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비리 신고했다가 따돌림당한 상담사에…강서구는 “보호 의무 없다”
원장·임직원 “변태” 모욕
구청은 상담일지 공개 요구
신고자 “강서구가 2차 가해”
서울 강서구의 한 아동복지시설 상담사가 보육원 부정수급 비리를 내부고발해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으나 시설 관리·감독 기관인 구청은 수수방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서구는 공익신고자 보호 의무·권한이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신고자가 공개를 거부해 괴롭힘을 당했던 ‘아동 상담일지’ 열람을 요구하기도 했다.
29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국민권익위원회·서울지방고용노동청 문서를 보면, 강서구 소재 아동복지시설의 임상심리상담사 유모씨(45)는 시설 비리를 지난해 12월 권익위에 신고했다. 당시 유씨는 해당 시설이 아동의 언어치료 계획서를 허위 작성했으며 총 118회 치료 활동이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복지부는 해당 보육원이 같은 법인의 지역아동복지센터를 통해 보조금을 허위 청구한 사실을 확인해 지난 9월 833만원을 환수했다. 문제의 보육원 원장은 보조금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넘겨졌으나 80세 이상 고령인 점이 참작돼 기소유예됐다.
서울노동청의 해당 사건 문서를 보면, 유씨는 시설 비리를 고발한 후 원장과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회사 공용 메일 접근 권한이 차단됐고 “할 줄 아는 게 뭐냐” “변태처럼 엿듣는다” 등 모욕성 발언을 들었다.
아동의 사생활이 담긴 상담일지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가 비난받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1월18일 서울노동청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다. 현재 유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요양급여를 받으며 휴직 중이다.
권익위·노동청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유씨는 시설의 관리·감독 기관인 강서구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서구에 계도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구청은 ‘공익신고자 보호 의무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지자체가) 신고자를 최대한 보호하도록 돼 있는 건 맞으나 최종 결정은 권익위가 할 수 있다”면서 “피해 당사자가 맞는지도 명확하지 않은데 구청이 (시설에) 어떤 조치를 해라, 말라 할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강서구청장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공익신고자로 이름을 알린 김태우 구청장이다.
강서구는 유씨가 원장에 공개하길 거부한 개별 아동 상담일지를 직접 열람하려고도 했다.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강서구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유씨가 직장 내 괴롭힘 판정을 받기 직전인 지난 11월16일 시설을 방문해 3년치 자료를 공개 요구했다. 유씨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청도 알면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유씨에게) 상담 실적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회신이 늦었고 실적 부실도 의심돼 내용을 보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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