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된 침묵 끊어낸 용기‥'제보자들'을 만났습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2022년 연말기획 시리즈 세 번째, 오늘은 용기를 내서 뉴스데스크의 문을 두드린 '제보자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들이 침묵을 깨고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말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 뉴스는 시작됐습니다.
김민형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김세영 (지난 8월 23일)] "직원들의 점심을 위한 밥 짓기, 화장실에 비치하는 수건을 집에서 세탁해오라는 지시까지 받은 겁니다."
2022년임을 의심하게 했던 새마을금고 일부 지점의 성차별 갑질.
무력하던 피해자의 마지막 수단은 제보였습니다
[새마을금고 제보자] "(회사에 호소했지만) 전부 다 묵살이 됐고,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다 했는데 이래도 개선이 안 된다면 공론화시켜보면 어떨까…"
그래도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막상 카메라 앞에 앉기까진 두 달여가 더 필요했습니다.
그 용기가 일으킨 파장이 전국적인 새마을금고 갑질문화 폭로로 이어졌고, 금고 중앙회는 물론 정부까지 진상조사에 나서게 됐습니다.
[새마을금고 제보자] "근로감독 조사가 들어가니까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진 건 사실이에요. 제일 문제가 됐던 점심 식사 준비나 수건세탁 업무는 이제 사라졌다고 해요."
현직 군인인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리고 성폭행과 살해 협박까지 당한 김 모 씨.
미덥잖은 군 검찰의 수사까지 지적되면서 보도 후 보완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김 씨(가명) / 가정폭력 제보자] "취재가 시작되니까 그제서야 군사검찰 군사법원에서 저에게 다시 진술 대면조사를 요청을 해주셨고 그 덕분에 새로운 혐의도 다 적용이 돼서 재판에 들어갔고…"
이후 가해자에게 내려진 1심 선고는 징역 15년, 피해자에겐 안도와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습니다.
내 집에서 계속되던 악취의 충격적인 정체.
[MBC뉴스데스크 (지난 7월 19일)] "신축 아파트의 방 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악취가 계속됐는데요. 방 천장을 뜯어봤더니 인분이 가득 담긴 봉지들이 나왔습니다."
건설현장의 화장실 부족에 시달리던 작업자들이 인분을 제대로 치우지 않고 공사를 마감했고, 시공사도 조치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수도권의 다른 공사현장에서 제보가 잇따랐는데 취재진의 접근이 제한되는 곳이었기에 더 값진 문제제기였습니다.
[인분 공사장 제보자] "뉴스 나가고 나서 당장 (임시 화장실이) 5개 층마다 하나… 그렇게 현장이 변해가는 거고, 그때 뉴스를 보면서 저희들도 지금도 감정이 올라오는데 울컥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보 속 미담의 당사자도 만나봤습니다.
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침수된 반지하 주민들을 이웃과 함께 구조한 박종연 씨.
"나와. 나와! 됐다, 살았다!"
[박종연/미담 제보 당사자] "지하는 (물이) 꽉 차고 있었죠. 예,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피부병을 얻어 한 달간 고생했다면서도 누구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말합니다.
[박종연/미담 제보 당사자] "<무섭지는 않으셨는지?> 무서운 것보다도요. 위급한 상황이 있다면 누구나 다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제보와 보도가 모든 것을 바꿀 순 없습니다.
파장이 잦아들면 다시 문제가 재발되지 않을지, 새마을금고 갑질 제보자와 성폭력-스토킹 피해자들은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버스업체의 장애인 승차 거부와 관련해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했지만, 졌다는 이유로 천만 원 가까운 소송비용을 내게 된 제보자의 상황도 아직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제기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얻고, 두려움을 이겨냅니다.
[임태욱/장애인 이동권 제보자] "당장 바꾸지는 못해요. 결코 자기 자신은 작지 않아요. 그 작은 목소리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무조건 있고."
[김 씨(가명)/가정폭력 제보자] "탄원서 600장을 들고서 군사법원에 제출을 하러 가는데 나 진짜 혼자가 아니구나,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생각에… 그때 좀 울컥했어요."
그것이 침묵 속에 아파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용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영상취재: 소정섭 윤병순 이준하 / 영상편집: 송지원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영상취재: 소정섭 윤병순 이준하 / 영상편집: 송지원
김민형 기자(peanut@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40748_35744.html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 터널을 집어 삼킨 '화마'에 5명 숨지고 37명 다쳐
- "차 두고 뛰쳐나와" 순식간에 번진 불길에 '필사의 탈출'
- [단독] 숨진 빌라왕 송 모 씨‥"일감 받아 심부름한 사람이었다"
- [단독] 빌라왕 뒤의 빌라왕‥끝은 어디인가?
- 택시기사·전 동거녀 살해범 31세 이기영‥시신·범행도구 수색 계속
- [단독] 운동선수·유흥업소 '선수'까지 뇌전증 연기
- 플라스틱 방화벽 타고 빠르게 확산
- '실전적 훈련' 강조했지만‥"사격 훈련은 나중에"
- 윤 대통령 "우월한 전쟁 준비해야" vs 野 "'안보'는 전쟁 안나게 하는 것"
- 윤 대통령, 새해 첫날 생중계로 신년사 발표‥신년회견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