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때와 판박이...윤석열표 언론 자유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이 극명히 드러난 것은 지난 9월 22일 미국 순방 때였다. 공교롭게도 대통령 자신이 뱉은 비속어를 둘러싼 논란이 계기가 됐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MBC가 보도시각에서 앞섰을 뿐, 지상파 3사를 비롯한 많은 언론사가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 후 15시간이 지나 대통령실의 공식해명이 나왔다. ‘바이든은’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것이었다.
뜻밖의 해명에 언론은 물론, 국민들도 당황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이 말을 ‘바이든’으로 들었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자신의 비속어 발언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 쪽에 돌렸다. 대통령실은 첫 보도를 한 MBC를 "한미동맹을 훼손함으로써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게 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여당도 때를 맞춰 MBC를 항의방문하고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어 MBC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11월 동남아 순방 때는 MBC 출입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른바 소통 행보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 이때 중단됐다. 왜 똑같이 보도한 다른 방송사와 언론사는 놔두고 유독 MBC만 정권의 뭇매를 맞게 됐을까?
비속어 보도 하나만 볼게 아니라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어져온 윤 대통령과 MBC의 불편한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미디어 전문 취재기자는 지적한다. 김건희 씨 7시간 녹취록 보도, 대통령 전용기 민간인 탑승 보도, PD수첩의 김건희 논문 조작 의혹 보도 등 MBC 보도가 달가울 리 없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MBC가 가장 정부 여당에 불편한 리포트를 하고 있다라고 정부 여당 스스로 판단을 하고 너네 MBC처럼 하면 MBC처럼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 정철운 / 미디어오늘 기자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권에 미운털이 박혔던 YTN도 윤석열 정부 들어 민영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YTN의 대주주였던 한전KDN과 마사회가 전체의 30% 넘는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ㅛ수
사실상 YTN을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의 명분은 공기업 경영 효율화였다. 하지만 애시당초 한전KDN과 마사회가 YTN이 흑자회사임을 들어 매각의사가 없다고 밝혔던 사실을 감안하면 경영 효율화라는 정부의 민영화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YTN은 2021년 5백억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YTN은 대선 때부터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과 엉터리 번역 등 윤석열 당시 후보측이 불편해할 만한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공기업 지분 매각과정에서 나온 여당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의 발언을 보면 YTN 보도 내용과 민영화의 상관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YTN은) 우리 윤석열 후보나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부분은 진위와 상관없이 공격하는데 열을 올린 방송사였습니다. YTN 언론노조지부는 이번 지분매각 결정으로 스스로 주장했던 정치적 독립에 대해서 전환점으로 여겨야할 것입니다.
- 박성중 / 국민의힘 의원 22.11.18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언론 장악의 외주화인 셈이에요. 권력이 직접 YTN을 YTN보도를 주무를 수가 없으니까 사주한테 줘서 사주가 권력친화적인 사주가 YTN 보도를 권력친화적으로 만들겠다 그런 거거든요.
- 고한석 / 언론노조 YTN 지부장
서울시의 TBS 교통방송 예산 삭감과 인터넷 매체 더탐사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도 불편한 언론 손보기란 시각이 많다.
방통위와 KBS에 대해 가해지고 있는 압박도 가히 전방위적이다. 감사원의 감사와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의 압수수색 그리고 여권의 방통위원장 사퇴 압력이 윤석열 정부 출범 8개월 동안 쉴새없이 이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한상혁 현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는 23년 7월 말까지다.
현재 방통위 위원은 여권 2명 야권 3명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이 물러나면 후임자는 윤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고 방통위 구성이 여권 3명 야권 2명의 비율로 바뀐다2023년
방통위는 공영방송인 KBS의 이사회와 MBC 방문진 이사회의 이사선임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사장 교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 공영방송 경영진에 대한 압박 또 감사원을 동원한 감사, 국민감사 청구 고발, 일련의 사태들이 2008년에 이명박 정권 당시에 그 방송 장악이 본격화되던 시점에 다 우리가 목격했던 일입니다. 뭐 길게 설명드릴 이유도 없고 그 당시에 KBS의 정연주 사장 몰아내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 아주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MBC 역시 마찬가지고요.
- 윤창현 /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윤석열 정부 출범 후 MB 정부 초기의 방송장악과 판박이처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면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동관 특보는 MB 정부 초기 홍보수석과 대변인을 지내며 KBS 정연주 사장 해임, YTN 기자 해고, 언론인 사찰 등 정권의 방송장악에 깊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동관 특보가 23년 7월로 임기가 끝나는 차기 방통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언론계에 파다하게 퍼져있다. 이동관 특보는 자신의 역할과 방통위원장 설에 대해 말을 아꼈다.
과대 평가해주셔서 감사는 한데 지금 현재로서는 아직 그런 그림 지금 구체화돼 있는 건 없어요. 그냥 이런저런 그냥 논의 차원에서들...그렇기 때에 코멘트하기가 좀 그러네요. 조금 더 지켜봅시다.
-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은 결국 2024년 4월 총선 일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YTN의 공기업 지분 매각으로 인한 최대 주주 변경은 방통위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 한상혁 위원장이 물러나는 23년 7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KBS나 MBC 사장 교체 시도도 방통위 상임위원 구도가 역전돼야 가능해진다. 그 시점은 바로 24년 총선 국면으로 본격 돌입하는 내년 하반기다.
정부 여당 쪽에서는 총선 전에 YTN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와요.그걸 보면 총선 국면에서 본인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하겠다는 거죠.그래서 그 전에 YTN을 장악해서 YTN을 본인들의 편으로 만들겠다.그 의도가 너무나 뻔히 보이는 상황입니다.
- 고한석 / 언론노조 YTN지부장
지금 여소야대 국회이기 때문에 뭘 하려고 해도 잘 안된다 이런 생각을 하겠죠.그래서 대폭 의회 구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언론을 잡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024년 총선 이전에 적어도 한 1년 전부터는 확실하게 언론을 장악하고 그러니까 MB 때 같은 언론, 박근혜 정부 때 같은 언론에 대한 강렬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 이진순 /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봄에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를 보면 이른바 보수정권 때는 어김없이 순위가 하락했다. 윤석열 정부는 다를 수 있을까? 전망은 밝지 않다.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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