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소프트랜딩 해도 증시는 하드랜딩, 왜?[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2. 12. 2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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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많은 투자자들이 내년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가 침체를 피하기를 바라고 있다.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하면 주식시장에 호재가 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설사 경제가 연착륙하더라도 증시는 내년에도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침체를 피한다 해도 상당수의 상장기업들은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은 완만한 침체와 소프트랜딩(연착륙)으로 양분돼 있다.

대표적으로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크레딧 스위스는 미국 경제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내년에 침체를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JP모간, 바클레이즈는 소폭의 침체를 예상한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한다고 해도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당수 기업들은 침체와 다름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S&P500지수는 시가총액과 매출액 모두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가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반대로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가 미국 GDP(국내총생산)에서 점하는 비중은 5분의 1밖에 안 된다.

미국 증시 대표 지수와 미국 경제의 이 같은 구성비 차이는 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에도 증시와 경제의 괴리를 드러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현재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주당 매출액은 2019년보다 24%가량 늘어난 상태다. 반면 현재 미국의 GDP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았을 때 2019년에 비해 19% 늘어났다. 상장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큰 폭 앞선 것이다.

이는 S&P500 기업들의 상당수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이 많이 구매했던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체와 소매업체인 반면 미국 경제의 3분의 2 가량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이용이 어려웠던 서비스업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사람들은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소파, 책상, 세탁기, 건조기, PC, 노트북, 게임기 등 제품 구매를 늘렸다. 서비스는 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 등만 수요가 증가했다.

이 결과 많은 S&P500 편입 기업들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뛰어넘는 매출액 증가율을 달성할 수 있었고 서비스 경제가 침체돼 있는 동안 증시는 호황을 누렸다.

이제 사람들은 여행을 가고 치과와 미용실 등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서비스 수요 증가는 경제 성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실적을 늘리는 데는 상대적으로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경제가 내년에 침체를 피한다 해도 금리 인상으로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 확실한 만큼 제품 구매는 급격히 줄 수 있다.

WSJ는 내년 3분기까지 4개 분기 동안 미국 소비자 지출이 전혀 늘지 않은 가운데 서비스 지출이 3% 늘어나면 제품에 대한 지출은 5.8%가 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체와 소매업체의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경기가 연착륙하면 인건비를 줄이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간 집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서비스업체들의 인력 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기업을 비롯한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가 감원한 인력을 서비스업체들이 재고용하면서 고용시장의 인건비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개인들은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 해도 서비스업체들의 고용이 유지되며 고용시장이 타격을 받지 않는 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이 감소했다고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때 정부가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재정 상황은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개선됐기 때문이다.

결국 증시는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금리를 인하해 금융 여건을 완화해야 탄탄한 반등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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