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오랜만이군... 90년대 제패한 슬램덩크, 26년만에 애니로 귀환
세계 1억7000만부 팔린 만화 원작
모든 세대에게는 청춘 시절을 사로잡았던 만화가 있다. 1990~2000년대는 단연 일본 농구 만화 ‘슬램덩크’ 시대였다. 1990~1996년 연재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 1억7000만부를 올린 초대형 히트작. 한국에서도 1450만부 가까이 팔려나가며 “왼손은 거들 뿐” “포기를 모르는 남자” 같은 숱한 유행어를 낳았다.
만화 연재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26년 만에 ‘슬램덩크’가 부활했다. 1월 4일 국내 개봉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 만화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연출과 각본에 참여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상영 시간 2시간 5분). 이노우에는 사반세기 만에 돌아온 이번 ‘슬램덩크’ 극장판을 통해서 네 가지 회심의 승부수를 던졌다.
우선 과감한 디지털 3D(3차원) 애니메이션 도입. 일찌감치 3D의 신세계를 열어젖힌 미국 디즈니에 비하면, 전통적으로 일본은 2D(2차원) 애니메이션의 강국이었다. 하지만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는 경기 장면에서 농구장에 들어온 듯한 현장감과 입체감을 부각하기 위해 3D를 바탕에 깔았다. 덕분에 림(rim)이 흔들리는 주장 채치수의 폭발적 양손 덩크,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면서 그물을 가르는 정대만의 3점슛도 경기를 관전하는 것처럼 한층 생생해졌다. 반대로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아날로그의 만화적 질감을 살려서 정감을 더하는 ‘양면 작전’을 구사했다.
둘째로 기존 만화의 주인공 강백호·서태웅의 팽팽한 라이벌전 대신에 팀의 주전 가드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이야기 전체를 재구성했다. 이전 만화나 TV 애니메이션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기도 하다.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비극적 사고로 형을 잃고 만 송태섭의 전사(前事)를 덧붙였다.
돌아보면 ‘슬램덩크’ 원작 만화는 고교 농구팀을 다룬 학원물(學院物)이지만 독특한 점이 적지 않았다. 우선 등장인물의 가족사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고 로맨스도 지극히 간략하게만 처리했다. 반대로 오로지 승부에 목숨을 건 인물들에게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사무라이극과도 같았다. 코트는 전쟁터이며 공은 검(劍)이 되는 것이야말로 이 만화의 매력이었다. 이노우에가 후속작으로 일본의 전설적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를 등장시킨 만화 ‘배가본드’를 그린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셋째로 원작 만화에서 마지막 경기에 해당했던 북산고와 산왕공고전에 초점을 맞췄다. 만화의 마지막 장면이 이번 극장판에서는 현재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전 장면들은 과거 회상으로 처리했다. 다만 회상 장면이 많고 유년 시절의 먼 과거와 고교 시절의 근과거(近過去), 현재 경기 장면까지 시점이 계속 분산되는 바람에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원작의 주옥 같은 명대사들은 과감하게 압축했다. 하지만 모든 음악과 음향을 덜어낸 채 정적(靜寂)의 순간으로 묘사한 경기 종료 직전의 마지막 5초만큼은 놓치기 아깝다. 더불어 ‘슬램덩크’의 모든 팬이 간절히 기다려 왔던 그 대사가 나온다. “영감님(감독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죠? 난 바로 지금이라고요!” 강백호가 드디어 코트에 복귀하는 순간, 26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감동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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