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네타냐후 극우 본색… "유대인 정착촌 확대" 팔레스타인 '옥죄기'

장수현 2022. 12. 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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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주도하는 극우 연정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인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은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이스라엘 점령지인 △갈릴리 △네게브 △골란고원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 및 개발 계획을 담은 '연정 구성 합의서'를 크네세트(의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 미국도 극우 연정의 행보를 우려하며 여러 번 정착촌 확대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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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의회, 우파 연정 최종 승인
팔레스타인 "국제사회 결의 위반" 반발
미국·요르단과 관계도 악화 조짐
베냐민 네타냐후가 29일(현지시간) 열린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특별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예루살렘=UPI 연합뉴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경한 우파 정권이 출범했다.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갖고 있는 이스라엘 우파의 상징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1년 반 만에 재집권하면서다.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인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하며 '극우 본색'을 드러냈다. 올해 최악으로 치달은 정착촌 폭력 사태가 연정 출범 후엔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착촌 확대에 반대해온 서방 동맹과의 관계도 악화할 전망이다.


무력충돌 심각한데… 극우당 요구대로 '정착촌 확대'

이달 16일 촬영한 동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정착촌 하르 호마. 하르 호마=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29일(현지시간) 특별총회를 열고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을 승인했다.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유대 민족주의와 유대교 근본주의 색채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한 정부가 탄생했다.

앞서 리쿠드당은 이스라엘 점령지인 △갈릴리 △네게브 △골란고원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 및 개발 계획을 담은 '연정 구성 합의서'를 크네세트에 제출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연정에 참여한 극우 정당 '독실한 시오니즘'의 요구사항이었다. 연정은 또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관리하는 부서를 새로 만들고, 부서 책임자로 '독실한 시오니즘' 인사를 내정하기로 했다.

국제법상 점령지 내 정착촌 건설은 불법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1967년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등을 점령한 뒤 유대인 정착촌 수십 곳을 건설하고 계속 규모를 키워왔다. 현재 약 50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정착촌에서 25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과 함께 살고 있다. 민족도, 종교도 다른 이들이 이웃해 살면서 정착촌에서는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정착촌에선 어린이 33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150명과 이스라엘인 10명이 살해당해 역대 최악의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팔레스타인은 강력히 반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표 대변인 나벨 아부르데는 "이스라엘 차기 연정의 발표는 국제사회 결의를 모두 위반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땅에 세운 정착촌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각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협상 없이는 "평화도, 안보도, 안정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대 우방 미국도 반대…중동 혼란 빠지나

2019년 2월 18일 이스라엘 경찰이 동예루살렘 성전산의 알아크사 사원에서 몇몇 팔레스타인인이 소란을 일으켰다며 체포했다. 동예루살렘=AP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공통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성전산'을 둘러싼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연정이 공식적으로는 성전산의 공동 관리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극우 정당들이 이스라엘의 지배권 확대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4년 이스라엘은 이슬람 국가인 요르단과 협정을 체결해 성전산에 위치한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을 요르단이 관리하도록 했다. 이스라엘이 약속을 어길 조짐을 보이자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28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분쟁을 일으키고 싶다면 우리도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연정은 또 차별금지법을 개정해 성소수자를 배척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합의서에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제품 판매와 서비스 제공, 진료 거부 등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기면서다. 앞서 '독실한 시오니즘' 소속 의원이 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힌 후 "성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자 네타냐후는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합의서에 이 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이스라엘의 국내외 갈등이 증폭돼 결국 중동 정세까지 요동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 미국도 극우 연정의 행보를 우려하며 여러 번 정착촌 확대에 반대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달 5일 "'두 국가 해법' 전망을 훼손하거나, 정착촌 확장을 제한하지 않는 행위, 서안지구 합병 등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토머 나오르 부패감시기구 '나은 이스라엘 정부를 위한 운동' 최고법률담당자(CLO)는 "이런 합의는 이스라엘의 민주적 구조를 바꾸는 일"이라며 "언젠가 네타냐후는 총리직에서 내려오겠지만, 어떤 변화들은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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