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살리는 장기기증…인식·제도 개선 필요
[앵커]
뇌사자 한 명의 장기기증은 많게는 9명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생명을 나눈다는 인식 속에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장기기증 현주소와 개선 방안은 없을지 김민혜, 차승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뇌사 판정을 받은 뒤 또래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이학준 군.
<이소현 / 고 이학준 군 어머니> "학준이가 아프면서부터 마음이 특별해지고…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이 사실은 그것(기증) 밖에 없잖아요. (주변에 아픈) 그런 친구들을 봐 왔기 때문에 마음이 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고…."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엄마는, 장기기증은 아들이 남기고 간 큰 선물이라고 여깁니다.
<이소현 / 고 이학준 군 어머니> "마지막에 남을 위해서 무엇을 줄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 저희에게는 큰 희망이었던 것 같아요. 위로가 됐었고…."
폐섬유화 진단을 받았지만 4년 전 폐 이식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손기동 씨는, 자신이 이식을 받는 상황에 놓일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손기동 / 67세, 2018년 폐 이식> "폐 이식이 가능하다는 걸 알기 전에는 진짜 절망했고 어두움 뿐이었거든요. 진짜 10%의 작은 가능성이지만 희망이 있다는 거 없다는 건 정말 완전히 다른 거 같았어요."
'생명나눔'으로도 일컬어지는 장기 기증 관심은 커가고 있습니다.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는 지난해 누적 165만여 명, 전체 인구의 약 3% 수준이지만 점차 늘고 있습니다.
다만 장기기증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지난해 뇌사 기증자는 442명.
최근 5년간 비슷한 수준을 보였는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 수는 크게 늘어, 지난해 4만 5,000여 명에 달했습니다.
생명나눔을 위한 귀한 결정, 장기기증.
현장에선 어떤 어려움들을 이야기하고 또 어떤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을까요.
차승은 기자가 이어서 전합니다.
뇌사 추정 환자가 발생하면 코디네이터들은 유가족을 만나 장기기증에 대해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현행법에서 기증은 배우자 등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가족의 죽음을 맞닥뜨리는 그 지점에서, 장기기증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은별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코디네이터> "아직은 기증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첫 면담 순간부터 아예 거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장기기증을 기피하는 이유는 뭘까.
설문조사 결과, 국민들은 신체 훼손에 대한 거부감과 막연한 두려움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부모님이 물려준 신체를 훼손하는 건 불효라는 유교적 가치관, 장기기증을 고인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탓입니다.
때문에 현장에선, 인식개선은 물론 기증자와 유가족을 예우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은별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코디네이터> "(예로) 미국은 추모 공원이나 기념관이 조성돼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공원이 조성돼 사회적으로 기증자에 대한 추모가 뒤따라 와야…."
기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기증 시 의무기록을 직접 발급해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기관이 대신하게 해 기증 과정이 지연되는 일을 막자는 취지 등으로 국회에도 관련 법안들은 발의된 상태입니다.
의료계에선 현재 뇌사 때만 가능한 장기기증을 심정지 시에도 가능하도록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도 제시합니다.
<김동식 / 대한이식학회 장기기증활성화위원장> "결국은 사망하게 될 것인데 엄격한 뇌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기증은 어려운 상황이 되는 거고 그런 분들이 의외로 꽤 있거든요."
이를 위해선 심장사 기준 등 심도 있는 논의도 선행돼야 합니다.
연합뉴스TV 차승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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