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유일한 승자는 美 `군산정복합체` [이규화의 지리각각]
미국 11월 말까지 총242억달러 지원
지원 예정 1130억달러, 러 군비 능가
의원들 예산 통과시키고 후원금확보
국민이익과 거리가 먼 군산정복합체
지난 8일 저녁 6시 미국 워싱턴DC 펜실베니아 애비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격식을 갖춘 파티가 열렸다. 워싱턴에는 로비스트들이 주최하는 파티가 넘쳐나지만 이날의 파티는 좀 색달랐다. 우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주미대사관이 주최했기 때문이다. 다른 두 가지도 시선을 끌었다. 하나는 미국 현역 최고위 군인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참석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잘 차려진 파티의 후원사들이 미국의 대표적 무기 개발 업체들이었다는 점이다. 더 이례적인 것은 이 업체들이 보통 후원 사실을 내세우지 않는 이전의 관행을 깨고 초대장에 회사 로고를 큼지막하게 박아놓았다는 사실이다. 네 회사가 나오는데, 차례대로 노스럽그루먼, 레이시온, 프랫&휘트니, 록히드마틴이다.
◇대놓고 마케팅 나서는 무기개발 업체들
미국의 논평 저널리즘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한 복스미디어의 복스(Vox) 사이트는 파티의 분위기가 평범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선 아무리 전쟁 중인 우방국의 건군 31주년 기념 파티라고 하지만 합찹의장까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복스는 "무기 회사들이 초대장에 로고를 올렸다는 게 정말 이상했다"고 한 싱크탱크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가 "그들이 이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롭다"고 한 말도 전했다.
후원사들 중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대전차미사일 재블린(JAVELIN)을 생산한다. 록히드마틴은 미국이 우크라에 제공한 다연장로켓포 하이마스(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무기 공급으로 떼돈을 벌면서 주식시장 하락장에서도 주가가 30~40% 급등한 업체들이다.
대놓고 우크라이나 대사관 행사를 후원하는 것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와 얼마나 친밀해졌는지, 그리고 그들이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사실 러시아 침공 후 미국의 군사지원은 자발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많지만, 특정 무기나 무기체계를 우크라이나 정부가 끊임없이 미국에 요구해왔다. 그들이 생산한 무기는 미 국방부가 구입하고 현지 군인들에게 운용기술을 훈련시킨 후 전달하는 단계로 이뤄진다. 그러니까 국방부는 무기업체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복스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가벼운 처신도 꼬집었다. 수많은 자국 군인과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는 전쟁에 무기를 팔아 돈을 버는 무기상들의 돈을 받아 파티를 여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지적이다. 무기를 공급해주어 고맙다는 의미라면 후원과 후원받는 쪽이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문도 제기된다. 복스 사이트가 비록 좌파적 시각을 견지하는 논평 미디어지만, 우크라이나-미 국방부-무기업체간 삼각관계에서 이뤄지는 비즈니스가 있음을 제기한 것을 그르다 할 순 없다.
◇소모전에 끊임없이 무기를 투입하는 바이든 정부
지난 21일 전격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미루던 패트리어트 미사일 제공과 추가로 18억5000만 달러 규모의 군사지원 방침을 즉석에서 밝혔다. 키엘세계경제연구소(ifw-kiel)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미국이 지난 11월 20일까지 우크라에 지원한 군사원조 규모는 242억 달러에 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군사지원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양상은 결코 우크라에 유리하지 않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아, 헤르손 등을 주민투표를 통해 영토로 편입했고 헤르손을 제외한 3곳에서는 급격히 러시아화되고 있다. 일단 이 지역은 주민들이 러시아계가 대다수다. 우크라가 헤르손을 탈환했지만, 전쟁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전술적 후퇴를 한 것으로 본다. 현재 전황은 러시아와 우크라가 일진일퇴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인명과 물량 소모전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젤렌스키가 워싱턴을 다년간 직후 지난 24일 미 의회는 우크라에 450억 달러 지원 패키지를 또 통과시켰다. 젤렌스키가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감사를 표하고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한 직후의 일이다. 이미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68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것과 합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총 지원규모는 약 1130억 달러로 늘어난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 이후 1년 동안 어떤 나라에 공급한 것보다 더 많은 원조 규모다. 러시아가 2023년에 군사비로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840억 달러보다 20% 이상 많다. 또 이 금액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국방비로 지출하는 것보다 많다. 참고로 내년 한국의 국방비 57조원(450억 달러)보다도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문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앞으로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얼마나 더 지원해야 하는가이다. 아직도 세계의 경찰국가임을 자부하는 미국은 푸틴의 침공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방어한다는 충분한 명분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자유세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배경에는 미국과 서방의 유도가 있었다는 비판은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언제까지 우크라이나에 돈과 무기를 쏟아 부을 수는 없다. 미국 국민들이 우크라 전쟁에 대해 보다 속속들이 알게 되고, 나아가 그 이면의 미국 무기업체, 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이라는 삼각관계의 진실에 눈뜨는 순간 저항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감시망 밖 군·산·정복합체
미국과 EU가 지금까지는 우크라에 무기와 물자 공급을 해왔지만, 자국민들의 여론 악화 등으로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인명손실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인명손실에 대해 밝히고 있진 않지만,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국제 군사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5만에서 10만 명의 인명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어느 누구도 승자가 아닌 전쟁인 셈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승자가 있으니 바로 앞서 언급한 전쟁에 무기를 판매하는 '죽음의 상인' 무기생산업체들이다. 특히 막대한 물량투입을 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뒤에 있는 미국의 거대 무기업체들이다. 세계 5대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보잉, 노스럽그루먼, 제너럴다이내믹스는 미국 정부의 세계 군사전략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투사하는 힘의 실질적 구현자로서 미 국방부가 요구하는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 공급한다. 나아가 우방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 무기를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 국방부는 측면지원하고 수수료까지 받는다.
이러한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는 다시 의회가 예산을 확보해줌으로써 확대 재생산된다. 무기업체들은 상하원 의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엄청난 후원금을 뿌리고 의원들은 국방예산 증액을 통해 보답하는 협력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군산복합체가 다시 군·산·정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ngress Complex)로 발전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미국정부가 지원한 수백 억 달러의 무기는 결국 미 방산업체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이는 다시 국방부와 상·하 의원들의 후원금으로 흘러들어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구조가 형성된다.
군산복합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QIRS(Quincy Institute for Responsible Statecraft)의 윌리엄 하퉁(William D. Hartung)은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군산복합체라며 미국 대통령부터 의원, 대사까지 '군산복합체의 외판원'이라고 힐난한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 무기거래에 미국 정부가 관여하며, 심지어 미국 무기업체들이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국방부의 국방안보협력국은 3.5%의 수수료를 떼어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미국 의회 상·하원이 지원한다. 지난 23일 통과한 2023년 회계연도 국방예산 지침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의 예산규모는 사상 최대인 8580억 달러(약 1100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연방예산 1조6600억 달러(약 2186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연방 정부 예산의 절반이 국방안보와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군산정복합체가 형성될 여건과 환경이 충분한 것이다.
종전 협상 얘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이러한 미국 내의 사정을 아는 군사전문가들은 쉽게 휴전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대러시아 대리전 성격이 짙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설사 푸틴이 종전을 원한다 해도 미국이 원치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미국 군수산업을 일으키고 그를 둘러싼 군산정복합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한 전쟁을 끝낼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죽어나는 것은 우크라 국민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결국 미국의 군산정복합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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