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석유 팔걷은 UAE...지금 아부다비는 ‘스타트업 천국’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2. 12. 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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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新산업 기술허브 가보니
ICT·헬스케어·핀테크 등
200개社 둥지 튼 ‘허브71’
규제문턱 낮고 투자기회 많아
非석유 수출 8년내 2.3배 목표
10년 거주 골든비자 요건 완화
관광 인프라에도 34조원 투입
‘허브 71’에 진출한 핀테크 스타트업 어덴다 대표가 중동 투자자들 앞에서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허브 71】
중동의 에너지 부국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수도 아부다비. 뜨거운 사막 바람을 제치며 여의도 느낌이 물씬 나는 알마리아 섬의 금융 자유무역지대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에 도착하니 아찔한 고층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 건물에 들어서니 이곳이 중동 한복판인지 유럽인지 헷갈릴만큼 거대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곳곳을 수놓고 있었다. 200개 기업이 넘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빼곡히 둥지를 튼 ‘허브 71’이 들어선 건물이다. 이곳에서 만난 샴마 파헤드 알델리씨는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혁신 생태계가 허브 71”이라며 “허브 71의 주요 목표는 전세계 스타트업들에게 자본과 시장은 물론 고급 인재에 대한 더 많은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UAE는 세계 7위 석유 매장국이자 중동 대표 산유국이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탈석유 전략에 따라 경제다각화에 나서며 신산업을 키우고 있다. 자원 고갈에 대한 위기감으로 다른 먹거리를 찾아 향후 백년대계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허브 71은 중동을 대표하는 아부다비 최대 스타트업 생태계로, 석유 기반 경제에서 기술 기반 경제로 탈바꿈하려는 아부다비의 야심찬 계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허브 71 진출 기업들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한 자금 지원과 제품 개발에 있어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자유무역지대에 등록된 이들 기업들은 법인세가 면제되며, 회사법 개정으로 외국인 100% 지분 소유도 허용된다.

특히 ICT와 헬스케어, 핀테크, 관광 등 고성장 분야 수백개 스타트업들이 집결해 있다 보니 아이디어와 투자 관련 기회를 얻고 인재풀을 공유하는 이점도 있다. 지난해 말 허브 71에 합류한 유전자 분석 예방의료 스타트업 프리딕티브 케어 윤사중 대표는 “오일달러를 비롯한 투자금 유치에도 도움이 되지만 유명 바이오 헬스 기업들과 접촉하기 훨씬 쉬워졌다”며 “한국에선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10개 정도 정해놓는데 반해, 아부다비에선 제한 없이 프라이버시만 지키면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비교했다. 의료 규제 관련 방향성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다만 혜택만큼 경쟁도 만만치 않다. 허브 71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모하메드 알쿠리씨는 “최근 3개월간 스타트업 코호트에 지원한 423개사 중 21개사 입주했다” 며 “우리는 잠재력을 보며 선정 절차가 끝나면 6주 이내에 입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허브 71에 진출해 있는 스타트업은 자연스레 아부다비의 경제 다각화에 기여하게 된다. 허브71에서 창출한 고급 일자리는 지난 4년간 1000개가 넘는다.

최근 아부다비 경제개발부는 2031년까지 100억 디르함(약 3조 5500억원)를 들여 해외 직접 투자를 유치하고 아부다비의 제조업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동시에 1만3000여 개 고급 일자리를 만들고 비석유 부문 수출 규모를 2.3배인 1788억 디르함(약 63조 7천억 원)규모로 키운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경제개발부 산하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이 각각 운용자산이 8290억달러와 2840억달러에 달하는 국부펀드 ADIA와 무바달라의 투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부다비 당국은 고급 인재 유치를 위해 비자 제도도 개편 중이다. 2019년 도입된 골든비자는 투자자와 기업인, 고급 인력을 대상으로 최장 10년간의 거주를 보장해 왔다. 지난 10월부터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청에 요구되는 월 최소 급여 요건을 5만디르함(약 1750만원)에서 3만디르함(약 1050만원)으로 낮췄다. 아부다비 당국은 내년엔 올해보다 2배 이상 발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AE는 미국과 유럽 명문대 유치에도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국제교육과 연구 특구를 설립하는 등 중동의 지식 허브도 지향한다. 덕분에 해외 인재들을 유인할 경쟁력 있는 교육 인프라를 갖췄다. 아부다비에는 미국 뉴욕대(NYU)를 비롯해 프랑스 소르본 대학,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등 세계 유수 명문대학 캠퍼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본 캠퍼스 못지 않은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아부다비는 인구 90%가 외국인이다. 동시에 중동에서 무슬림 이외 타종교와 문화에 대해 가장 포용적이며 사회적으로 관용을 강조한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자연스럽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게다가 영어가 사실상 공용어라고 할 만큼 대부분 영어를 매우 능숙하게 구사한다. 국제화되고 열린 교육 환경을 접하기엔 최적의 환경이다.

8겹의 별모양 레이어 천장이 특징인 루브르 아부다비. 파리 루브르와 중동 및 세계 곳곳에서 모인 300여점의 유물과 거장들의 미술품을 감상 할 수 있다.
아부다비가 문화·관광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경제 다각화의 일환이다. 2004년 부터 270억 달러(약 34조원)를 쏟아부은 ‘사디야트 아일랜드 프로젝트’가 그 핵심 사업이다. 2017년 프랑스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루브르 박물관 분관이 세계 최초로 개관했다.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지름 180m의 거대한 돔 외벽과 독특한 별모양의 레이어가 8겹으로 겹쳐져 있는 천장이 특징이다. 사디야트 문화지구에는 루브르에 이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비롯해 아부다비 자연사 박물관, 자이드 박물관이 한창 건설중이다.

소프트 파워를 키우려는 아부다비가 롤모델로 삼는 나라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아부다비에서 만난 UAE 한국문화원 남찬우 원장은 “우리가 한강의 기적이란 말을 쓰듯, 이곳 사람들은 ‘사막의 기적’을 일구었다고들 한다”고 운을 뗐다. 남 원장은 “그런데 2010년대 들어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에 젊은이들을 보내고 있다” 며 “석유 없이도 성공한 비결을 찾으라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적 성공을 넘어 어떻게 문화적으로도 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을까, 매우 궁금해 한다”며 “한층 높아진 한류의 위상을 피부로 느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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