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유통결산下] 노동자 사망·이태원 참사 그리고 월드컵

임현지 기자 2022. 12. 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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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2022년 하반기 유통업계는 스타벅스 캐리백 발암물질 검출, SPC 제빵공장 사망 사고로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특히 엔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핼러윈데이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한동안 추모 분위기가 조성됐다. 11월 블랙프라이데이 등 국제적인 쇼핑 축제 대목을 앞두고 발생한 사고에 업계는 타격을 입었다.

침체된 분위기를 다시 되살린 것은 다름 아닌 스포츠 경기였다. SSG랜더스가 KBO 리그에서 우승하자,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초저가 할인 행사인 '쓱세일'을 열어 분위기를 전환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이 16강에 진출하며 업계에 다시 훈풍이 불었다.

스타벅스 캐리백.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 사은품에서 발암물질이…스타벅스 '진땀'

지난 7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스타벅스 여름 e-프리퀀시 굿즈인 '서머 캐리백'에서 악취가 난다는 글이 속속 게시됐다. 그 원인으로 폼알데하이드가 지목됐다. 한 누리꾼이 직접 HCHO 측정기로 서머 캐리백의 폼알데하이드 수치를 측정한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는 0.818㎎/㎥가 검출됐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폼알데하이드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해당 수치는 목 자극이 시작되는 수치(0.6㎎/㎥)를 넘어선 수준이다. FITI시험연구원(옛 한국원사직물시험연구원) 직원이라고 밝힌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서머 캐리백에 대한 시험을 했고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즉각 상황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상품을 수령한 고객에게 새롭게 제작한 굿즈를 제공하거나, 스타벅스 리워드 카드 3만원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보상했다. 그러나 송호섭 SCK컴퍼니(구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는 이 일로 10월 국정감사 증인석에 서야했으며, 2023년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결국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SPC 허영인 회장과 경영진들이 10월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SPL 안전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있다. 사진=SPC 제공

◆ 한 달 만에 4번 사과한 SPC

SPC는 '포켓몬빵' 부활로 화려하게 한 해를 시작했으나, 10월 계열사 제빵 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힘든 연말을 보내게 됐다. 사고 이틀 후 허영인 SPC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안전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으로 대응했다.

허 회장은 재차 대국민 사과를 진행하며 "안전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끼임 사고가 발생해 3번째 사과문을 발표했다. SPC삼립 직원이 고용노동부 현장 조사 중 감독관 서류를 무단으로 촬영하는 일까지 발생해 사과문을 한번 더 냈다. 첫 사고가 발생하고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4번이나 고개를 숙인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SPC를 비롯한 계열사 52개소 중 45개소에서 산업안전 분야 법 위반 사항 277건을 확인하고 과태료 약 6억원을 부과했다. 위험 기계 중 자율안전확인 신고를 하지 않은 식품혼합기 40대, 컨베이어 1대 등 총 44대에 대해서는 사용 중지 조치했다. 근로기준 분야에서도 총 12억원이 넘는 체불임금과 116건의 노동 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SPC는 해당 조사와 동시에 지적된 사항에 대해 즉각 개선을 시행하고, 산업안전 관련 총 277건 위반 중 99%에 해당하는 276건을 조치 완료했다. 또 고용부 조사와 별개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해 그룹 내 전 사업장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의 산업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로 중단된 쇼핑몰 핼러윈 행사. 사진=임현지 기자

◆ '이태원 참사' 애도로 멈춰버린 유통가

올 한 해 가장 큰 비보는 바로 이태원 참사다. 지난 10월29일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 해밀튼 호텔 인근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을 본건 수습에 두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핼러윈데이 관련 행사가 모조리 취소됐다. 롯데월드 등 놀이공원 핼러윈 퍼레이드도 취소됐다. 블랙프라라이데이, 코리아세일페스타, 광군제 등 11월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쇼핑 축제를 앞두고 마련된 유통업계 프로모션과 오프라인 행사들도 전면 중단됐다. 빼빼로데이, 수능 특수도 누리지 못함에 따라 당시 유통업계 주가는 3~4% 하락했다.

무거워진 분위기를 전환한 것은 다름 아닌 스포츠 경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SSG랜더스가 '2022 KBO리그' 통합 우승을 하자, 11월18일부터 3일간 19개 계열사가 총 출동한 '쓱세일'을 열었다. 이 행사는 계란 2판(60알)에 9000원 대 등 파격적인 할인을 진행해 목표액의 140%를 넘기며 흥행했다. 당초 신세계그룹은 '쓱데이'라는 이름으로 블랙프라이데이 성격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이태원 참사로 행사를 축소한 바 있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 월드컵 16강 진출에 편의점 등 특수

연말에는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유통업계 훈풍이 불었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으로 기적 같은 16강 진출을 이뤄낸 것. 카타르에서 진행된 월드컵인 만큼 밤 10시 등 늦은 시간에 경기가 진행됐음에도 뜨거운 응원 열기로 인해 특히 편의점 업계가 큰 특수를 누렸다.

포르투갈 전을 기준으로 보면 CU의 맥주 매출은 월드컵 개막 2주전과 비교했을 때 155.2% 증가했다. 와인은 124.5%, 양주는 121.1%, 소주는 120.1%, 막걸리는 110.1% 판매가 늘었다. 후라이드치킨(193.2%), 마른안주(161.3%), 냉장 즉석식(170.8%), 육가공류(114.9%) 등도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GS25에서도 포르투갈전이 진행된 지난 2일 맥주(121.3%)와 치킨(124.7%), 안주류(99.0%) 등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거리 응원이 열렸던 광화문광장 인근 10여점의 경우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 점포는 최대 64.6% 신장했다. 추운 날씨로 인해 핫팩(327.3%)도 불티나게 팔렸다. 대한민국 16강 조력자로 꼽히는 가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나초콜릿'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손흥민 선수가 광고하는 메가커피, 신라면, 레모나 등도 월드컵 특수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손흥민 선수가 광고하는 제품으로 식사를 하는 '애국식단'이 유행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카타르 월드컵 주역들을 광고에서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가나전에서 2골을 넣은 조규성 선수 역시 화장품, 의류, 건강식품 등 여러 브랜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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