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황령산 유원지’ 조성, 조건부 의결…시민단체, “시민 허파, 환경 훼손 안 돼”
부산 황령산(해발 427m) 정상에 전망대와 케이블카(로프웨이) 등을 설치, 유원지를 만드는 계획안이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부산시는 “28일 오후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황령산 유원지 조성계획안을 조건부 의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조건부 의결은 ‘매년 영업이익의 최소 3% 이상을 공공기여 하는 방안을 부산시와 협의한다’는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도시계획위는 또 이번 심의에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케이블카 진입도로 경사도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 충분한 경관 시뮬레이션을 거쳐 구조 안전성을 검토하고 전망대 상층부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 8월 공고된 부산시 황령산 유원지 조성계획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에는 황령산 정상에 25층(70m) 규모의 전망대를 조성하고, 황령산 정상과 도심인 서면을 잇는 케이블카인 로프웨이(540m)와 관광센터를 설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유원지 조성 사업자는 대원플러스그룹이다. 대원플러스 측은 황령산에 이 전망대와 로프웨이 외에 2008년 부도로 방치돼 있는 실내스키장인 스노우캐슬 등을 포함해 주변도 개발할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는 지난해 8월 대원플러스그룹과 ‘황령산유원지 조성사업을 통한 부산관광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당시 ”황령산 봉수대 야경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최고의 관광자산”이라며 “스노우캐슬은 사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지난 5월 이후 12대 장기표류 현안으로 선정, 관리하고 있던 과제로 언제까지 저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령산 전망대 등 조성이 본격 추진되려면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건축위원회, 건축경관심의위원회, 공원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처럼 많은 절차가 남아 있는데다 환경파괴·특혜시비 등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거세 실제 추진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산환경회의와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29일 ‘황령산 개발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부산시는 계획을 취소하라’는 성명을 내고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생태환경적 가치가 높은 황령산 정상부에 대규모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짓고 500여m를 오가는 로프웨이를 설치하는 건 지역 공공재를 개발업자에게 팔아넘기고 개발업자의 이해를 돕는 노골적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참여연대는 황령산 유원지 관련 도시계획위 심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부산시는 황령산 유원지 조성과 관련, 시민사회와 어떤 소통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부산의 허파 황령산이 사업자의 이익을 위한 유원지가 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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