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주노동자 정책 전환, 일의 질·인권 문제도 개선돼야

한겨레 2022. 12.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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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고용허가제와 관련한 법·제도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계속 일하고 싶어도 일단 귀국한 뒤 다시 고용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부는 일부 서비스업의 상하차 직종, 3개월 미만의 일시적 일자리, 가사·돌봄 일자리도 고용허가제 대상에 새로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의 고용허가제 개편은 이주노동자 없이는 우리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인정한 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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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주노동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노동허가제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가 29일 고용허가제와 관련한 법·제도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계의 인력 수급을 돕기 위한 대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고질적인 인권과 삶의 질의 문제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이래서야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 인력 수급에서도 중장기적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받아 입국한 뒤 장기간 숙련도를 쌓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체류기간이 현행 4년10개월에서 두배로 늘어난다. 비전문 인력 중심으로 정주화를 회피하는 데 중점을 둔 고용허가제의 방향이 전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주노동자와 사용자의 필요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주노동자들은 계속 일하고 싶어도 일단 귀국한 뒤 다시 고용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용자 처지에서도 한창 일할 만한 숙련노동자를 번번이 놓치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히 체류기간만 연장해서는 안 된다. 이주노동자가 조건을 채우려면 한 사업장에서 장기근속해야 하는데, 구조적으로 사용자들의 지배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한 사업장에서 24~30개월 일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어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게 한 조건 탓에, 부당한 처우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돈을 주고 동의를 얻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성의 경우 성폭력에 때로 노출되기도 한다. 총 3회로 제한된 사업장 변경 기회를 늘리는 한편, 노동·인권 감독을 강화해 장기근속에 어려움을 줄여줘야 한다.

정부는 일부 서비스업의 상하차 직종, 3개월 미만의 일시적 일자리, 가사·돌봄 일자리도 고용허가제 대상에 새로 포함하기로 했다. 지금도 인력난이 심각하거나 노령화로 인력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분야들이다. 또한 대표적인 저임금 일자리이기도 하다. 저임 노동 공급을 늘려 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이주노동자들뿐 아니라 국내 비숙련 노동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급속한 인구 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개방은 불가피하지만, 일자리 질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정부의 고용허가제 개편은 이주노동자 없이는 우리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인정한 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필수 노동력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고, 그들의 정주 조건을 개선해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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