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2022 Culture Stream①
띄워 앉던 공연장엔 사람들이 가득 찼고, 야외 무대에선 마스크를 벗고 환호성을 질렀다. 코로나 이후 첫 천만 영화가 생겨났고, 프리즈 서울엔 많은 이들이 몰렸다. ‘위드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 접어 들면서 가장 많은 변화를 맞이한 곳이 바로 문화계일 것이다.
여행업계와 더불어 코로나의 ‘겨울 왕국’을 그대로 겪어낸 문화계는 가장 다이내믹한 변화의 포물선을 그렸다. 공연계에는 젊은 연주자가, 미술계에는 영앤리치가 등장했으며, K-걸그룹은 더 강력하게 세계로 뻗어나갔다. 컬처 키워드로 2022년을 정리해본다.
조카와 삼촌 세대를 모두 사로잡은 ‘탑건’ 리부트 시리즈 ‘탑건: 매버릭’이 4개월간 N차 관람객을 모은 덕에 817만 관객을 기록하며 영화계 동면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적관객수 1269만 명을 동원한 ‘범죄도시2’로 팬데믹 이후 드디어 첫 1000만 영화가 탄생한다. 13년 만에 2편으로 돌아온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2주 만에 600만 관객(12월27일 기준)을 돌파했다. 관객 수 1300만을 돌파하며, 한국 멀티플렉스 특수관의 원점이 된 1편보다 3일 앞선 속도로, 1편 기록을 넘어설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드보이’(2003 심사위원대상), ‘박쥐’(2009 심사위원상)에 이어 ‘헤어질 결심’(감독상)으로 박찬욱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세 번째 수상했고, 송강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칸 영화제 한국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정재는 연출 데뷔작 ‘헌트’가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고, 누적 관객 수 430만 명을 넘기며 감독으로서도 인정받았다. 새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The Acolyte)에 주연으로 캐스팅되기도.
올해는 그야말로 연애 예능 전성시대였다. ‘설레는 남의 연애’에 과몰입은 물론, 거듭할수록 쌓여가는 시즌을 쫓아가기 바쁘다. 기존 화제작들은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고, 첫 방송 전부터 자극적인 소재를 이슈화시킨 프로그램들도 넘쳐났다. SBS 플러스 ‘나는 SOLO’, MBN ‘돌싱글즈2, 3’, JTBC ‘결혼에 진심’, 채널S ‘나대지마 심장아’부터, OTT 프로그램 중에서는 넷플릭스 ‘솔로지옥1, 2’, 티빙 ‘환승연애2’는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에 ‘긴장감’이란 특효약을 불어넣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역삼역?” 2022년 올해의 드라마라고 하면 단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지난 6월, 신생 채널 ENA에서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최고 시청률 17.5%(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ENA의 효자가 된 것은 물론, 넷플릭스까지 진출해 전 세계를 ‘우영우 신드롬’에 빠뜨렸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방송은 비영어권 TV 부문 글로벌 톱 10 리스트에 21주간 포함되는 기록을 세웠다.
#MZ세대 예능의 등장
올해 초부터 MZ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예능이 연이어 등장했다.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를 잡기 위해 뭉친 4명의 용사들을 주제로 한 액션 어드벤처 버라이어티 ‘뿅뿅 지구오락실’의 경우 코미디언 이은지를 필두로, 오마이걸 미미, 래퍼 이영지, 아이브의 안유진 등 MZ세대 라이징 스타 4명이 출연했다. 신선한 캐스팅의 젊은 세대 출연진과 기성 세대 제작진의 상반된 텐션, 숨 돌릴 틈 없는 게임 전쟁 등이 더해져 순식간에 팬층을 확보했다.
지난 8월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Attention’(어텐션)과 ‘Hype Boy’(하이프 보이)로 데뷔 6개월 만에 하프 밀리언셀링 아티스트에 등극한 ‘뉴진스’는 최근 신곡으로 다시 돌아왔다. 블랙핑크는 『타임』지에 올랐으며, 소녀시대와 카라도 완전체로 컴백했다. 미국 ‘2022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2022 People’s Choice Awards)’에서 ‘올해의 그룹’ 등 3관왕을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멤버 군 입대와 함께 개인 활동을 본격화했다.
아이브(스타쉽), 르세라핌(하이브), 에스파(SM), 뉴진스(어도어) 등 4세대 걸그룹이 차례로 음원 차트에 줄을 세운 2022년은 데뷔 15년 차를 맞는 2세대 소녀시대와 카라, 3세대 레드벨벳이 컴백, 2~4세대 걸그룹이 함께 활동한 역사적인 해가 됐다. 지난 3월 ‘톰보이’로 음원차트를 올킬하고 하반기엔 ‘누드’로 음악 방송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여자)아이들’을 시작으로, 12월 데뷔 1주년을 맞은 ‘아이브’는 음악 방송 최다 1위에 올라 1년 차 신인이라 믿기 힘들 정도의 성적을 이끌어 냈으며, 하이브 최초 걸그룹 ‘르세라핌’은 두 번째 미니앨범 ‘안티프래질(ANTIFRAGILE)’로, 데뷔 6개월 만에 하프 밀리언(선주문 62만 장 돌파)을 기록했다.
