런 게 인생이더라고요.”

김 회장은 2016년부터 국내 첫 시니어 스키클럽인 오파스(OPAS·Old People with Active Skiing)를 이끌고 있다. 가족, 친구들과 스키를 즐기고 있던 터에 지인들이 ‘60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는 클럽’을 만들어 회장을 맡아 달라고 해 선뜻 나섰다고 했다. 그는 “오파스는 100세 시대를 맞아 60세 이상도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었다. 회원들끼리 스키 타며 즐기기도 하지만 60세 이상 스키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회도 개최한다”고 했다. 2017년부터 매년 1월 개최하던 대회가 202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열리지 못하다 3년 만에 내년 다시 재개된다. 내년 1월 13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리는 ‘할배들의 행복나눔 썰매대회’다. 김 회장은 “대회는 나이대별로 핸디캡을 줘서 운영한다. 60∼64세, 65∼69세, 70∼74세, 75세 이상으로 구분해 진행한다. 같은 기록이면 나이 많은 스키어가 이긴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일본에서 스키를 처음 탔다. 군에서 제대하고 1972년 일본으로 건너가 건축설계 회사에서 일하며 공부하던 때였다. 그는 “겨울 어느 날 기숙사에서 밥을 안 준다고 했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본 지인이 스키장에 가면 스키도 타고 밥도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스키장에 갔다. 일본 야마가타현 자오스키장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1979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겨울엔 스키를 즐겼다. 제대로 배우진 못했지만 아이스하키를 탔기 때문에 슬로프를 내려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한국에선 용평스키장이 막 문을 열어 스키 붐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김 회장은 1983년 간삼건축을 창립해 키우느라 한동안 아이스하키와 스키를 즐기지 못했다. 40대 중반이던 1989년 경기고 아이스하키 동문들이 주축이 돼 만든 ‘폴라베어스(북극곰)’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를 다시 즐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과 종별선수권 등에서 전승한 기억을 떠올리며 빙판을 누볐죠. 일본과 러시아, 중국, 뉴질랜드, 대만, 홍콩 등의 동호인들과 교류전도 했죠. 2015년쯤 아이스하키는 그만두고 이젠 스키를 즐기고 있어요. 아이스하키를 즐기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어요.”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다 보니 한국중고등부아이스하키연맹 회장도 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조언도 많이 해줬다. 아이스하키를 그만둔 이유엔 부상 위험도 있었다. 스키는 하체가 튼튼하고 균형감각만 있으면 언제든 즐길 수 있었다. 김 회장은 “8090들도 스키를 탄다. 슬로프 내려갈 때 속도 제어만 잘 해주면 다치지 않고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라고 말했다.

물론 평소 체력 관리는 해야 한다. 김 회장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30분 스트레칭 체조를 한다. 근육을 잘 풀어줘야 근육이 탄력을 잃지 않는다. 고정식 자전거를 타며 하체 근육도 키운다. 김 회장은 겨울이 아닐 땐 2∼3일에 한 번씩 지인들과 골프를 친다. 걷기 위해서다.

“오스트리아 죌덴에서 스키 타봤어요? 한국 스키 국가대표 선수들도 가서 훈련하는 명소죠. 환상적입니다. 전 천천히 즐기면서 타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습니다.”

김 회장은 매년 겨울 60일 이상 스키를 탄다. 그는 “100세까지 슬로프 위를 질주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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