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우리 아기 왜 울지? AI가 알려드립니다… 초보 부모 걱정 `뚝`
AI로 울음분석… 감정상태 확인 가능
코막힘 등 건강 분석기술도 곧 선봬
요양원·반려동물 시장까지 영역 확대
종합 육아플랫폼 도약 '아이앤나'
"언어를 접하기 전 인간 본연의 울음소리는 어느 나라나 똑같습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산후조리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울음소리를 수집해 신생아의 요구나 감정 상태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경재 아이앤나 대표는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아기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종합 육아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베베캠'으로 아기 움직임 실시간 확인= 전국 500여개에 달하는 산후조리원을 겨냥한 아이앤나는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를 위한 신생아 영상공유 서비스 '베베캠'을 제공한다. 산후조리원에도 IT 기반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선다는 목표다.
아이앤나가 2019년 국내 최초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도입한 베베캠은 전국 산후조리원 중 300여개의 7000여개 신생아 침대에서 이용할 수 있다. 천장 설치형 클라우드 캠과 베드 설치형 AI 클라우드 캠 형태로 제공된다. 지난 6월 기준 신규 가입자 2만5000여명이 유입됐고, 누적 회원수는 55만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베베캠은 CCTV 형태의 캠으로 서울, 경기 지역에는 대부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베드 설치형 AI 클라우드 캠의 경우 이동이 가능하고 자체 개발한 고화질 모션 카메라를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산모와 가족들은 '아이보리' 앱을 통해 베베캠으로 신생아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출산·육아 플랫폼 아이보리 앱의 경우 베베캠뿐 아니라 육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 육아용품을 할인해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라이브 커머스를 제공한다. 이용률은 평균 85% 이상이다.
◇ 코로나로 면회 막힌 산후조리원 겨냥… 내년 유료 서비스 전환= 베베캠은 산후조리원 관리 비율이 정해져 있는 분유회사와의 협업을 계기로 우연히 시작됐다. 초반 구축은 쉽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거부감이 심했기 때문이다. 모니터링 과정에서의 업무 감시 등 인권 문제가 걸림돌로 꼽혔다.
사업 초기 이 대표가 일일이 조리원 원장과 직원을 만나 설득해 서비스를 제공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산후조리원에서 반발이 많았지만, 지금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아이보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산후조리원은 선택하지 않겠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이제 유·아동 업계에서 유명 업체가 먼저 협업을 제안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산후조리원의 풍습도 달라졌다. 코로나19 전에는 가족들의 면회가 가능했지만, 코로나19 초창기에는 감염에 대한 우려로 남편들의 면회조차 어려웠다.
베베캠 서비스는 이를 분기점으로 주목받는 서비스로 떠올랐다. 가족들을 5명까지 초대할 수 있고, SK브로드밴드의 클라우드캠 제휴로 높은 품질의 영상으로 신생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무료로 서비스하는 베베캠은 내년 1월 유료 서비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신생아는 입실하면 주로 잠을 자지만 하품하거나 울고 웃는 순간을 자동으로 인식해 포착하고 클라우드로 저장해 가족 앨범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앤나는 내년 프리미엄 베베캠 서비스를 통해 사진앨범 제작 등 부가 수익을 올리고 55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향후 아이 단계별 성장앨범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아기 울음소리 연구, AI 관련 특허 17개 출원= 아이앤나는 2017년 창업 후 AI 관련 7개 특허를 등록하고, 17개 특허를 출원했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AI 알고리즘·딥러닝 시스템을 통한 신생아 케어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R&D도 하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의 패턴을 분석하기 위한 기술이다.
출산 초기 산모와 가족들의 최대 고민은 '아기가 왜 우는지 모르겠다', '아기가 울 때 어떻게 달래야 하나'가 꼽힌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와 공동 협업을 해 울음소리에 관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며 "AI 기반 음성 분석으로 울음소리의 분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울음소리로 아이가 졸린 상태인지 배고픈지 등을 분석해 재우거나 수유하는 대처를 할 수 있다. 감기나 코막힘 등 건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이다. 이를 통해 진료가 필요한 상태인지를 인식할 수 있다.
실제 해외에도 아기 울음소리를 연구하는 시도가 있다. 아기 울음소리는 인종과 국적 구별이 없어 글로벌 서비스 확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신생아의 울음소리 수집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신생아 울음소리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든다. 아이앤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산후조리원 환경에서 베베캠을 통해 지난 5년간 울음소리 로우 데이터를 모았다. 이를 통해 AI 스피커를 2000대 양산하기도 했고, 미국 아마존의 '알렉사'와도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앤나는 향후 글로벌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한류 확산으로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도 한국의 산후조리원 문화가 수요가 있다"며 "산후조리원 프랜차이즈나 IT 노하우 제공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 대상 요양원·반려동물로도 사업 확대= 최근 아이앤나는 어르신 대상 요양원과 반려동물 분야로도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위험을 미리 탐지하거나 애견 병원에서도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정부 국책 사업과 지방자치단체 사업 등을 통해 진출을 논의하며,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대표는 "어르신 요양원이나 반려동물 분야에도 웹캠에 대한 니즈가 많지만 개인정보 이슈가 산적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0.8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 우리나라 출산율 문제가 향후 사업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출산율이 떨어져도 오히려 아이한테 쓰는 비용은 올라가고 있다"고 답했다.
일명 '골드키드' 열풍으로 유아용품 시장은 저출산 시대에도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 육아용품 시장은 연간 20% 성장하고 있고, 온라인 거래액 중 육아용품의 비중은 3%로 추정된다.
이같은 기조로 아이앤나는 지난해 매출 7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매출은 14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본격적 사업 확대를 통해 2026년까지 매출액 1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앤나는 특허를 기반으로 사업화에 속도를 내 2024년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25억원, 올해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액도 35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산후조리원을 포함해 육아·출산 등 사람을 보살필 때 IT가 보조수단으로 활용이 돼야 한다"며 "AI 기술 개발을 포함해 사회에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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