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천장이 비처럼…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5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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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인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에서 난 불이 방음터널 벽에 옮겨붙으면서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상행선 북의왕나들목(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처음 불이 난 시각은 29일 오후 1시49분이다.
방음터널의 천장과 벽체로 옮겨붙으며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양방향 출구를 제외한 구간 전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인해 유독성 연기가 신속하게 배출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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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방음터널 전체 불길 휩싸여
방음터널 천장 안 녹아내려 아비규환
제2경인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에서 난 불이 방음터널 벽에 옮겨붙으면서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이 나자 폴리메타크릴산메틸 재질로 만들어진 방음벽 수백 미터 구간은 순식간에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다.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상행선 북의왕나들목(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처음 불이 난 시각은 29일 오후 1시49분이다. 불은 안양에서 성남 쪽으로 달리는 폐기물 수거 트럭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확보한 화재 당시 영상을 보면, 트럭에서 시작된 불은 빠르게 방음터널로 옮겨붙었으며 검은 연기가 터널 안을 가득 메웠다. 불길이 커지자 뜨거운 열기로 터널 천장이 녹아내리면서 불똥이 도로 위로 비처럼 쏟아졌다.
이 불로 승용차 4대에 타고 있던 운전자 등 5명이 숨지고 3명이 얼굴 등에 중화상을 입었다. 다른 차량에 있던 34명도 유독성 연기를 들이마셔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 차량들은 정체 상황에서 서행을 하다가 별다른 통제 없이 터널 안으로 진입했으나 갑작스러운 화재 상황에 휘말렸다. 당황한 운전자들은 급정거 뒤 후진을 시도했지만, 후방에서 밀려드는 차량들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자 차를 버리고 터널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터널 내부에 고립된 차는 모두 44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헬기와 펌프차 등 장비 77대와 소방 인력 190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약 2시간30분 만인 오후 4시12분쯤 진화를 완료했다. 이 불로 고속도로 양방향이 오후 늦게까지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방음터널 아래 있는 47번 국도 1㎞ 구간도 왕복 10차로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이날 화재는 방음터널 내부에서 발화가 시작되면서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불이 방음터널의 천장과 벽체로 옮겨붙으며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양방향 출구를 제외한 구간 전체가 막혀 있는 구조 때문에 유독성 연기가 신속하게 배출되지 못한 것이다.
방음터널은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거나 감소시키는 구조물이다. 산악을 뚫어 만든 일반 터널과는 달리 주거지나 상업용 건물이 밀집한 도심 구간을 관통하는 도로 위에 지붕과 벽체가 있는 구조물을 씌우는 형태다. 방음터널은 강화유리에 견줘 가볍고 빛을 잘 투과시키는 열가소성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다. 이날 불이 난 방음터널은 2017년 8월 완공됐는데, 재질은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빛 투과성이 좋고 시공이 용이해 폴리카보네이트와 함께 방음시설에 널리 사용된다고 한다.
제진주 한국 열린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안전학과)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폴리메타크릴산메틸은 보통 ‘아크릴’이라고 부르는 플라스틱 패널로 생각하면 된다. 불에 잘 타는 가연성 물질이기 때문에 차량에서 옮겨 붙은 불이 빠르게 번졌을 것”이라고 했다. 원래 고속도로 방음벽에는 알루미늄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불연성 재질이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엔 주변 경관과의 조화, 일조권 및 조망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투명 아크릴 같은 가연성 재질이 더 많이 쓰인다고 한다.
방음자재 품질 규정이 소음 저감 효과에 집중돼 화재 안전성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방재학회의 2019년 논문집에 실린 ‘방음터널의 화재안전성에 관한 국내 연구동향 분석’이란 논문은 “대부분의 방음터널이 공기단축 및 시공의 편의성을 이유로 열가소성 플라스틱 방음판으로 시공돼 있어 화재 등 재난상황 발생시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성을 갖게 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사상자 다수가 불이 난 차로의 반대편 차로를 달리던 차량에서 발생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연기가 들어차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터널 안으로 진입한 차량 운전자들이 화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방음터널에는 불이 났을 때 차량 진입을 차단하는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화재 발생 뒤 이 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기남부청 수사부장과 자치부장을 공동 수사본부장으로 한 50여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경찰은 폐기물 수거 트럭 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해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30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폐기물 수거 트럭에 대한 합동감식에 나설 계획이다.
김기성 이승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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