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 식탁 안착한 ‘바다의 반도체’ 김

2022. 12. 2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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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경이로운 해였다.

음악·영화·드라마 등 한국의 모든 문화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다.

우리 회사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한국 김을 판매해 한국의 김 수출액이 2010년 1억달러에서 2022년 6억2000만달러로 6배 이상 늘었다.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진짜 바다의 반도체가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서 김을 홍보하는 글로벌 캠페인 등 더욱 강력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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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경이로운 해였다. 음악·영화·드라마 등 한국의 모든 문화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 등에서 인기 순위에 드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너무나 미국적인 정서를 담은 ‘스타워즈’ 드라마 시리즈 주인공으로 이정재가 나온다고 하니 이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못 미치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먹거리도 ‘한국’이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김이다. 동양인에겐 너무나 익숙한 식재료이지만 서양인에겐 그저 바다에 둥둥 떠있는 미끈거리고 이상한, 영문명 그대로 ‘시위드’(seaweed), 바다 잡초였다. 그런데 요즘 미국 어린이 간식 도시락에 들어가면서 세계적 경제지 ‘포브스’ 등이 기사로 다룰 정도가 되었다.
애니 전 ‘김미(GIMME)스낵’ 공동 설립자
‘자원 빈국’ 한국은 과거 국민들이 근면성 하나로 독일, 중동 등으로 나가 외화를 벌어들였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우리 가족도 다르지 않았다. 이제 세상이 변했다. 산업화 시대의 자원이 석유, 철강 등이라면 콘텐츠가 중요한 요즘엔 창조적이면서 도전적인 국민과 청정한 자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문화가 최고의 자원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자원 강국’이다.

내가 미국인들에게 김을 팔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이 돼 간다. 지금의 회사를 창업한 지는 10년이 됐다. 먼저 김을 해변에 버려진 해초가 아니라 청정 바다 양식장에서 정성껏 키운 ‘바다의 채소’(sea vegetable)로 알렸다. 세계에서 인정하는 ‘유기농 인증’도 받아 신뢰를 줬다. 반찬 개념이 없는 미국 식문화를 감안해 ‘스낵’(간식)이라고 부름으로써 접근성을 높였다. 물론 치즈, 칠리, 데리야키 등 그들에게 익숙한 맛을 개발해 내놓았다. 바삭함도 살렸다. 김밥 만드는 법, 볶음밥에 뿌려 먹는 법 외에도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렸다.

자녀들이 채소를 먹지 않아 고민이던 미국 엄마들에게 ‘바다의 채소’는 반가운 식재료였다. 입소문이 퍼지며 미국 어린이 간식 도시락 속에 들어갔다. 앨리샤 키스, 에밀리 마리코 같은 글로벌 스타나 인플루언서들이 자발적으로 김 요리 레시피를 틱톡으로 공유할 정도다. 우리 회사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한국 김을 판매해 한국의 김 수출액이 2010년 1억달러에서 2022년 6억2000만달러로 6배 이상 늘었다. 2019년부터는 수산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양식·수확·제조가 다 이뤄지기 때문에 김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더욱 의미가 있다. ‘바다의 반도체’란 별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니다.

김을 먹는 미국 가정은 아직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는 김 생산업자와 일반 기업이 뛰어왔다.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진짜 바다의 반도체가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서 김을 홍보하는 글로벌 캠페인 등 더욱 강력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김을 만드는 데 폐수를 방류할 일도, 매연을 뿜어낼 일도 없다. 그저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기만 하면 된다. 더 없이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산업이다. 새해엔 더 큰 비전과 꿈을 가지고 김 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나갈 수 있길 소원한다.

애니 전 ‘김미(GIMME)스낵’ 공동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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