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한 달이 일 년 같다' 윤석열의 국정 퇴행 8개월

뉴스타파 2022. 12.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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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그 결과 5년 만에 정권이 바뀌며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이어진 6월 지방 선거에서도 광역 자치단체 17곳 가운데 12곳을 국민의힘이 휩쓸며 압승했습니다. 10월 말에는 축제를 즐기러 나온 젊은이 158명이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숨진 사상 초유의 이태원 참사가 있었습니다.

 올해 마지막이 될 오늘 <주간 뉴스타파>에서는 집권 1년차 윤석열 정부가 한 해 동안 제대로 역할을 해왔는지 분야별로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과이불개' 인사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 입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 '과이불개'라는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분야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일 겁니다.

임기 초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이시원 검사를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임명했고, 표절과 데이터 조작으로 만들어낸 장녀와 처조카들의 허위 스펙이 문제가 됐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임명도 강행했습니다. 한동훈 장관은 뉴스타파 보도로 장인과 처남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가 드러나기도 했죠.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시절 특활비를 관리했던 복두규 대검찰청 사무국장과 윤재순 운영지원 과장은 각각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총무비서관이 됐습니다. 이 중 윤재순 비서관은 과거 두 차례의 성비위 전력이 드러났는데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예산을 관리하는 자리에 다시 임명됐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문제적 인사들의 공통점은 모두 검찰 출신이라는 겁니다. 참여연대 조사와 언론 보도등을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차관급 이상,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모두 15명이나 됩니다. 

'과이불개' 인사의 정점은 이태원 참사 이후였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골목에서, 축제를 즐기러 나온 시민 478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상 초유의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책임을 져야 할 고위공직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장폐천' 영부인 리스크

지난 대선 당시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논문 표절과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이자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 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그러나 정작 영부인이 되자, 취임식부터 권력 사유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인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의 아들, 모친 최은순 여사에게 잔고 증명서를 위조해 준 코바나콘텐츠의 전 감사, 최은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관, 패륜적 언행을 일삼는 극우 유튜버를 취임식에 초청한 것이죠. 고액의 후원금을 낸 민간인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 해외순방 수행원으로 데려가는가 하면 대통령 관저 공사를 코바나콘텐츠 연관 회사에 맡기기도 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는 드러난 김건희 여사와 그 모친 최은순 여사의 연루 정황이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실은 거짓 해명을 내놓기에 바빴고 이제는 그마저도 내놓지 않고 무시와 버티기로만 일관하고 있습니다.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 언론관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문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바로 언론 분야일 겁니다. 인수위 시절부터 뉴스타파 등 비판적인 언론의 취재를 임의로 차단하는 구태를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시간이 갈수록 ‘비정상적’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괴한 수준의 언론관으로 퇴행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파적 이익을 위해 사실과 거짓의 경계까지 허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명백한 사실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거짓이라고 지목하면 여당과 보수 언론이 우르르 달려들어 정말 거짓인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초현실적인 광경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바이든' 사태라고 불리는 지난 9월의 미국 순방길 비속어 사용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140곳이 넘는 언론사가 '바이든'으로 자막을 달아 기사화했는데, 대통령실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다라고 해명하는 순간 여당과 보수 언론은 이 명백한 사안을 논란으로 만들었고, 평소 맘에 들지 않았던 특정 언론을 찍어 "가짜 뉴스를 방송했다"고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얼마 전  <대통령-국민과의 대화> 리허설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봐도 리허설을 한 게 분명한데 리허설이 아니라며 이를 보도한 YTN을 공격했고, 여당과 보수 언론들이 여기에 가세했습니다.  

이렇게 가짜 뉴스에 기반한 공격의 진짜 목표는 무엇일까요. 언론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총선 일정에 맞춰 공영방송을 장악해 총선에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임기가 7개월 가량 남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공격, KBS 사장과 이사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 MBC와 YTN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등이 그것입니다. 서울시의 TBS 교통방송 예산 삭감과 인터넷 매체 '더탐사'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도 같은 맥락에서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같은 방식은 과거 큰 물의를 빚었던 MB 정부의 언론 장악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MB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동관 씨를 대외협력특보로 임명했는데, 익명을 요구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전체적인 언론 정책 컨트롤을 이동관 특보가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짜 법과 원칙 내세우는 '양두구육' 노동정책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의 대규모 파업이 있었습니다.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냐'면서 1평 남짓 철창에 스스로를 가둔 채 옥쇄 투쟁을 벌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적정운임을 보장해 달라며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이 벌인 파업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불법 파업’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노동자들을 협박했고 노동자들은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벌이는 것, 특수고용노동자들인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것은 모두 '불법'이라고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이 두 번의 파업에는 모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원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파업의 구조적인 원인에는 눈감은 채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했고 결국 노동자들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백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이 두 파업을 주도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과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은 지금도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 교육 노동이라는 3대 개혁 과제를 발표하며 그 중 노동 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는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며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비공개, 비공개, 비공개

지난 8개월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의 또다른 특징을 들자면 바로 '비공개 정부'라고 불려도 될만큼 정보 공개에 인색하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취임식 명단, 대통령 비서실의 수의계약 내역, 심지어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까지, 행정 감시를 위해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공개를 요구한 자료들에 대해 하나같이 '비공개'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검찰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행정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검찰은 또다시 이를 상고심으로 끌고갔습니다. 이런 '비공개' 국정 운영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태원 참사의 유족들이 아무리 요구해도 윤석열 정부는 유족들이 원하는 정보를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과 트럼프

지난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한 <주간 뉴스타파> 첫 방송의 제목은 ‘퇴행과 불통, 윤석열 시대의 전조들’이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전조에 불과했지만, 지난 7, 8개월 사이 ‘퇴행과 불통’이라는 두 단어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너무나 적확하게 보여주는 단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외신들은 이런 윤석열 대통령을 퇴행과 불통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처럼,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파괴하며 언론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고 정파적 이익을 위해 혐오와 편가르기를 조장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이런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의회 폭동 사건을 조사해 온 미 하원 특별위원회가 가짜 뉴스로 폭동을 부추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기소를 권고했다는 소식입니다. 윤석열 정부 집권 8개월차를 맞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뉴스인 것 같습니다. <주간 뉴스타파>는 새해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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