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기록K]⑪ 영아 사망사고 은폐 10개월…제주대병원은 여전히 침묵
[KBS 제주] [앵커]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연말 기획 '기록K' 열한 번째 시간입니다.
올봄 제주대학교 병원에서 약물 과다 투여로 숨진 13개월 영아 유림이 사건, 다들 기억하실 텐데요.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10개월이 흘렀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사건 그 이후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얀 눈이 내린 크리스마스 날.
엄마 아빠가 눈길을 헤치고 유림이를 만나러 갑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를 더는 볼 수 없어 매달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초에 불을 붙이고, 유림이가 좋아했던 우유도 준비합니다.
생전에 먹지 못한 과자와 빵도 정성스레 올립니다.
[윤선영/유림이 엄마 : "우유는 유림이가 원래 좋아했던 거고 유림이가 못 먹어봤던 과자들이랑 크리스마스라고 유림이 큰고모가 만들어준 마들렌 가지고 와서 유림이한테 주려고 가져왔어요."]
이제는 유림이가 좋아했던 인형밖에 만질 수 없는 엄마와 아빠.
지난해 유림이와 함께 찍은 영상을 보다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냅니다.
기본수칙만 지켰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인재였습니다.
의료진이 사고를 은폐하면서 살릴 기회조차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사고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안기종/한국환자안전단체연합회 대표 : "환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죠. 근데 중요한 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고하고 보고한 사람한테 책임을 묻지 않는 이러한 환자안전법 체계가 만들어졌거든요. 그런데 여전히 숨기려고 하죠. 은폐하려고 하고. 병원이나 의료인에게 유리하니까 이런 관행이 계속 반복되고 있거든요. 강한 처벌 그리고 관리를 통해서 이런 일을 하지 않도록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유림이가 세상을 떠난 뒤 국회와 정부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사망 등 중대 사고가 나면, 관리·감독 기관이 병원을 점검하고, 환자안전 전담 인력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주사하고, 의료기록을 삭제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간호사 3명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범죄 사실을 인정했지만,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제주대병원은 지난 4월 한 차례 공식 기자회견 이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병원에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하고, 공문까지 보내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물었지만 여전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0개월.
엄마와 아빠의 시간은 유림이가 떠난 그 날, 그 시간에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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