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는 애틋한 마음 담아 쓴 현존 최고의 한글 편지, 보물된다
창녕 관룡사·서울 청룡사의 조선시대 불상·불화도 지정예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인 ‘나신걸 한글 편지’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훈민정음 반포 이후 45년이 지난 1490년대에 쓰여 당시 한글 활용실태 등을 보여주는 이 한글 편지는 함경도에서 하급 군관으로 근무하던 나신걸(1461~1524)이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아 부인에게 보낸 것이다.
문화재청은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이자 훈민정음 반포의 실상을 알려주는 ‘나신걸 한글 편지’, 조선시대 불상·불화인 ‘창녕 관룡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서울 청룡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등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9일 밝혔다.
‘나신걸 한글편지’는 조선 초기 군관인 나신걸이 아내 신창맹씨(新昌孟氏)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편지 2장이다. 지난 2011년 대전시 금고동에 있던 신창맹씨 묘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묘에서 출토된 유물은 한글 편지를 비롯해 28점 등 모두 40여 점에 이른다.
편지를 쓴 시기는 편지 내용 중에 1470~1498년 동안 쓰인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라는 말이 보이고,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라는 점을 통해 1490년대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이 편지는 1490년대에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지역과 하급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됐던 실상을 알 수 있다”며 “특히 한글이 여성 중심의 글이었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조선 초기부터 남성들 역시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음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나신걸 한글 편지’는 또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인데다, 15세기 언어생활은 물론 농경문화, 여성들의 생활, 국어사 연구 등에 귀중한 사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보물로 지정이 예고된 ‘창녕 관룡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1652년 3월 응혜를 비롯한 9명의 조각승이 관룡사 명부전에 봉안한 17구의 불상이다. 이 불상들은 어깨가 좁고 길쭉한 신체, 넓고 높은 무릎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서울 청룡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는 1806년 순조와 순원왕후의 장수를 기원하며 상궁 최씨가 발원하고, 당대 대표적 화승이었던 민관 등 5명의 화승이 참여해 제작한 대형 불화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이들 문화재는 향후 30일 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이 확정된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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