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숨진 ‘빌라왕’들, 같은 빌라를 나눠 샀다…배후는 동일 조직?

송수진 2022. 12. 2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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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러면, 숨진 정 씨를 도와 빌라를 사들인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 씨 같은 이른바 '빌라왕'이 낀 전세 사기 구조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먼저, 다세대 빌라를 새로 짓는 건축주와 분양업자가 있습니다.

신축 빌라를 매매가격보다 비싸게 전세로 내놓습니다.

신축이라 시세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주로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이 계약 대상이고, 이들을 꾀는 역할은, 공인중개사들이 맡습니다.

전세금이 입금되면 '새 주인'이 등장하는데, 껍데기만 집주인인 소위 '빌라왕'입니다.

받은 전세금을 나눠 챙기고, 나중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기극을 완성하는 겁니다.

이 공모자 중에 누군가가 '빌라왕'을 움직인 실제 몸통인 겁니다.

그런데, 정 씨와 김 모 씨, 송 모 씨,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숨진 이 세 '빌라왕'들의 배후에 같은, 하나의 세력이 움직였을 개연성을 확인했습니다.

단독보도, 계속해서 송수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2020년 새로 지은 서울 화곡동의 한 빌라 건물입니다.

3층의 이 집은 지난해 숨진 '빌라왕', 정 모 씨 소유입니다.

그런데 바로 앞집은 지난 10월 숨진 다른 '빌라왕' 김 모 씨 명의입니다.

이 빌라 건물 16채 가운데 15채를 이 두 명이 나눠 샀습니다.

[세입자/음성변조: "(김00 씨하고 정00 씨가 이 빌라를 사실상 거의 다 갖고 있더라고요. 처음에 계약하실 때 내용을 전혀 모르셨나요? ) 몰랐죠, 몰랐고..."]

김 씨와 정 씨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빌라를 나란히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KBS 탐사보도부는 숨진 세 '빌라왕'들이 사들인 빌라의 위치와 매입 시기를 분석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년간, 인천과 부천, 서울 서남부지역에서 빌라를 천 채 넘게 사들였고 지난 10월 숨졌습니다.

이달 초 숨진 송 씨는 지난해 초부터 올여름까지, 인천과 부천 지역에서 수십 채를 매입했습니다.

정 씨는 지난해 7월 사망 직전, 서울 서남부지역 빌라 200여 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습니다.

주 무대가 서로 달랐고 서로 알고 지낸 흔적도 없는데, 이들은 공교롭게도 일부 빌라에서 같이 등장합니다.

현재 확인한 것만 최소 5곳 신축 빌라를 이들이 나눠 샀습니다.

김 씨와 송 씨는 부천시에서 1곳, 김 씨와 정 씨는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에서 4곳에서 여러 채를 함께 사들였습니다.

특히 김 씨와 정 씨는 매입 시점도 대체로 겹쳤습니다.

같은 날 잔금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여러 채를 몰아 판 한 건축주 측은, 중개업체를 통해 소개받았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건축주 측/음성변조 : "(김00씨, 정00씨에 대해) 전부 다 아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는 부동산하고 같이 한 거기 때문에..."]

해당 빌라를 분양한 업체도 두 사람 모두 지인이나 자문업체에서 소개받았다며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분양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김00 씨랑 정00 씨가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꾼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셨나요?) 몰랐죠. 그거 알았으면 제가 했겠어요? (그러면 이렇게 (두 빌라왕이) 동시에 등장을 하는 건 우연의 일치인 걸로 보시는 거예요?) 우연의 일치죠. 정말 나는..."]

KBS 취재 결과 개별 '빌라왕'들의 배후 몸통이 동일하거나 적어도 관련 있는 세력일 개연성이 커진 상황.

경찰은 현재 지난 10월 숨진 김 씨 사건에 대해서만 그 배후를 정식 수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송수진 기자 (reporters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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