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인플레이션과 2023년 음식 트렌드
지난 19일 아르헨티나 축구팀의 월드컵 우승 기념 퍼레이드에 아르헨티나 국민이 무려 400만명이나 몰렸다.아르헨티나가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한 것도 이유지만 한 해 10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도 한몫했다. 8월 현재 아르헨티나의 지난 1년간 물가상승률은 80%가 넘었다.물가 탓에 기준금리는 60%대에 이른다. 그런데 임금인상률은 3.5%에 그쳤다. 실질 소득의 감소로 아르헨티나 5가구 가운데 2가구가 빈곤층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의 극적인 우승은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으로 비쳤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건 아르헨티나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탓에 실질 소득이 줄면서 주거와 의료는 물론이고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엔은 7월 전 지구적으로 3억5000만명이 굶주림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미국 성인 가운데 식사를 거르는 비율은 올 11월에 11.0%였다. 미국 성인 2500만명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2021년 8월 7.8%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식사를 거른다는 사람의 84%가 “식품을 더 살 여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1969년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9월 백악관에서 기아, 영양, 보건에 관한 회의를 열기도 했다.
영국도 11월 식품 관련 물가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내년에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전문가들은 내년에 100년 만에 처음으로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한 하원의원은 “청년들이 집세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음식 지출을 줄이면서 굶고 있는데 이들의 정신건강이 걱정”이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탓에 선진국조차 끼니 걱정을 하는 상황에서 내년 음식에 대한 트렌드는 예년과 다를 수밖에 없다. 영국 글로벌 식품 트렌드 분석기업인 ‘더 푸드 피플’은 내년 음식 트렌드의 가장 큰 동력을 ‘압박감’으로 꼽았다. 소비자는 자신의 비용과 시간, 그리고 지구환경을 위해 더 단순하고 저렴한 선택을 기꺼이 수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슷한 관점에서 미국 레스토랑협의회는 내년 트렌드로 닭다리, 소 목살, 돼지 어깨살 같은 저렴한 육류 부위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리뷰플랫폼인 옐프(Yelp)는 미국에서는 값싼 부위인 소꼬리의 인기를 점쳤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의 ‘푸드 트렌드 2023’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소고기 정육 판매는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고기·닭고기 판매는 늘었다.
또 국내 밀키트가 글로벌의 감소 추세와 반대로 판매가 늘고 있다. 국내 밀키트가 냉동제품으로 전환하면서 보관과 레시피가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비용과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이은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식탁을 바꾸고 있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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