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이성민 "진양철 회장 나이 연기에 가장 신경 쓰였다"
"사투리 애드리브 없을 정도로 시나리오 완벽"
"다시 태어나면 배우 NO" 이유는?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안나경
[앵커]
네,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연말 동안 남의 집 손주 지켜보는 재미에 푹 빠지게 해 주셨던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죠.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 배우 이성민 씨 지금 나와 계십니다. 어서 오세요.
[이성민/배우 : 네, 안녕하세요.]
[앵커]
네, 한 20~30년은 젊어지셨네요, 할아버지로만 뵙다가. 제일 궁금한 것부터 곧바로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하십니까? 어떤 점을 특히 좀 신경을 쓰셨을까요, 진양철 회장 연기하실 때.
[이성민/배우 : 아무래도 제 연령대의 역할이 아니다 보니까 나이를 연기하는 게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이고, 그 지점이 드라마를 보시는 시청자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제일 우선이었던 것 같아요.]
[앵커]
혹시 '나는 이걸 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해서 관철시키신 부분이 있을까요? 소품이라든지, 대사라든지…
[이성민/배우 : 그 어린 도준에게 "너 미래를 알고 있는 거 아니냐"라고 묻는 신이 있어요. 그런데 그 씬은 사실 대본에는 그렇게 진양철이라는 캐릭터가 눈을 막 부라리면서 그렇게 다그치는 느낌은 아니었었어요, 아니었는데. 리허설하면서 감독님하고 이 씬을 진양철이 진도준이라는 아이가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을 아는 것처럼 페이크를 하면 어떻겠냐 그렇게 말씀을 드려서 그 씬을 진양철이 마치 어린 도준이 미래를 알고 있는 아이를 아는 것처럼 그렇게 연기를 했었어요.]
[앵커]
그렇게 느껴졌어요. 무서웠거든요. 앞서 저희가 시작할 때 보신 장면은 사실 많은 분들이 감탄하면서 봤다고 말하는 그러니까 저는 좀 슬픈 장면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표현해서 좀 죄송하기는 하지만 진양철 회장은 좀 '저 영감탱이' 약간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너무 고약하게 굴어서. 그런데 이제 저 장면을 기점으로 조금 좀 짠하고 약간 우리 할아버지 같다,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이성민 씨에게도 진양철 회장이 그렇게 다가오던가요? 어떻게 이해를 하셨나요?
[이성민/배우 : 저는 되게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사랑해요. 특히나 진양철이라는 캐릭터는 많이 애정이 갔던 것 같아요. 저희가 제가 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 캐릭터의 전사를 상상을 하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왔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런 지점에 있어서 진양철이라는 캐릭터가 지금 현재 이렇게까지 밖에 살 수 없는 이유를 조금은 저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런 삶을 살아온 것을 시청자분들이 많이 이해해 주신 것 같아요.]
[앵커]
맞아요. 그런데 저는 어떤 생각을 했냐면, 사실 진양철뿐만이 아니라 이성민 씨가 그동안 해왔던 배역들을 쭉 돌아보면 못된 역이어도 그렇게 밉지가 않더라고요. 저는 관객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힘이 그 배우한테 있다는 얘기일 텐데 저는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았냐면, 약간 엿봤냐면 이성민 씨한테 약간 '그런 캐릭터를 어떻게 연구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으실 때마다 제일 많이 쓰신 단어가 보편적인 면을 나는 많이 고민을 했다라고 많이 대답을 하셨더라고요. 저는 그게 배우가 가진 그런 설득력의 원천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어떠세요, 동의하세요?
[이성민/배우 : 저는 그 설득력의 배우의 원천은 일단 글이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 시나리오에 쓰여진 캐릭터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어떤 배우가 연기했을 때 좀 더 확장시키는 것이 그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이것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보편적인 부분에서 캐릭터의 설득력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앞으로도 그런 연기, 그런 역할,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싶기도 합니다.]
[앵커]
사투리 연기 얘기를 또 안 할 수가 없어요. 고향 덕도 좀 보신 게 있긴 하겠지만, 고증을 되게 열심히 하신다면서요? 사투리 고증을.
