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거세지는 윤 대통령 강경 발언 “압도적 우월한 전쟁 준비해야”

심진용 기자 2022. 12. 2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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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 최근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 요격시스템을 포함한 국내 무기체계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연일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29일엔 “전쟁 준비”를 입에 담았다.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무인기 격추 실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미소집 등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군 통수권자의 사후약방문 격인 강경 발언이 되레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민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을 방문해 “전쟁을 생각하지 않는, 전쟁을 대비하지 않는 군이란 있을 수 없다”며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참모회의에서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며 “북한에 핵이 있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된다”고 발언한 데 이어 한층 더 수위 높은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북한의 무인기 도발은 정상적인 국가 기능을 교란하고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다각적 방안을 조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이 북한 도발과 관련해 공식석상에서 ‘전쟁’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이 전문을 공개한 약 2900자의 모두발언에는 ‘전쟁’이라는 단어만 8차례 등장했다.

지난 10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국민의힘 일각에서 독자 핵무장론과 함께 “전쟁을 막으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엄정한 대응’을 강조하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수준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도발 당일인 지난 26일 “북한에서 무인기 1대가 내려왔다면, 우리는 2대 또는 3대를 올려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라” “필요하다면 격추도 하라”고 군에 지시했다는 사실이 28일 알려졌다. 27일에는 “그동안 도대체 뭐한 것이냐”며 이종섭 국방장관을 질책했고, 이어 열린 국무회의에서 “2017년부터 드론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며 전임 정부 책임을 제기했다. 그리고 전날 “확실한 응징, 보복”과 이날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 발언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우선 북한 도발에 대한 확고한 대응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무인기를 북으로 침투시키는 것은 적을 억제하고 굴복시키기 위한 창”이라며 “당시 원점 타격도 준비하면서 확전 위험을 각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만큼 국민을 지켜야 하는 대한민국 통치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도발에 침묵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확전을 각오하는 것은 결과의 얘기이고,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자위권 행사”라고 말했다.

전날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ADD 방문 일정을 사전 공지한 것 또한 대통령의 대응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보다 강한 메시지가 필요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선 ‘안일한 대응’을 둘러싼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한 발언을 앞세워 대응 관련 비판을 억제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도발 당일 NSC를 소집하지 않았고, 관련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저녁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용산 청사에서 비공개 만찬을 열었다. 야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대응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 무인기를 끝내 격추하지 못하고, 이후 새떼·풍선 등을 북한 무인기로 오인해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안보 무능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전쟁준비’를 말하는 등 군 지휘부 차원에서 할 법한 발언을 내놓는 것이 자칫 국민 불안감을 가중하고 한반도 긴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보다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에 지난 5년간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측면에서 한번 정도는 강한 어조로 제대로 화를 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계속해서 참모진이나 군을 몰아부치는 모양새만 되면 이후 대응체계를 만들어가는데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북한이 정말 바라는 것도 그런 모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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