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 감독 유작, 아들이 마무리... 18년 만에 나왔다
아들 신정균 감독이 편집해 완성
영화감독 신상옥(1926~2006)의 미공개 유작이 29일 언론 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배우 신구·김지숙이 주연한 ‘겨울 이야기’. 2004년에 촬영을 마쳤지만 병마가 신 감독을 덮쳐 편집을 진행할 수 없었고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의 아들 신정균 감독과 조동관 촬영감독 등 후배 영화인들이 ‘겨울 이야기’ 편집을 마무리했고 마침내 1월 18일 개봉한다. 18년 만에 세상에 나오는 신상옥 감독의 75번째 작품이다.
‘겨울 이야기’는 아내의 죽음 이후 그 충격으로 치매에 걸려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노인(신구)과 그를 돌보는 며느리(김지숙)를 통해 치매 가정의 고통과 갈등, 화해를 그렸다. “늙는다는 것은 인간이 감당해야 할 가장 괴로운 고통이다”라는 문장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인생에는 봄이 있고 여름도 있다. 그리고 가을이 오고 마지막으로 겨울이 온다”(신상옥)는 연출 의도처럼, 모두가 겪게 될 인생의 마지막 계절인 노년기를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신상옥 감독은 1952년 ‘악야’로 데뷔해 ‘무영탑’(1957) 등 문학작품을 영화화했고 ‘로맨스 빠빠’(1960), ‘성춘향’(1961), ‘빨간 마후라’(1964) 등으로 대중 영화의 폭을 넓혔다는 평을 받는다. 1994년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일생을 영화에 바친 거장이다. 배우 최은희(1926~2018)의 남편이기도 했다. 그는 1978년 홍콩에서 납북된 뒤 1986년 탈북하는 등 극적인 삶을 살다가 2006년 타계했다.
신상옥 필모그래피의 마지막이 될 영화 ‘겨울 이야기’는 84분 길이다. 생전에 그는 “칸 영화제 출품을 염두에 두고 ‘겨울 이야기’를 촬영 중”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치매 노인 이야기를 다룬 홈 드라마예요. 요즘 영화들은 그런 소재는 안 다루니까 제가 했어요. 때리고 부수고 하는 것만 영화가 아니니까. 코믹한 성격도 있어 흥행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상옥 감독의 장남 신정균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정균 감독은 “필름으로 촬영한 것을 디지털로 복원했고 조동관 촬영감독과 함께 다듬어 이렇게 세상에 내보낸다”며 “아버님의 연출 의도와 손길을 훼손하지 않으려 애썼다. 신상옥 감독의 영화 중 유일하게 개봉을 못 했다는 옥에 티를 마침내 지운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며느리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지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만두를 먹으며 촬영하던 일, 최은희 선생님이 오시면 촬영장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던 일, 카메라 뒤에 서 계시던 감독님의 멋진 모습이 떠오른다”며 “배우들을 참 편안하게 해주시던 감독님이 지금 여기에 안 계신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동관 촬영감독은 “신상옥 감독님은 제 스승이었다”며 “마지막 작품을 촬영하고도 사장돼 가슴 아팠는데 늦게라도 빛을 보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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