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2022 Culture Stream②
띄워 앉던 공연장엔 사람들이 가득 찼고, 야외 무대에선 마스크를 벗고 환호성을 질렀다. 코로나 이후 첫 천만 영화가 생겨났고, 프리즈 서울엔 많은 이들이 몰렸다. ‘위드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 접어 들면서 가장 많은 변화를 맞이한 곳이 바로 문화계일 것이다. 여행업계와 더불어 코로나의 ‘겨울 왕국’을 그대로 겪어낸 문화계는 가장 다이내믹한 변화의 포물선을 그렸다. 공연계에는 젊은 연주자가, 미술계에는 영앤리치가 등장했으며, K-걸그룹은 더 강력하게 세계로 뻗어나갔다. 컬처 키워드로 2022년을 정리해본다.
한편, 네이버웹툰·네이버시리즈가 올해 1∼10월 이용자들의 웹툰·웹소설 열람 이력을 결산·분석한 결과에서도 IP 콘텐츠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웹툰의 경우 ▲인기순 BEST(올해 많은 독자들이 열람한 작품) 1위에는 ‘외모지상주의’와 ‘연애혁명’이 올랐다. ▲슈퍼루키 BEST(올해 오픈한 신작 중 많은 독자들이 열람한 작품) 1위에는 ‘99강화나무몽둥이’와 ‘어쩌다보니 천생연분’이 자리했다. 두 작품은 연재 2개월 만에 글로벌 서비스 시작했다. ▲쿠키도둑 BEST(작품을 열람한 독자 중 유료 결제 비중이 높은 작품) 1위에는 ‘일렉시드’와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꼽혔다. 시리즈 리포트(웹소설)의 경우 ▲올해의 쿠키도둑 1위에는 ‘일타강사 백사부’와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책갈피 베스트 1위에는 ‘화산귀환’과 ‘전지적 독자시점’이 각각 올랐다. 이처럼 올해는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IP 작품들이 동명의 게임, 드라마 등 콘텐츠 분야로 확대되며 시너지가 돋보였다.
#코로나19 이후 ‘솔드아웃’ 공연시장
올 한해 국내 ‘뮤지컬’ 시장이 팬데믹의 회복을 넘어 그 이상의 성장세로 진입했다는 평이다. 특히 국내 창작 뮤지컬들이 선전하며, ‘K-뮤지컬’이라는 장르로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에는 ‘웃는남자’, ‘마타하리’에 이어, 하반기에는 뮤지컬 ‘영웅’이 영화와 뮤지컬로 동시에 관객을 찾는다. 대극장뿐만 아니라 소극장 창작뮤지컬들의 성장세도 주목할 부분. 천재시인 랭보와 폴 베를렌느의 삶을 다룬 국내 창작 뮤지컬 ‘랭보’는 지난 12월5일, 공연 실황 영상을 다국어 자막 온라인 중계를 통해 국내외 관객들을 만났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간체자/번체자),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7개 언어 자막을 지원해 글로벌 콘텐츠로서 자리했다. 또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는 지난 11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쇼케이스를 마쳤고, 일본에 라이선스를 수출해 내년 3월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올해 국내 독자가 가장 사랑한 책은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예스 24 ‘2022 올해의 책’ 투표에서 『파친코1』이 1위에 오른 것. 작가가 구상부터 탈고까지 30년이 걸렸다는 『파친코』는 1900년대 초 부산 영도에서 오사카로 건너가 4대를 걸쳐 살아온 재일 한국인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작품으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민진이 썼다. 그녀는 “『파친코』를 쓰는 동안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미움받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때로는 역사가 잔인할지라도 계속 존엄을 지키고자 노력해 온 사람들을 조명하고자 했다”며 “제 책은 그들을 향한 러브레터다. 어떤 보상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 사랑을 이렇게 돌려받을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파친코』는 올해 초 애플TV+에서 배우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가 출연하는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지만, 계약 기간 만료로 판매가 중단, 7월 새 출판사에서 낸 개정판이 다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국 소설, 문해력, 하이브리드 인문학 책 인기…예스24 발표 ‘2022년 베스트셀러 트렌드 5’
1. 우리의 정서로 시대를 위로하다,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대향연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등 현실의 고단함으로부터 벗어나 위로와 휴식을 전하는 소설이 올해도 인기를 모았다. 김영하가 9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2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영웅이 아닌 청년 안중근의 가장 뜨거웠던 시간을 그린 김훈의 장편소설 ‘하얼빈’은 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팬덤도 돋보였다. 4월 작가 손원평이 ‘서른의 반격’으로 ‘아몬드’에 이어 두 번째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를 수상한 데 이어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K-문학의 위상을 높였다.
