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덕을 쌓았냐네요?” 김영권의 2022 해피엔딩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32·울산)에게 2022년은 평생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올해 그가 유니폼을 입은 울산 현대에서 무려 17년간 인연을 맺지 못했던 K리그1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 귀중한 물건을 입단 첫해 들어올린 것부터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12년 만에 원정 16강까지 올랐으니 만족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지난 28일 만난 김영권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절로 피었다.
“남들이 부러울 만한 일은 다 해냈잖아요. 힘들어도 신이 나죠. 솔직히 첫 원정 월드컵 8강이 아쉽긴 한데, 그건 제 욕심이겠죠?”
■부족한 게 없는 2022년, 난 덕 쌓은 선수
김영권이 부족함을 모를 정도로 그가 보낸 한 해는 완벽 그 자체였다. 일본 J리그를 떠나 옛 스승인 홍명보 울산 감독의 부름으로 결정한 K리그1행부터 순탄 그 자체였다. 영원한 우승 후보인 울산은 수비 불안으로 지난 3년간 준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그가 입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안정적인 수비 리딩이 강점인 김영권이 키를 쥐면서 최저 실점(31골)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다.
‘꿈의 무대’로 불리는 월드컵에선 수비수에게 기대하기 힘든 골 맛까지 봤다. 16강 진출의 고비였던 포르투갈전에서 0-1로 끌려가던 전반 27분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동점골을 쐈다. 이 골로 자신감을 얻은 한국이 종료 직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려 16강에 올랐으니 한국 축구사에 남을 일이었다. 김영권 개인으로선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최종전 골에 이어 2개 대회 연속골까지 기록했다.
김영권은 “주변에선 저보고 전생에 얼마나 덕을 쌓았냐고 물어봐요. 포르투갈전에선 상대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득점을 도와주고, 독일전에선 토니 크로스가 그러지 않았느냐”면서 “제 덕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제 인생에서 세 골을 손꼽는다면 이 두 골이 포함될 텐데, 16강 진출의 디딤돌이 됐으니 포르투갈이 최고가 아닐까요? 나머지 한 골은 조광래 전 감독 시절의 A매치 데뷔골(세르비아전)인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최고의 파트너는?…소통은 정호…능력은 민재
김영권이 자신이 덕을 쌓은 선수라 생각하는 것은 인생골을 넘어 최고의 파트너들과 함께 뛰었다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다. 김영권은 “모두 장점이 달랐고, 내가 도움을 받은 기억만 난다”고 웃었다.
그래도 조금 더 정이 가는 선수를 꼽는다면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동갑내기 파트너 홍정호(전북)와 아픔만 남긴 채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2018 브라질 월드컵 장현수(알 힐랄)였다. 김영권은 “(홍)정호는 수비 리딩도 잘하고 공중볼 능력은 나보다 뛰어났던 선수”라며 “(장)현수는 실수가 부각됐지만 사실 그 정도 실수는 나도 많았다. 기본기가 참 뛰어난 친구인데 안 좋은 일과 연루돼 참 아쉽다. 런던올림픽의 (황)석호도 팀을 위해 희생했던 선수”라고 떠올렸다.
김영권은 굳이 특정 선수를 최고의 파트너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역대 최고의 수비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김민재(나폴리)에 대해 “4년간 호흡을 맞췄던 (김)민재는 다들 알지만 능력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하필이면 그 김민재가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와 첫 경기에서 다친 게 문제였다. 종아리를 다친 김민재의 출전 여부는 최대 이슈이기도 했는데, 권경원(감바)과 조유민(대전)이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빈 자리를 메웠다. 김영권은 “포르투갈의 막강한 공세를 다 막아낸 게 경원이었고, 유민이는 짧은 시간에도 최선을 다해줬잖아요. 최고의 파트너를 묻는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같이 뛴 세 선수라고 답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영권의 축구시계는 70분…4번째 월드컵도 꿈꾼다
김영권은 어느덧 베테랑이라는 호칭이 익숙한 나이가 됐다. 팬들 사이에선 눈앞으로 다가온 2023 아시안컵, 나아가 4년 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서 열릴 월드컵에서 화려한 마침표를 찍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다. 그가 2026년 월드컵에 뛴다면 홍명보 감독처럼 월드컵 본선 4회 출전자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김영권은 “홍 감독님의 마지막 월드컵이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하지 않았느냐”면서 “솔직히 4년 뒤는 지금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도 지금처럼 몸 상태를 잘 유지한다면 가능할 것 같기는 하다”고 웃었다.
스포츠통계전문업체 ‘옵타’에 따르면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과 월드컵의 역대 최고령 선수는 각 34세 190일(차두리)과 37세 124일(전남식)이었다. 인터뷰 당일 32세 253일인 그로선 모두 경신이 어렵다. “역대 최고령 같은 신기록은 싫다”고 손사래를 친 그는 “내 포지션인 중앙 수비수는 체력적인 면에선 덜 힘든 편이다. 다음 대회에선 경험으로 후배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축구 선수 커리어로 정점에 오른 김영권이 조금 더 욕심을 내는 무대는 아시안컵이다. 2015년 호주 대회에서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을 마지막에는 풀고 싶어서다. 공교롭게도 다음 대회가 열리는 무대가 바로 이번 월드컵이 열렸던 카타르 도하다.
“한국 축구가 도하의 기적을 다시 썼다고 하잖아요? 그 운을 받아서 아시안컵까지 우승했으면 합니다. 새 감독님과 함께 도전해야죠.”
김영권은 아시안컵 우승이 자신의 축구시계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기를 바라는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전광판을 보면 지금 4-2로 앞선 상황에서 20분이 남았어요. 아시안컵에서 우승한다면 5-2, 4년 뒤 월드컵에서도 제 몫을 해낸다면 6-2가 되겠죠?”라며 “사실 스코어보다는 팬들의 박수 아래 떠나고 싶습니다. 그게 축구 선수 김영권의 마지막 꿈”이라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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