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갈등론자 VS 갈등유발자

김문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2022. 12. 3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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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조망한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씨가 이 세밑에 세상을 떠났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와중에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당시 우리 사회가 가진 불평등과 갈등을 조망한 이 소설은 올해까지 320쇄, 150만부 가깝게 팔렸다고 한다.

갈등은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표출되는 당연한 현상이라 해도 현재 우리가 겪는 상황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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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겸교수(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1970년대 말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조망한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씨가 이 세밑에 세상을 떠났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와중에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당시 우리 사회가 가진 불평등과 갈등을 조망한 이 소설은 올해까지 320쇄, 150만부 가깝게 팔렸다고 한다. 당시에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의 원인으로 반민주가 지목됐고 '민주 대 반민주'의 갈등은 어느덧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바뀌어 지금껏 계속된다.

사회갈등은 불평등한 분배에서 비롯된다. 철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보다 정교한 갈등의 원인이 존재하겠지만 갈등의 가장 큰 줄거리는 차등분배에서 시작된다. 현재 사회의 계급을 나타내는 용어로 자연스레 쓰이는 금수저, 흑수저라는 표현도 그 바탕에는 분배의 불평등을 깔고 있다. 사회학에서 불평등한 분배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기능론과 갈등론이 그것이다. 기능론은 차등분배의 원인을 직업의 사회적 기여도 또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보상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반면 갈등론은 지배·피지배 관계에 따라 지배집단이 만든 분배구조가 존재하며 부모의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것이 차등분배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기능론은 개인의 능력과 업적이 분배의 기준이 되는 반면 갈등론은 기득권층이 그들만의 합의에 의한 분배기준이 작동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기능론의 입장을 취하게 되며 능력 차이에서 오는 차등배분은 당연한 것이고 경쟁은 효율적인 분배를 위해 필수라고 생각한다. 반면 갈등론자들은 능력과 상관없이 기득권이 유리하도록 설정한 현재의 가치분배 체계가 불평등의 원천이므로 이를 혁파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회적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헤겔의 변증법이 제시하는 것처럼 정반합의 궤적을 따라 갈등을 해결할 때 사회가 발전해 나간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기능론을 따르고 진보는 갈등론의 입장을 취한다. 이 두 견해는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서로 일리가 있어 시대에 따라 이슈에 따라 두 입장이 경쟁하기도 하고 보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22년 임인년이 이제 저문다. 한 해가 저물면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며 얼마간 숙연해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 순간에도 갈등이 끓어넘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보라. 깃발들과 노숙인 천막 같은 텐트가 즐비한 가운데 확성기 소리가 난무한다. 주말의 광화문과 용산의 삼각지는 또 어떠한가. 이러한 현상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갈등은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표출되는 당연한 현상이라 해도 현재 우리가 겪는 상황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우리가 목도하는 현 상황은 해결해야 하는 갈등이 아닌 듯하다. 거짓과 선동, 편 가르기는 발전을 이끄는 갈등이 절대 아니다.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하는 기폭제일 뿐이다. 부디 2023년 계묘년 새해에는 갈등유발자가 아닌 갈등론자를 만나기를 바라며 진짜 갈등이 우리를 좋은 곳으로 이끌어가기를 기대한다.

김문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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