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면제 고맙습니다" 버젓이...병역 비리 수사 확대
병역 회피 도운 혐의로 구속…곳곳에 수상한 정황
"제도 악용해 현역 장병 제대시켰을 가능성도"
검찰총장 '수사팀 확대·신속 수사' 주문
[앵커]
프로스포츠 선수 등 건강한 청년들이 군대에 가지 않도록 돕던 병역 브로커가 구속됐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해당 브로커가 운영한 인터넷 사이트를 살펴봤더니 군 면제를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줬다는 내용뿐 아니라 현역병을 제대시켰다는 내용까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검찰은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박정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건물.
직업군인 출신인 행정사 A 씨는 최근까지도 이곳을 자신의 사무실처럼 활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없습니다.
[건물 관계자 : 공유 사무실이에요. 근데 그중에서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 회의실을 썼다고….]
앞서 A 씨가 지난 2020년 7월부터 17개월 동안 청년들의 병역 회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A 씨가 최근까지도 관리해 온 블로그를 살펴보니 수상한 정황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A 씨가 지난해 1월, '하반기 실적을 공지한다'며 쓴 글을 보면 21명이 자신의 도움으로 5급 처분, 즉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A 씨는 또 "4급에서 군 면제, 고맙습니다"는 글을 공유하거나, 실제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인증 샷'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A 씨는 글에서 '현부심을 32건 신청해 20건이 가결됐다'고 써놨는데, 현부심이란 '현역부적격심사제도'의 줄임말로 현역으로 입대한 장병에게 질병 등의 문제가 있어 군 생활이 어려운 경우 조기 전역시키는 제도입니다.
전문가들은 A 씨가 이 제도를 악용해 현역 복무하던 청년들을 제대시켰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합니다.
[김정환 / 변호사 : 현부심도 지금 그 브로커의 실적인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하면 거기에도 위법의 소지가 개입됐을 여지가 충분히 있어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또 다른 직업군인 출신 행정사 B 씨 역시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두 사람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만 프로배구선수 조재성 씨를 포함해 수십 명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건이 커지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병역비리 합동수사팀 확대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습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YTN 박정현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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