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빌라왕’들, 같은 빌라를 나눠 샀다…배후는 동일 조직?
[앵커]
그렇다면 정 씨를 도와 빌라를 사들인 공모자는 누구일까요?
신축 빌라의 건축주와 분양업자, 중개업자 등이 이 전세 사기 구조에 엉켜있는데 이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 씨를 비롯해 최근 2년 새 숨진 빌라왕 세 명이 따로가 아닌 하나의 배후에 의해 움직여진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계속해서 송수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20년 새로 지은 서울 화곡동의 한 빌라 건물입니다.
3층의 이 집은 지난해 숨진 '빌라왕' 정 모 씨 소유입니다.
그런데 바로 앞집은 지난 10월 숨진 다른 '빌라왕' 김 모 씨 명의입니다.
이 빌라 건물 16채 가운데 15채를 이 두 명이 나눠 샀습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김○○ 씨하고 정○○ 씨가 이 빌라를 사실상 거의 다 갖고 있더라고요. 처음에 계약하실 때 내용을 전혀 모르셨나요?) 몰랐죠, 몰랐고..."]
김 씨와 정 씨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빌라를 나란히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KBS 탐사보도부는 숨진 세 '빌라왕'들이 사들인 빌라의 위치와 매입 시기를 분석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년간 인천과 부천, 서울 서남부지역에서 빌라를 천 채 넘게 사들였고 지난 10월 숨졌습니다.
이달 초 숨진 송 씨는 지난해 초부터 올 여름까지 인천과 부천 지역에서 수십 채를 매입했습니다.
정 씨는 지난해 7월 사망 직전, 서울 서남부지역 빌라 200여 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습니다.
주 무대가 서로 달랐고 서로 알고 지낸 흔적도 없는데 이들은 공교롭게도 일부 빌라에서 같이 등장합니다.
현재 확인한 것만 최소 5곳 신축 빌라를 이들이 나눠 샀습니다.
김 씨와 송 씨는 부천시에서 1곳, 김 씨와 정 씨는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에서 4곳에서 여러 채를 함께 사들였습니다.
특히 김 씨와 정 씨는 매입 시점도 대체로 겹쳤습니다.
같은 날 잔금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여러 채를 몰아 판 한 건축주 측은 중개업체를 통해 소개받았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건축주 측/음성변조 : "(김 씨와 정 씨에 대해) 전부 다 아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는 부동산하고 같이 한 거기 때문에..."]
해당 빌라를 분양한 업체도 두 사람 모두 지인이나 자문업체에서 소개받았다며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분양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김○○ 씨랑 정○○ 씨가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꾼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셨나요?) 몰랐죠. 그거 알았으면 제가 했겠어요? (그러면 이렇게 (두 빌라왕이) 동시에 등장을 하는 건 우연의 일치인 걸로 보시는 거예요?) 우연의 일치죠. 정말 나는..."]
KBS 취재 결과 개별 '빌라왕'들의 배후 몸통이 동일하거나 적어도 관련 있는 세력일 개연성이 커진 상황.
경찰은 현재 지난 10월 숨진 김 씨 사건에 대해서만 그 배후를 정식 수사하고 있습니다.
송수진 기자 (reporters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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