#뉴진스와 블랙핑크…걸그룹의 커리어 하이
뉴진스는 어도어 민희진 이사의 종합 디렉팅 아래 no펌, no염색의 긴 머리, 10대의 풋풋함을 살린 전복적인 콘셉트와 ‘선 뮤직비디오 공개’ 형식으로 단숨에 팬덤을 만들었다. 새 앨범 ‘OMG’의 수록곡 ‘Ditto’는 지난 19일 선공개되자마자 국내 음원 사이트 3사 실시간 차트 1위, 전 세계 7개 국가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로 10대 외에도 수많은 삼촌 이모 팬을 양산한 뉴진스의 90년대 학원물 콘셉트 ‘Ditto’ 뮤직비디오는 벌써 1500만(12월29일 기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데뷔 9년 만인 올해, 단체 활동에 쉼표를 찍고 개인활동에 들어간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9일12월 맏형 진의 입대를 시작으로 멤버 전원이 각자 차례대로 병역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잘 팔리는 K팝 음반들
K팝의 꾸준한 인기를 증명하듯, 실물 앨범도 많이 팔렸다. 써클차트(구 가온차트)는 올 1~10월까지 실물 앨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00만 장 늘어난 약 7000만 장이라고 밝혔다. 2019년(2500만 장)을 생각하면, 코로나 3년 만에 3배를 넘어선 것. 지난 18일 발표된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K팝 연간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를 “팬데믹 시기 콘서트가 열리지 못한 데 따른 반사 이익으로,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대형 K팝 스타들이 선두에서 인기를 견인하고, 아이브와 뉴진스 같은 걸그룹 신인들이 시장을 뒷받침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작년에 이어 2022년 해외 시상식에서 수상을 휩쓸었다. 제28회 미국 배우조합상에서 드라마 여자배우상에 배우 정호연이, 드라마 남자배우상에 이정재가 수상한 데 이어, 제74회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이정재), 연출상(황동혁), 여우게스트상(이유미) 등을 수상하며 ‘오징어게임의 해’를 마무리했다.
구글코리아 ‘2022 국내 트렌드 검색어’ 가운데 K드라마 분야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함께 ‘수리남’(넷플릭스), ‘천원짜리 변호사’(SBS), ‘지금 우리 학교는’(넷플릭스), ‘스물다섯 스물하나’(tvN)가 1~5위를 차지했다. OTT 시리즈 가운데 올해 인기를 끌었던 ‘파친코’(애플TV+)가 시즌2 제작을 확정지었고, 드라마 ‘종이의 집’을 리메이크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넷플릭스) 역시 12월 초 파트2를 공개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찾았다.
유튜브가 선정한 올해의 최고 인기동영상 1위에는 ‘에버랜드 아마존 N년 차의 멘트! 중독성 갑!’(-티타남)이 차지했다. 에버랜드 놀이기구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아르바이트 직원, 일명 ‘소울리스좌’는 온라인 상에서 ‘밈(meme)’으로 퍼지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K팝 스타들의 무대 영상 역시 올 한해 주목을 받았다. ‘태연의 킬링보이스를 라이브로!’(-딩고 뮤직), ‘뮤뱅 원테이크 4K 뉴진스 Attention 4K Bonus Ver. @뮤직뱅크’(-KBS KPop)가 각각 인기동영상 2, 3위를 차지했다.
올해의 유튜브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로는 ‘숏박스’가 올랐다. 최고 인기 동영상에 이어, 인기 크리에이터 자리에 오른 ‘숏박스’는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김원훈, 조진세, 엄지윤 세 사람 주축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들은 ‘장기연애’, ‘마감 전 미용실’, ‘결혼식장 축의금’ 등 일상 모습을 담은 듯한 5분짜리 분량의 ‘스케치 코미디’ 콘텐츠를 선보인다. 2위 자리에 오른 유튜브 채널 ‘너덜트’는 두 명의 크리에이터가 선보이는 숏폼 콘텐츠다. ‘코믹숏무비’라는 자체적인 장르를 만들어낸 ‘너덜트’는 일상 속 단면, 인물 간의 티키타카를 ‘한번 더 꼬아내는 방식’으로 재미를 살린다.
글 박찬은 기자, 이승연 기자 일러스트 포토파크 사진 및 자료제공 넷플릭스, 교보문고, 매경DB, 빅히트뮤직, 알라딘, 애플TV+, 예스24, CJ 4DPLEX㈜, ㈜하이브, 각 영화 스틸컷, 쏘스뮤직, SM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클라이번재단, YG엔터테인먼트, 라이브㈜, MBN, tvN, KBS, KT스튜디오지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1호 (23.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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