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전하는 제주 4·3…“진실 알릴래요”

안서연 2022. 12. 29. 19: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제주] [앵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 올해는 억울하게 옥살이한 수형인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자들에게 첫 국가 보상금이 지급된 의미 있는 해였는데요.

미국의 책임을 묻는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4·3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는 80대 유족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세계 최대 도시 미국 뉴욕.

이곳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86살 이한진 씨.

제주시 화북에서 태어난 이 씨는 4·3 당시 눈 앞에서 어머니와 누나를 잃었습니다.

[이한진/4·3 희생자 유족 : "서북청년단 일행이 집까지 불을 질렀어요. 눈이 세차게 날렸어요. 그 날이 마지막 날이었어요. 이튿날 아침에는 시체를 인수하러 가라고 통지가 왔어요. 이게 저희 집안의 비극입니다."]

당시 해외 유학까지 다녀올 정도로 똑똑했던 형님 두 명도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행방불명됐습니다.

연좌제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던 이 씨는 일본을 거쳐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자녀들도 같은 고통을 받게 될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암 치료 전문의사이자 예일대 의과대학 교수인 아들은 이제야 아버지의 아픈 과거를 듣습니다.

[이승우/아들 : "저희가 어릴 때는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어요. 들은 적도 없었죠."]

미국 변호사인 딸과 코넬대 교수인 사위, 그리고 의사 며느리에 손녀까지 이제는 가족 모두가 4·3을 공부합니다.

[제나 리/손녀 : "우리는 우리 역사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 잘 말하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분명히 개선이 필요합니다. 결국은 많은 부분이 가족으로 귀결되고, 어떻게 미래 세대에 이러한 이야기들을 전달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착됩니다."]

3년 전, UN 본부에서 열린 4·3 인권 심포지엄에서도 가족들과 함께 발 벗고 나선 이 씨.

앞으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한진/4·3 희생자 유족 : "그 진실을 알리는 일에는 정말 열심히 하겠고요. 일이 잘되리라 믿습니다. 희망합니다."]

먼 타지에서조차 차마 입 밖으로 꺼내보지 못했지만, 단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는 4·3.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움직임이 현대사의 비극 4·3의 진실로 한 걸음 더 내딛게 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촬영감독:양호근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