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업화 `금맥` 캐는 대학 <하>] 산·학 뭉쳐 빅데이터·바이오 걸작 만들다
자회사 설립도 1년새 35%↑
<기획>기술사업화 '금맥' 캐는 대학 (하)
경기침체기에도 대학 실험실에서는 미래 먹거리 기술이 탄생한다. 이는 창업과 기술이전으로 이어져 산업의 맥박이 빨리 뛰게 하는 촉진자 역할을 한다.
과기정통부 TMC(대학기술경영촉진) 사업을 마중물로 일선 대학들은 2021년에만 참여 대학당 65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대학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설립은 2020년 85개에서 2021년 115개로 35% 늘었다. 대학과 기업들은 강한 기술을 매개로 원팀을 구성, 시장을 이기는 파괴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에비드넷의 사업 아이템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인 의료 빅데이터다. 의료 빅데이터 전문가인 박래웅 아주대 의대 교수가 축적한 기술과 경험이 바탕이 됐다. 박래웅 교수는 국내외 56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오디세이 컨소시엄(OHDSI)의 국내 조직을 이끈 전문가다. 그는 폭넓게 쓰이는 의료데이터 표준화 모델인 OMOP-CDM(공동데이터모델) 확산을 위해 에비드넷 창업에 도전했다. 가능성을 본 한미벤처스와 SK㈜가 2018년 약 9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에비드넷은 한미약품 출신 조인산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 회사는 40여개 종합병원이 보유한 5000만명 이상의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한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피더넷'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2021년 약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55명의 일자리를 창출한 에비드넷의 성장 배경에는 아주대 산학협력단과 엔포유기술지주회사의 맞춤 지원이 있었다. 기술이전 계약, 투자유치 과정에 이들이 길잡이 역할을 했다. 2020년에는 150억원의 시리즈A 투자유치도 도왔다. 에비드넷은 지난해 과기정통부 마이데이터사업 의료분야 사업자로도 선정돼 20개 종합병원이 참여한 의료 마이데이터 서비스 '메디팡팡'을 오픈했다. 공공기관 및 전국 20개 종합병원에서 병원 전자의무기록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정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정보 등의 데이터를 받아 제공하는 비대면 의료데이터 서비스다.
이를 통해 환자는 새로운 병원에 방문하거나 병원을 옮길 때 이전 의료기관에서 진료 기록을 발급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올해는 신한금융그룹 '원신한 커넷트 신기술투자조합 1호'으로부터 약 100억원의 추가 투자도 유치했다. 에비드넷 관계자는 "아주대·에비드넷·엔포유기술지주 간의 협업을 통해 산·학 동반성장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중견 제조기업 제일E&S는 이차전지 사업을 키우기 위해 한국해양대와 손잡았다. 강준 한국해양대 교수팀이 개발한 인조흑연 및 탄소나노튜브, 이차전지 소재 기술에 대해 이전 계약을 맺고 2020년 10월 합작사인 프리원을 설립했다. 이후 제일E&S, 프리원, 한국해양대 산학협력단은 R&D, 시제품 제작, 매칭 지원 등 폭넓은 협력을 통해 촉매정제 공정이 필요 없는 탄소나노튜브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 이후 작년 11월 탄소나노튜브 양산 협약을 맺고 추가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했다. 프리원은 탄소나노튜브, 인조흑연, 나트륨 이온전지를 통해 국내 대표적인 소재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가려움증 개선과 아토피 치료를 위한 피부진정 제품을 상품화한 스템디알의 성장 뒤에는 전북대 산학협력단의 도움이 있었다. 스템디알은 전북대 산학협력단의 도움으로 연구자들과의 협력체계를 갖추는 한편 패혈증 관련 기술 등 3건의 기술이전을 받았다. 전북대 산학협력단과 한국화학연구원이 공동 보유한 'N-아세틸 아미노산을 포함하는 아토피 또는 가려움증 치료용 조성물' 특허도 이전 받아 주요 제품의 성능을 보강하고 해외 진출 기반도 마련했다. 이 회사는 현재 패혈증과 ARDS(급성호흡기증후군) 관련 국내외 특허물질, 가려움증 및 아토피 관련 특허 물질을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건강기능식품 스타트업 레몬박스는 동서연 숙명여대 IT공학과 교수 연구팀으로부터 'AI(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능성 원료 효능 검증 및 적정 함량 선택법'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화 경쟁력을 높였다.
프로바이오틱스, 루테인·오메가3 제품을 출시한 레몬박스는 소비자 데이터, 타사 제품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동 교수팀과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한 레몬박스는 6~12개월 걸리던 건강기능식품 신제품 출시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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