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주소’ 가해자에 노출…“무서워서 소송 못해”
[앵커]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 나아가 '보복 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자 주소 정보 등이 담긴 소송 서류가, 가해자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인데요.
정해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등학생 시절 성폭행을 당한 A 씨.
합의를 해줬는데도 4년 넘게 합의금을 주지 않아,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 1심에서 승소하기는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닥쳤습니다.
[성폭행 피해자/음성변조 : "제 (직장) 주소가 적혀져 있는 서류가 법원에 의해서 (가해자에게) 송달이 됐고요. 주소지를 적어내는 건 전혀 몰랐죠... 그런 걸 알았다면 소송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때부터 고통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성폭행 피해자/음성변조 : "가해자가 정말 그 날처럼 칼을 들고 찾아오면 어떡하지... 나는 안전할 수 있을까..."]
실제로 석 달 전 직장 근처에서 가해자와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성폭행 피해자/음성변조 : "(가해자가) 인접 역을 일부러 들리는 시도를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보복범죄 우려가 있어서 가해자가 더이상 저를 해치지 못하도록 국가기관에 의해서 구제를 받고자 했던 건데..."]
문제는 '법'에 있었습니다.
피해자 정보가 보호되는 형사소송과 달리, 민사소송에선 피해자 인적사항까지 모두 적어 내야 합니다.
변호인을 선임하더라도, 원고 본인의 이름과 주소지를 기재하는 게 원칙입니다.
이 절차 때문에, 아예 소송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단체의 설문조사 결과, 성범죄 피해자의 75%가 보복 우려 등으로 손해배상권을 청구하지 못했습니다.
[김영미/변호사 : "주민등록번호나 주소지 뒷부분은 법원은 반드시 알고 있어야 되지만 상대방 피고나 다른 제 삼 자 같은 경우는 다 알 필요가 없거든요. 충분히 보호해줘야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
민사소송에서도 피해자 정보를 보호하는 법안이 2018년 발의됐지만, 무관심 속에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긴 했는데, 아직 상임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 최하운 김현민/영상편집:신남규/CG: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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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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