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의혹 보도에 승소한 구의원의 논문은 표절이었다
정의당 설혜영 전 용산구의원 논문 표절 의혹
法 "표절 의혹 보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의혹 제기 기자, 대학에 논문 표절 조사 요청
표절 인정 서울시립대 "의도적 연구윤리 위반"
설혜영 "미숙함 인정" 기자 "명백한 표절이었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정의당 소속 용산구의원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정작 자신의 논문은 판결 이후 대학에서 표절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 6, 8대 용산구의원을 지낸 설혜영 전 의원은 지난해 3월 김만규 한국공보뉴스 기자를 상대로 위자료 2000만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기자가 그해 2월1일 자신을 겨냥해 보도한 논문 표절 의혹 기사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에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표절 검사 서비스인 '카피킬러' 확인 결과, 당시 설 의원이 2011년 작성한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석사 논문('개발부담금 지방자치단체 귀속분의 사용 실태와 개선 방안') 표절률이 92%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설 의원은 “(김 기자는) 당사자와 서울시립대에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았다”며 “기사는 저의 2011년 작성 논문이 2014년 논문을 표절했다는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 오보”라고 반박했다. 정의당 서울시당도 “아니면 말고식 오보는 한 사람 인격에 심각한 손상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해악”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 기자도 보도 다음날 사과 보도를 통해 오보를 시인했다. 그는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학교와 당사자에게 정확한 확인 취재 없이 사실 관계를 기술한 점 등에 대해 정의당과 서울시립대, 설혜영 의원에게 공식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기사는 본 기자 개인의 취재 의욕이 앞선 나머지 발생한 오보다. 논문 표절 프로그램 이용 과정에 실수가 있어 오보를 공식 인정하고, 기사는 삭제했다”고 밝혔다. 설 전 의원과 정의당 문제 제기에 정정·사과 보도를 내고 기사까지 삭제한 것.
설 전 의원은 김 기자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의 경우 1심에 이어 항소심인 서울서부지법 제1-3민사부(부장판사 이승원)도 지난달 3일 김 기자의 항소를 기각하며 김 기자가 설 전 의원에게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을 유지했다. 양측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지난달 18일 확정됐다. 김 기자를 피고인으로 한 형사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기사는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고 그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피고(김 기자)가 허위사실인 이 사건 기사를 작성·게시함으로써 원고(설혜영) 명예를 훼손했고, 원고가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기 때문에 피고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김 기자는 민사 항소심 선고기일 무렵인 11월 초 서울시립대에 자신이 그동안 취재하고 검증한 자료를 전달하며 설 전 의원 논문 표절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제보했다. 서울시립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14일 표절이 맞다고 통보했다.
서울시립대 연구윤리진실성위는 “예비조사를 통해 해당 논문과 비교 자료들을 검토해본 결과 제보자(김 기자)가 주장한 것처럼 조사 대상 학위 논문이 국토연구원의 보고서 '일본과 영국의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일정 부분 표절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특히 논문 본론 부분이 시작되는 19페이지부터 29페이지까지 인용부호나 출처 표시 없이 국토연구원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사용한 부분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 연구윤리진실성위는 설 전 의원 논문이 국토연구원 보고서 외에도 여러 보고서 및 논문 내용을 인용하거나 동일 문장을 사용하면서 정확한 출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생성한 표와 데이터를 출처 표시 없이 다수 이용했다는 점도 짚었다.
서울시립대 연구윤리진실성위는 “이는 연구 부정행위 유형 가운데 서울시립대 연구윤리 규정에서 정의하는 표절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연구윤리를 위반한 행위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설 전 의원의 논문 지도교수는 현 서울시립대 서순탁 총장이다.
김 기자는 29일 통화에서 “논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실수가 있었고, 그 결과 표절률 수치가 틀리는 등 오류가 있었다. 그에 관해 사과했던 것”이라며 “설 의원이 표절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억지로 논문 표절로 몰아간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립대 연구윤리진실성위가 예비조사에서 표절이라고 판정했을 정도로 그의 논문 표절은 명확했고 심각했다”고 밝혔다.
설 전 의원은 같은 날 통화에서 “당시 지자체 4곳을 직접 방문하고 실태를 조사해 논문을 작성했다. 다만 전문연구가가 아닌, 학문을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 이론 면에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의신청 여부에 대해선 “그 부분도 고민 중이다. 시립대는 모교이기도 한데 계속 다투는 게 맞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연구윤리 규정에 따르면, 판정에 이의가 있을 시 결과를 통보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서면으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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