[이성민/배우 : 아니요. 이번 작품은 거의 애드립이 없어요. 고향 친구들도 연락이 오더라고요. 네가 한 애드립이 아니냐고. 그 정도로 완벽했어요. 촬영 중간에 감독님한테도 그 말씀을 드렸던 것 같아요. 이게 사투리 너무 잘 써가지고 너무 좋다고 그랬던 것 같고, 작가님께도 그 말씀을 드렸고. 제가 알기로는 작가님 남편 분이 고증을 하셨다고 경상도 분이신데 그래서 굉장히 편하게 사투리를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투리 중에서도 그 연령대 분들이 쓰시는 말들, 단어들을 정말 적절하게 잘 써주셔서 저도 감탄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앵커]
저는 사투리를 잘 몰라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밥알 얘기하실 때 있잖아요. 초밥 드실 때, '배 안 부르고로' 이게 일상적인 경상도 사투리인가요? 부르고로? 이렇게 말하는 거 처음 들어봐서…
[이성민/배우 : 예, 안 부르고로.]
[앵커]
안 부르고로.
[이성민/배우 : 잘 안되실 겁니다.]
[앵커]
근데, "다시 태어나면 나는 배우는 안 할 거다" 이 얘기는 왜 자꾸 하시는 건가요?
[이성민/배우 : 딴 거 해보고 싶어요. 저는 그 다른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많은 배우들이 아르바이트를 막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했다고 말을 하는데, 저는 그런 적이 없어요. 그래서 뭐랄까… 제 인생, 제 삶이 가끔 불쌍할 때가 있어요. 그 다른 삶을 잘 몰라요. 그래서 그 다시 태어난다면 배우는 좀 그만하고 싶어요.]
[앵커]
저는 언뜻 생각하기에 배우는 한 번뿐인 인생을 여러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이성민/배우 : 그럴 수는 있는데 다른 여러 여러 다양한 직업들 다양한 일들, 다양한 경험들, 다양한 모험들을 해보지 못했어요.]
[앵커]
배우분들 중에 저 배우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좀 얼굴이 더 완성돼 간다는 느낌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성민 씨도 그런 분들 중에 한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인데,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막 기대가 되시나요? 아니면, 좀 아쉽거나 조바심이 나시던가요?
[이성민/배우 : 20대 때는 빨리 30대 중반이 되고 싶었었어요. 그때쯤이면 배우로서, 그때는 연극할 때였는데 배우로서 뭔가 남자다움? 또, 삶이 어느 정도 묻어나는 그런 얼굴이 되지 않을까 해서 기대를 했었는데, 그리고 그 정도 나이면 배우로서 뭔가 승부를 볼 수 있는, 뭔가 도전해 볼 수 있는, 어느 정도는 내가 좀 완성이 된 나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 시간을 한참 지났었고, 지금은 제법 나이가 많아요. 그런데 이제 제가 할 거는 이제 장년으로, 장년으로서 또 앞으로 다가올 노년으로서 어떤 배우가 될까, 어떤 연기를 해야 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전에 인터뷰하신 내용도 보면 사실은 뭔가 근사하게 포장하시는 법이 없더라고요. 오늘도 저는 내내 느꼈고, 저는 뵙는 동안 뭘 느꼈냐면 "취해 있지 말라"는 예전 미생 대사 있죠. 딱 그 대사 같으신 분이다라는 걸 오늘 계속 느꼈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성민/배우 : 그러려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이렇게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거 꼭 이루래이~ 제가 연기한 건데 어떠셨어요? 대사 따라한 건데… 알겠습니다. 대답 안 듣겠습니다.
[이성민/배우 : 내년에 이제 또 새로운 작품으로 많은 관객들을 만났으면 좋겠고, 3월에 이 말씀 꼭 드려야 하는데 조진웅 배우랑 대외비라는 영화를 개봉합니다. 그때 기회가 되면 진웅군과 한 번 더 다시 찾아뵐 수 있기를.]
[앵커]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꼭 나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성민/배우 : 내년에 소원 꼭 다 이루래이~]
[앵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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