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휠체어 위의 유튜-바, '구르님'의 이야기

전하연 작가 2022. 12. 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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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이혜정 앵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몸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들을 주변에서 만나거나, 또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는 쉽지가 않죠. 


왜 그런 걸까요? 여기 어리고 장애가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가 있습니다. 


구르님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김지우 님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김지우 / 유튜버, 작가, 연극배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정말 만나고 싶었습니다. 


우리 먼저 시청자분들께 자기 소개를 좀 짧게 부탁드립니다.


김지우 / 유튜버, 작가, 연극배우 

네, 안녕하세요. 


저는 휠체어가 굴러서 구르님, 유튜브 '굴러라 구르님' 채널을 운영하는 구르님입니다. 


최근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라는 책을 쓴 작가 김지우이기도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유튜버시니까, 유튜브 얘기를 먼저 나눠보겠습니다.

2017년 고등학생일 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셨어요.

벌써 6년 차 유튜버인데요. 


6년 전과 비교해 보면 지금 어떤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지우 / 유튜버, 작가, 연극배우 

사실 제 영상을 보고 변화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지만 제 내면의 변화와 성장을 목격하는 것도 굉장히 즐겁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카메라 앞에서 제가 움직이는 모습이라든지, 걷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었어요. 


제 장애가 너무 많이 드러나니까요. 


그런데 6년 동안 이렇게 영상을 만들다 보니까 이게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고 이게 내 개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훨씬 더 자유롭게 카메라 앞에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우리 장애가 있는 '몸', 그러면 구르님께 '몸'이란 어떤 의미인 걸까요?


김지우 / 유튜버, 작가, 연극배우 

되게 어려운 질문이었는데요. 


한동안 제가 '나는 장애를 빼놓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우울했던 적이 있었어요. 


다시 생각을 해보니까 제 몸에는 장애라는 것이 굉장히 크게 들어차 있고, 저는 이 몸으로 세상이랑 소통하고 많은 것들을 감각하고 사는데, 그러면 나의 몸과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어쩌면 되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정리해서 말해보자면, 제게 몸이란 모든 이야기의 근원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혜정 앵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는 주변에 나와 같은 이런 몸을 가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TV나 영화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았다.

나와 닮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이런 삶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김지우 / 유튜버, 작가, 연극배우 

정말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이제는 미디어에서도 다양한 몸을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지만 아직도 저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요.


우리가 나랑 닮은 사람을 보면 되게 따라하고 싶기도 하고, 어떤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응원을 받기도 하고, 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굉장히 두렵지만 누군가 이미 개척을 한 길은 되게 또 용기를 내서 나도 쉽게 도전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모습들이 없기 때문에 더 용기가 내기가 어렵고, 또 시도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래서 제가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그런 영상과 미디어들이 제게 너무 필요했기 때문에 저는 창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제 창작물로 더 많은 분들이 같은 또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정말 온전한 나의 모습. 그저 나 자체로 이렇게 서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구르님께서 유튜브에 올리는 콘텐츠 중에 '이달의 휠체어'라고 있습니다.

우리 휠체어 정말 매일 함께하는 물건이죠. 


휠체어에 대한 어떤 내용일까요?


김지우 / 유튜버, 작가, 연극배우 

저는 진짜 14년 넘게 휠체어를 탔는데, 한 번도 이 휠체어를 나랑 가까운 물건이라고 생각을 못 해봤던 거예요.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맨날맨날 타고 다니는 존재인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 1년 동안 진행한 '이달의 휠체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그 날의 분위기에 맞게 휠체어를 꾸미고요.


그것을 이제 사진을 남겨서 이렇게 전시를 진행을 했는데, 그냥 단순히 예쁘게 휠체어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이 장애, 그리고 휠체어에 씌워진 이미지들을 굉장히 유쾌하게 바꿔보려고 했던 작품들이에요. 


그래서 한 교실에 함께 있는 장애, 비장애 친구들을 보여줘서 '우리는 함께 공부해야 한다' 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또 굉장히 힙한 바나나의 이미지를 가진 오토바이 휠체어를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크리스마스였잖아요. 


산타 썰매에서 영감을 받은 휠체어가 아주 큰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혜정 앵커 

다양한 우리의 모습이, 또 이런 세상에 또 많이 비춰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책으로 질문을 좀 드릴게요.


