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공장에서 예술공장으로…9년 만에 ‘시민 문화 놀이터’ 완성[현장에서]
2014년 시작된 색다른 변신
전시회 등 즐길거리 풍족
해마다 100억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며 충북 청주를 대표하는 산업시설에서 흉물로 전락한 연초제조창과 담뱃잎 보관창고가 최근 문화복합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6·8동, 34~38동 등 모두 7동의 동부창고 벽 곳곳에 그려진 다양한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라피티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다양한 캐릭터가 회색빛 시멘트 벽을 알록달록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최인재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시민예술팀 사원은 “시민과 예술가들이 동부창고에 다양한 벽화를 자유롭게 그리고 있다”며 “이제 막 벽화를 배우려는 사람이 그린 벽화도, 완성도 높은 벽화도 있다. 동부창고가 예술공간인 만큼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창고가 새 생명을 갖게 된 것은 2014년부터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을 통해 34동이 전시·공연 등 지역 주민들의 문화공동체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37동이 올해 12월 ‘꿈꾸는 예술터’로 변신하며 9년 만에 시민들의 문화놀이터가 완성됐다.
면적 1388㎡의 동부창고 37동은 예술 작가들과 시민들이 어울려 예술 경험을 쌓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넓게 트인 실내 공간에 목공테이블, 싱크대 등 다양한 시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예술교육이 한자리에서 진행된다.
37동에 앞서 지난 10월 문을 연 38동은 커다란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전시장 한편 천장에 여러 개의 제설용 빗자루와 붉은색의 먼지떨이가 눈에 띄었다. 마치 거대한 꽃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느낌이었다. 지난 10월부터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 호흡하며 만든 작품이다.
동부창고가 예술가를 꿈꾸는 시민들의 예술놀이터였다면 연초제조창은 지역 예술문화산업을 선도하는 ‘문화제조창’이 됐다.
연초제조창은 청주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시설이었다. 1946년 11월 경성 전매국 청주 연초공장으로 시작해 2004년 12월 운영을 종료할 때까지 58년간 지역 산업을 이끌어왔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2000~3000명이나 됐다. 한 해 100억개비의 담배를 만들었다.
지상 5층, 연면적 5만1000여㎡ 규모의 이 건물에는 전시실과 수장고, 자료실, 오픈 스튜디오 등이 들어섰다. 문화제초장 건물은 곳곳이 전시장이다. 이 건물 3층에 있는 청주 한국공예관에는 올해 7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내년 이곳에서는 세계 최대 공예축제 중 하나인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린다.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는 “올해 동부창고 37동을 끝으로 문화제조창 문화예술공간 재탄생 사업이 모두 마무리됐다”며 “폐산업시설을 세계적인 문화시설로 만든 여러 나라처럼 청주 문화제조창을 창조의 아이콘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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