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관련 공무원 등 구속영장 신청… 전공노 경북본부 등 반발

이영균 2022. 12. 2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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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발협, 태풍 피해 수사 공무원 선처 호소
포항시 A과장 2달 남짓 근무하다 태풍으로 영장 청구된 신세, 동정론 일어
검찰 추가 보완 수사 요구
경북 경찰, 시간외근무수당 불법 수령 의혹 논란

지난 9월 6일 경북 포항지역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입힌 제11호 태풍 ‘힌남노’ 사태와 관련, 불가항력적 자연재해에 대한 경찰의 무리한 공무원 구속영장 청구를 강력히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북지역본부는 29일 성명서를 내고 "자연재해에 따른 경찰의 무리한 공무원 구속영장 청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구색갖추기식 희생양 찾기 수사보단 국가차원의 방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7명의 희생자를 낸 포항 오천 우방신세계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모습.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이들은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지역에는 공공시설 파손, 주택·상가·차량·철강산업단지·농경지, 사회기반시설 등에서 사상 유례없는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가 발생해 포스코 등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며 "태풍으로 인한 기록적인 폭우가 만조시기와 함께 겹치면서 하천이 범람하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8명의 시민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지역사회에는 아직 그 슬픔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에 경북지방경찰청은 사고 발생 직후 사고원인을 수사하기 위해 수사전담팀 70여명 을 꾸리고 포항시 소속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왔다"며 "최근 공무원 1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또 다른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기소 여부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노 경북지역본부는 "잇따른 언론보도와 방재전문가들의 분석과 지적에서 알 수 있듯 이번 태풍 ‘힌남노’는 시간당 최고 100㎜이상, 누적강수량 최고 541㎜라는 엄청난 양의 물폭탄이 지역을 강타했다"며 "이는 500년 빈도를 훨씬 상회하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록적인 폭우였고, 34.3㎜에 불과하던 해수면 수위도 142㎝에 이르는 등 그야말로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였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포항시는 태풍이 내습하기 전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중심으로 유관기관 대책회의와 부서별 상황판단회의 개최 등을 통해 재해 위험지역 사전 예찰활동 강화 및 도심 내 배수구 정비, 수방자재·장비의 배치, 해안가 저지대 주민 사전대피 등 철저한 태풍 대비 태세를 갖추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태풍 내습시에도 밤을 지새워가며 태풍 진행상황과 주민대피 문자발송, 침수현장 응급 복구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며 "이러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법적·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전공노 경북지역본부는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인명피해와 관련 경찰의 무리한 공무원 구속영장 청구를 강력 규탄한다"며 "더 나아가 정부는 기후 위기에 따른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방재 정책 마련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와 함께 모든 노력을 다 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포항시 A과장의 경우 올해 7월에 부임해 약 2달 남짓 근무하다 태풍으로 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에선 동정론까지 일고 있다.

공무원 책임론에 대해 포항지역 사회단체 역시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사)포항지역발전협의회는 이달 초 경북지방경찰청장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정문 입구 모습. 포스코 제공
포발협은 지난 9월 6일 포항은 태풍 힌남노로 인해 오천 냉천을 비롯 여러 하천이 범람의 위기를 겪으며 오천 지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8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포발협은 "이번 태풍 힌남노는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를 쏟아부으면서 태풍이 내습한 5일 오후부터 6일 오전까지 16시간 동안 포항 남구 일대에 541㎜ 라는 비가 내렸다"말했다.

또 "이상 기후에 따른 태풍 피해가 실시간으로 커가던 도중에도 포항시 공무원들은 시민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전심 전력으로 시민들을 도와주었음에도 냉천 주변 아파트 거주민의 인명피해 사고에 공무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너무나 지나치고 가혹한 일이라고 회원들은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포발협은 "포항시청 공무원들이 행정 최일선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주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선처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공무원 등 피의자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과 관련 검찰이 일괄 보완 수사를 요구해 향후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포항시 소속 공무원과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 등 5명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 지난 28일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은 경찰에 이들 5명의 범죄 혐의 상당성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명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공무원의 직무 수행과 인명 피해의 직·간접적 인과관계 여부, 있다면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이들 5명에 대해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사실이 있어 결과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피의자 의견을 추가로 듣고 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구속 송치 가능성과 관련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최대한 신속히 보완수사 요구 사항에 대해 수사한 후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우선 범죄 혐의 상당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받게 될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풍 힌남노 사망사건과 관련해 수사전담팀을 꾸려 약 3달간 진행된 수사과정에서 경북지방경찰청 고위 간부 등 일부 수사요원들이 ‘시간외 근무수당’을 불법으로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현재 경찰청 본청 감사팀이 집중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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