책 표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유쾌하면서도 뾰족한 말을 거는 책, 우리 책에서 소중하지 않은 부분이 어디 있겠냐만은요, 또 가장 좋아하는 구절 한 번 소개해 주실까요.


김지우 / 유튜버, 작가, 연극배우 

읽기 굉장히 부끄럽지만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서로 다르게 세상을 감각하는 사람들의 관계에서는 새로운 문법이 만들어진다. 


그 과정은 어떠한 법칙처럼 한순간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삐끗대며, 실수해 나가면서 자연이 서로의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에 가깝다.


그렇게 어설피 생성되는 문법을 발견할 때 나는 우리가 한 차례 더 단단하게 묶이는 기분을 느낀다.


이혜정 앵커 

삐끗대며, 실수해 나가면서 자연이 서로에 가까워지는, 지금 좋아하시는 구절 읽어주신 부분이 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김지우 / 유튜버, 작가, 연극배우 

사실 장애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난 장애인 싫어하고 무조건 배척하고 함께하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떠오르는데요. 


사실은 삶을 살아가 보면서 그런 모습들보다는 '내가 실수할까 봐 너랑은 못 친해지겠어' 혹은 '우리가 모든 준비가 완벽히 다 되고 나면 너랑 함께하겠어' 라고 말하는 걸 훨씬 더 많이 들을 수 있어요. 


근데 그런 모습들 역시 어떤 동등한 위치에서 저를 봐주는 게 아니고 '내가 뭔가 해줘야 되고 돌봐줘야 하는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사람이 살다 보면 당연히 실수를 하고 또 사과를 하고 화해해가면서 친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삐끗삐끗 대면서 만나다 보면 당연히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 만납시다!' 라고 말을 걸고 싶어서 이 문장을 선택해 봤습니다.


이혜정 앵커 

일단 만나야 우리가 또 알게 되죠. 


그런 기회가 필요하죠.


이번에는 연극 얘기를 한 번 해볼까요. 


연극을 하면서 정말 다채로운 삶들을 발견하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지난 봄에는 연극 무대에 오르셨습니다.


김지우 / 유튜버, 작가, 연극배우 

제가 국립극단에서 주관한 장기 프로젝트 <창작공감: 연출>에서 '장애와 예술'이라는 주제로 <소극장판-타지>라는 극에 배우로 참여를 했었습니다. 


이 극은 다양한 몸을 극장으로 초대한다는 이런 메시지를 담은 극인데요. 


생각해 보니까 많은 문화예술들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런 것들을 강조하는데, 그 '모두'에 '장애인이 포함되어 있는가' 라고 생각을 해봤을 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극장에 계단이 있고, 자막이나 수어 통역이 없고, 또 음성 해설이 없다면, 그거는 시청각 혹은 지체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예술이니까요. 


그래서 저희 극 같은 경우에는 무대를 객석보다 밑에 두고, 그 무대에 진입하는 것도 경사로를 깔았고요, 자막 스크린을 모든 객석에서 보이게 설치를 해두고 수어 통역사분과 함께 극을 진행했는데요. 


이게 완벽하다거나 이상적인 형태다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마음 편하게 '이 극장에는 누구나 와서 이 예술을 즐길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극이었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우리 연극을 준비하신 기간이 9개월이나 됐어요. 


함께 준비한 분들 사이에 '시차'가 존재했다. 이런 표현을 하셨거든요.


김지우 / 유튜버, 작가, 연극배우 

저희 배우님들이 저시력 시각장애 배우가 한 명 계셨고, 청각장애 무용수 한 분, 그리고 뇌병변 지체장애인인 저, 그리고 비장애인 배우, 이렇게 4명의 몸들과 함께 했는데요.

이렇다 보니까 늘 시차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시각적인 무언가를 설명할 때는 이걸 설명해야 되니까 시차가 발생하고, 또 농담을 하다 보면 자막으로 쳐서 읽으시니까 항상 5초 뒤에 웃고,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좀 누워서 쉬고 싶고 하니까 다시 복귀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데 이런 것들을 저희는 시차라고 불렀어요. 


근데 이게 시차라고 부르기 시작하니까 이상하거나 뒤떨어지고 못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서로의 시간대가 다른 거구나라고 이해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혜정 앵커 

우리 구르님, 그런 경험들이 또 앞으로의 활동에 또 큰 디딤돌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새해에는 더 다양한 활동으로 더 다양한 몸, 그리고 구르님의 모습들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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