2. ‘웰씽킹’부터 ‘역행자’까지… 불안한 청춘, 성공의 꿈을 읽다
경제경영서 대신 평범한 환경에서 자력으로 부를 이룬 사람들의 생각을 담은 책들도 인기를 모았다. 상반기에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공장에서 일하다 영국 상위 0.1% 부자가 된 켈리 최 저자의 ‘웰씽킹 WEALTHINKING’이, 하반기에는 22주 연속 자기계발 분야 1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4번 오를 ‘역행자’가 흐름을 이끌었다. ‘역행자’는 10만 부 판매를 기념, 책 표지를 긁으면 ‘순리자’에서 ‘역행자’로 제목이 바뀌는 기발한 페이크 에디션을 선보였다.
3. 마침내, 소장할 결심…영화·드라마 대본집 신드롬 이끈 2030
영화, 드라마 연계 도서는 지난해 대비 138% 이상 높은 판매 성장률을 보였다. 명대사들은 물론 영화에는 삭제된 장면들이 들어가 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어른 ‘헤어질 결심 각본집’, 예약 판매 약 하루 만에 5000부가 팔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2022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부터 8위까지는 모두 영화·드라마 대본집이 차지했다. 4년 전 종영했지만 여전한 인생작 ‘나의 아저씨 세트’가 3월에 출간됐으며, 웹드라마 ‘시맨틱 에러 포토에세이’와 ‘시맨틱 에러 대본집’에 이어 ‘작은 아씨들: 정서경 대본집 세트’, 김혜수 배우의 사인이 들어간 ‘슈룹1,2’ 대본집도 출간됐다.
4. 아이부터 어른까지, 독서로 키우는 어휘력·문해력
‘심심한 사과’ 논란이 촉발한 문해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며 ‘어휘력’ 및 ‘문해력’ 관련 신간이 전년 대비 2배 성장했다. ‘어른의 어휘력’, ‘어른의 문해력’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아동용 ‘EBS 당신의 문해력’, ‘문해력 유치원’, ‘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엄마의 비밀 1단계’ 등도 인기를 끌었다.
5. 문학적 과학, 실용적 철학… 경계 넘나든 인문 교양 화제작
생물학 근간의 과학서지만 인문 에세이 형식의 과학 전문 기자 룰루 밀러 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생명과학을 근간으로 분노와 혐오를 넘어 희망의 시대를 모색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인기를 끌었다. 특유의 학술성을 탈피하고 실용성을 더한 ‘오십에 읽는 논어’, ‘마흔에 읽는 니체’ 시리즈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2022. 4. 28~8. 28)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문화재, 미술품 기증 1주년을 맞이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주최한 이번 대규모 전시는 개막 전부터 ‘티켓팅 전쟁’을 예고했던 바. 이번 전시에선 295건 355점을 공개,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의 금속, 도토기, 전적, 목가구, 조각, 서화, 유화 작품 등으로 시기와 분야가 다양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수련이 있는 연못’, 김환기(1913~1974)의 ‘작품’이 대표적. 전시는 이건희 회장의 문화사랑 정신과 수집 철학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영앤리치의 아트라이프(ft.아트페어)
아트테크계의 젊은 큰 손들이 등장했다. 젊은 컬렉터들과 그들의 지지를 얻는 작가들이 예술계에 활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 특히 이들에게 아트페어란 새로운 문화 공간이자 예술 시장이었다. 국제 아트페어들 역시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점쳤다. 지난 9월에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영국 ‘프리즈’와, 한국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공동 개최됐다. ‘프리즈서울’는 21개국 갤러리 110여 곳이 참여, 나흘 동안 7만 명의 관람객들을 불러 모으며 흥행 가도에 올랐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을 기점으로 젊은 세대가 높은 구매력을 보이며 ‘젊은 큰 손’의 등장을 알렸다. 하반기 미술시장은 다소 한풀 꺾인 기세였지만, 국내 미술시장의 활기가 한국 미술의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 발판이 되었다는 평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1호 (23.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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