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간부 톡방’ 늑장 대처 은폐 정황
사고 2시간 뒤 만든 ‘방’서
김의승 1부시장 수정 지시
참사보다 언론 대응에 분주
천준호 의원의 내용 공개에
시 “사고 후 바로 활동” 해명
특수본, 허위 기재 등 수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서울시 간부들이 모인 별도의 ‘모바일 상황실(간부방)’이 운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참사 발생 1시간54분이 지나서야 만들어진 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김의승 행정1부시장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사고 발생 직후 가동했다’고 언론 배포용 자료에 기재하라고 지시했다. 참사에 늑장 대처했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시점을 ‘사고 발생 직후’로 앞당겨 허위 기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29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서울시 모바일 상황실(주요 간부)’ 대화 내역을 입수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이 내역을 보면 이동률 당시 서울시 정책기획관(현 대변인)은 참사 다음날인 10월30일 0시9분 김의승 부시장, 한제현 행정2부시장, 김태균 대변인 등 서울시 간부들과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을 대화방에 초대했다. 이어 최진석 안전총괄실장 등을 초대한 이 정책기획관은 “비상방”이라고 대화방의 성격을 소개했다. 서울시 안전총괄실과 자치경찰위원회 등 실무진 200여명이 모인 이른바 ‘서울시 2단계 모바일 상황실(실무진방)’이 29일 오후 10시52분 꾸려진 지 1시간17분 뒤였다.
간부방에는 ‘재난 예방 1차 책임기관’인 서울시 지휘부의 늑장 대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 부시장은 30일 0시36분에야 “사무실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최 안전총괄실장은 이로부터 3분 후인 0시39분 “2부시장님, 소방본부장, 안전실장 현장 지휘버스 안 파악 중”이라고 알렸다. 오전 1시31분엔 박유미 시민건강국장이 “시장님 전화가 1시10분경 왔다. 환자 병원 이송 관리 현황 및 빠른 치료 등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29일 오후 11시20분쯤 네덜란드에서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난 28일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시점을 묻는 천 의원실의 질의에 “30일 0시30분 13개 실무반으로 편성된 본부 구성도를 2단계 모바일 상황실에 공유함으로써 공식적으로 구성했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답변에 따르면 김 부시장이 안전총괄과장에게 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검토를 지시한 시점이 29일 오후 11시이고, 오 시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를 지시한 시점이 11시50분이다. 그러나 김 부시장은 참사 당시 간부방에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사고 발생 직후’ 가동한 것으로 보도자료를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오전 1시49분 박모 언론담당관이 ‘서울시, 이태원 사고에 전 인력 동원하여 대응’이란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대화방에 올리고 “릴리즈(배포)하겠다”고 보고하자, 김 부시장은 “시청에는 ‘재난안전대책본부’로 사고 발생 직후 가동(으로 고치라)”라고 지시했다. 보도자료는 김 부시장의 지시대로 수정됐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서울시의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시점 허위 기재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간부방의) 관련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김 부시장이 최초 사고 인지 후 지난 10월30일 0시30분까지 재난과 관련해 시장·간부들과 10여차례 통화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며 “이는 사실상 재난대책본부가 가동된 셈이어서 김 부시장이 사고 직후 재대본을 운영한 것으로 수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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