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피의사실 공표' 공방…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

류정화 기자 2022. 12. 2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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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이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 예행 연습이냐'고 공세를 폈고요. 민주당은 한동훈 장관이 증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을 들어 불법적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국회상황실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혐의 소명도 안 된 검찰 주장만 가지고 체포동의안 통과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누구든 이렇게 엮이면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사람 잡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습니다. 4년 7개월 만의 부결, 21대 국회 들어선 첫 부결사례입니다. 체포동의안에 찬성은 101표, 반대는 161표 였습니다. 민주당 의원이 169명임을 감안하면 거의 대부분 똘똘 뭉쳐 반대 표를 던진 겁니다.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율' 에 맡겼지만요. 본회의 직전 의원 총회에선 노 의원이 직접 이렇게 의원들을 맞이하며 일일이 악수를 했고요. '검찰독재를 저지하자'는 결의문까지 낭독한 뒤에 표결에 임했습니다.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어제) : 정치검찰을 동원한 야당 파괴, 정적 제거수사, 강력 규탄한다. 하나 민주당은 일치단결로 똘똘 뭉쳐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무도한 야당 파괴, 민주주의 말살 책동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총력 투쟁할 것이다.]

[검찰독재 저지하자! {저지하자! 저지하자! 저지하자!} 야당탄압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이 민주당의 '총력 투쟁'에 기름을 부은 사람 바로 한동훈 법무부장관입니다. 본회의에서 노 의원의 체포 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증거를 조목조목 밝힌 겁니다. 녹음파일이 있다고 했는데요.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 때문에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단 해석이 나왔습니다. 한 장관의 설명에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 데'라고 말하는 노웅래 의원의 목소리,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되어 있습니다. '귀하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공감정치로 보답하렵니다'라고 돈을 주어서 고맙다고 하는 노웅래 의원의 문자 메시지도 있고. 뇌물 사건에서 이런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나오는 경우를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노 의원은 이어진 신상발언에서 증거가 있다면 왜 조사과정에서 제시하지 않았느냐, 따져물었는데요. 방어권 보장이 제대로 안 됐다는 겁니다. 개별사건을 보고받지 않는다던 한 장관이 증거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왜 조사 과정에서 묻지도, 제시하지도, 확인하지도 않았습니까? 갑자기 녹취가 있다, 뭐가 있다, 이거는 방어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거 아닙니까? 더더군다나 한동훈 장관은 '개별 사건 보고받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국회 표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이렇게 얘기하는 거, 이게 정치 검찰 수사 믿을 수 있는 겁니까?]

체포동의안 '부결'의 일등공신이 한 장관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인데요.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도 '부결'쪽으로 쏠리게 했다는 겁니다.

[김영배/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법무부 장관으로서가 아니라 검사로 와서 오히려 국회를 도발하는 것 아니냐고 느낄 정도였는데요.]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비호감도를 높여서 혹시 가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저렇게 얘기를 했나, 이런 생각도 상당히 들었고요.]

나아가 한 장관의 발언, 피의사실 공표죄이자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법치'를 말하면서 본인은 위법행위를 해도 되느냐고 따져물었습니다.

[김성환/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 명백히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중죄입니다.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퍼뜨리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도 해당합니다. 일국의 법무부 장관이 일개 검사가 재판장에서나 할 법한 내용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공연하게 공표해도 됩니까?]

갑자기 법무부 장관 발언의 '위법' 공방이 벌어진 상황. 법무부는 입장문을 내고 "개별 사건에 대한 충실한 보고를 받는 것"도,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도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했습니다.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노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구속영장에 사유로 다 기재된 내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의원님들께서 체포동의안 내용을 못 보셔서 그런 것 같은데요. 체포동의안 내용에 들어있는 구속영장의 사유에 그 내용들이 다 대부분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법무부장관이 체포 동의를 요청할 때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말했는지, 과거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체포동의안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범죄 혐의를 대략적으로 언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증거나 진술을 밝히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박범계/당시 법무부 장관 (지난해 9월 29일) : 용인시장 재직 중 주택개발사업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용인시 소재의 토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삼자로 하여금 매수하게 하는 등 합계 4억62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였고…]

[박상기/당시 법무부 장관 (2018년 5월 21일) : 사건 공여자들은 홍문종 의원에게 청탁 대가로 금품을 교부한 사실에 관하여 일관되고도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으며, 경민대학교 관계자들의 진술과 학교법인 이사회의 회의록 및 계좌추적 결과 등 그 밖의 여러 가지 인적·물적 증거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상황,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올 경우를 대비한 '예행연습'을 한 거냐고 비판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민주당이 일치단결해서 160표 넘게 부결 표결한 것은 곧 있을지 모르는 자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미리 막아내기 위한 예행연습이라는 것이 다수의 관측입니다. 민주당은 앞으로 어떤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수 있겠습니까?]

