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첫 ‘1000만 영화’… 껑충 뛴 티켓값 관객 ‘화들짝’
권이선 2022. 12. 29. 19:23
2022 영화계 결산
‘범죄도시2’ 관객 1200만 돌파
주말 상영관 요금 1만5000원
OTT 한달 구독료 맞먹는 수준
‘헤어질 결심’ 박찬욱, 칸 감독상
‘브로커’ 송강호, 男주연상 쾌거
홍상수,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부산영화제 3년 만에 정상화
강수연 갑작스런 별세 소식에
“원조 월드스타 떠났다” 눈물
◆팬데믹 첫 천만 영화 탄생… 웃지 못한 영화계
‘범죄도시2’ 관객 1200만 돌파
주말 상영관 요금 1만5000원
OTT 한달 구독료 맞먹는 수준
‘헤어질 결심’ 박찬욱, 칸 감독상
‘브로커’ 송강호, 男주연상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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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영화계는 희비가 엇갈리는 한 해를 보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사상 처음으로 수상작 두 편을 배출하며 국제 무대에서 위상을 드높였다. 여기에 영화 산업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며 침체된 극장가가 다시 살아날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극장가 회복세는 매우 더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매출액과 비교해 60%도 채 회복하지 못했다. ‘아바타: 물의 길’이 연말 특수를 누리며 개봉 2주 만에 관객 600만 돌파를 이뤘지만 극장가 신년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이유다.
◆팬데믹 첫 천만 영화 탄생… 웃지 못한 영화계
올봄 극장가는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5월4일)와 ‘범죄도시2’(5월18일)가 잇따라 개봉하면서 극장가 부활이라는 기대감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특히 ‘범죄도시2’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 타이틀을 갖게 됐다. 개봉 40일 만에 관객수 1200만명을 돌파하며 극장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여기에 6월 개봉한 ‘탑건: 매버릭’(817만명)이 장기 흥행하며 활기를 더했다.
그러나 훈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름 성수기 시장을 겨냥해 ‘비상선언’, ‘한산: 용의 출현’, ‘헌트’, ‘외계+인 1부’ 등 대형 투자배급사 텐트폴 영화 네 편이 비슷한 시기 개봉했지만 이들 성적은 예상을 밑돌았다. 특히 ‘비상선언’과 ‘외계+인 1부’는 각각 205만명, 153만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스타 감독과 천만 배우들은 팬데믹이 훑고 간 극장가 흥행을 더 이상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2’, ‘한산: 용의 출현’, ‘공조2: 인터내셔날’, ‘헌트’, ‘올빼미’, ‘마녀2’, ‘육사오’, ‘헤어질 결심’ 등 8편뿐이었다. 기대가 컸던 할리우드 대작 ‘토르: 러브 앤 썬더’(272만명),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3만명), ‘더 배트맨’(90만명), ‘블랙 아담’(77만명) 등 역시 ‘중박’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결국 엔데믹(풍토병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1∼11월 영화관을 찾은 관객수(9863만명)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동기간 대비 48.3%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누적 매출액(1∼11월)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지만 2019년의 58%에 불과하다.
이 같은 극장가 침체 원인으로 업계에선 티켓 가격 상승과 관람 행태 변화를 꼽고 있다. 팬데믹 3년을 거치며 영화 1편 관람료는 주말 일반관 기준 1만5000원으로 올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개월 구독료와 비슷해졌다. 이 때문에 이미 OTT를 통해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게 익숙해진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 올해 ‘탑건: 매버릭’이나 ‘아바타: 물의 길’ 같은 볼거리가 많은 ‘극장용 영화’가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첫 칸영화제 ‘2관왕’… 3년 만에 돌아온 축제
칸국제영화제 수상 소식은 큰 위안이었다.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은 지난 5월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같은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품 ‘브로커’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도 한국 최초로 남우주연상 영예를 안았다. 특히 ‘헤어질 결심’은 미국 양대 영화상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 비영어권 영화상 후보, 미국 영화·방송 비평가들이 작품성과 연기력이 우수한 작품에 주는 크리틱스초이스 최우수 외국어영화 후보에도 올라 추가 수상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홍상수 감독도 27번째 장편 ‘소설가의 영화’로 제72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20년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 지난해 ‘인트로덕션’으로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3년 연속 수상이자, 네 번째 은곰상 수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중단됐던 영화인들의 축제 부산국제영화제도 3년 만에 정상 개최됐다. 부산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영화 팬들 환영 속에 재개됐다.
◆세상 떠난 ‘월드스타’… ‘큰 별’ 진 국내외 영화계
새로운 별이 떴지만 한국 영화를 지탱하던 ‘원조 월드스타’ 배우 강수연이 세상을 떠나며 영화계는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했다. 강수연은 지난 5월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떴다. 불과 네 살 때 아역으로 데뷔해 반세기 넘게 배우로 활동해온 강수연은 1987년 임권택 감독 ‘씨받이’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임권택 감독과 다시 한번 작업한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에서 삭발 투혼을 보인 강수연은 제16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는 등 국내외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회 넘게 여우주연상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경마장 가는 길’(1992), ‘그대 안의 블루’(1993),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많은 흥행작을 냈다.
모던 록 밴드 ‘유앤미블루’ 출신 영화 음악감독 방준석도 지난 3월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히트작 ‘신과 함께’ 시리즈를 비롯해 ‘짝패’(2006), ‘오직 그대만’(2011), ‘모가디슈’(2021) 등 굵직한 작품의 음악을 담당하며 국내 대표 감독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해외 영화계에서도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졌다. 프랑스 누벨바그(Nouvelle Vague) 사조를 이끈 거장 장뤼크 고다르 감독이 지난 9월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1960년대 누벨바그 운동을 주도한 그는 혁신적인 촬영기법과 통념을 거부한 서사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영화 ‘페임’과 ‘플래시 댄스’의 아이린 카라, ‘제시카의 추리극장’에서 추리소설 작가로 분한 앤절라 랜즈베리, 팝가수 겸 배우 올리비아 뉴턴존, ‘좋은 친구들’과 ‘꿈의 구장’ 등에 출연한 레이 리오타 등도 올해 팬들과 이별한 명배우들이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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