정의당도 민주당의 이번 결정을 비판했는데요. 앞서 류호정 원내대변인은 정의당은 체포동의안 '찬성' 방침이라고 밝혔었죠. "비리사범을 보호하라고 만든 불체포특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기중/정의당 부대표 : 방탄소년단은 활동을 중단했지만, 방탄민주단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불체포특권 폐지가 정치개혁이라던 이재명 대표의 대선공약은 어디로 갔습니까? 169석으로 민생법안 하나 제대로 못 만들면서 방탄국회의 힘만 보여준 민주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민주당에선, 체포동의안 부결이 반드시 이 대표에게 유리한 건 아니란 얘기도 나왔는데요. '방탄'국회라는 비판이 거세질 경우 이 대표를 마냥 방어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단 뜻으로 풀이됩니다. 체포동의안을 보낸 검찰의 의도에도 의문을 표했습니다.

[송갑석/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반드시 이재명 대표한테 유리할까요? 어제의 이런 표결 결과가. 저는 단언하기 쉽지 않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굳이 이 시기에 국회에 이걸 던지는 의도는 뭘까, 이런 것에 대한 고민들을 의원들이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부턴 이재명 대표의 행보 살펴봅니다. 어제는 광주에서 '검찰독재 규탄 연설회'를 열었는데, 오늘은 국회에서 '검찰 인권침해 수사의 문제점과 제도적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권의 검찰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면서, 검찰의 행태가 "불공정하고 편향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야당과 전 정부를 향해서는 없는 사실도 조작해가면서 보복 칼날을 곧추세웁니다. 그런데 대통령 가족이나 그들 자신에 대해서는 있는 범죄 혐의도 덮는 데 급급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되는 민주주의의 적이고,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범죄행위다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을 공언한 상태죠. 어제, 28일 출석을 미룬 이 대표에게 검찰이 1월 첫 주 출석을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이 대표 측은 신년행사 일정 때문에 어렵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1월 10~12일 중 가능한 날"로 일정을 조율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대표님 그러면은 10일에서 12일 나온 거는 그럼 맞는 거예요? 그 안에 지금 조율 중이신 건 맞으신 거예요?} 출석하기로 했으니까요. 그렇게 아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직접 출석은 정확하게 맞으신 거고, 날짜는 정확하게 모르시는 건가요?} {변호인하고 협의 중이니까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직접 출석을 말리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본인은 공개적으로 출석해 포토라인에 섰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조언입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김만배 돈 264억이 나온 게 이재명 집에서 나왔습니까? 성남FC 문제는 같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했는데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나와라' 이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서 저 같으면 '나가지 말고 싸워라'라고 했는데.]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고 나면, 추가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결국은 구속영장 청구까지 할 거라는 게 민주당의 예측이죠. '불체포 특권' 때문에 국회 회기 중에는 국회의원을 함부로 구속할 수 없습니다. 임시 국회는 다음 달 9일까지인데요. 박찬대 최고위원은 일몰법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을 논의하려면 그 이후에도 임시 국회를 추가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일몰법 관련된 부분도 그렇고 국정조사도 지금 7일자로 끝나게 되는데 사실 추가적인 연장은 불가피하다 보니까 1월 임시국회가 다시 소집돼야 되지 않겠느냐… 아마 쉬지 못하는 국회가 계속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임시국회를 또 열자는 건 이 대표 '방탄'을 위한 거라고 주장했는데요. 임시국회 일정, 여야 합의가 잘 될 수 있을까요.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아니, 이재명 의원이 민주화 투쟁하다가 검찰에 소환되었습니까. 아니면 절대 권력에 맞서다가 탄압을 받고 있습니까.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본질은 권력형 부패범죄입니다. 민주당은 일년 내내 국회를 열어두고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때마다 부결시키겠다는 계산입니다.]

여야는 이달 들어 새해 예산안부터 시작해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이재명 대표 '방탄' 논란까지 내내 공방을 이어왔는데요. 그 결과, 라고 할까요. 오늘(29일)자 NBS 전국 지표조사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습니다. 국민의힘은 2주 전보다 4%p, 민주당 지지율은 2%p 떨어진 겁니다. 민주당 지지율은 9월 넷째 주 이후 3개월 여 만에 30% 아래로 떨어졌고, 지지정당 없는 '무당층'이 33%로 7%p 올랐습니다.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피로감을 느낀 걸까요. 무당층이 늘어난 상황으로 풀이가 되는데요. 어느 쪽이 이들의 마음을 잡게 될까요. 이제 세밤만 자면 새해인데, 새해엔 여야가 힘을 합쳤다, 이런 좀 더 밝은 정치 소식,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한동훈 피의사실 공표' 공방…이재명, 1월 둘째 주 출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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