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비’ 쏟아진 방음터널… 가성비 자재가 화마 키웠다
29일 화재가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은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휘발성 유기물질을 함유한 아크릴의 일종이다. 해외 선진국에서 방음터널 소재로 사용하는 강화유리보다 가볍고 저렴하지만, ‘화재 위험성’에는 취약한 물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화재가 발생한 방음터널은 2017년 8월 완공됐다. 재질은 PMMA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투명하고 시공에 용이해서 ‘폴리카보네이트(PC)’와 함께 방음 관련 제품에 널리 사용된다고 한다. PMMA는 인화점이 약 280℃로, 폴리카보네이트(약 450℃)보다 낮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PMMA 같은 플라스틱 방음 소재는 화재 시 안정성에 취약하다고 설명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강화유리보다 가벼운 PMMA는 시공에 용이해 빠른 공사가 가능하지만, 불에 잘 타고 목재의 수백 배에 달하는 유독가스가 발생한다”고 했다. 숭실사이버대 제진수 교수는 “강화유리는 내연성이 높지만 아크릴 소재 방음 자재에 비해 가공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서 방음터널 등에 현실적으로 아크릴이 많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본래 고속도로 방음벽에 사용되는 방음관은 알루미늄, 강재, 콘크리트와 같은 불연성 재질이 주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변 환경과의 조화, 일조권 및 조망권 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플라스틱 같은 가연성 재질이 더 많이 쓰이는 상황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12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방음 자재로 플라스틱이 사용됐을 경우 “화재 등 비상시에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증가시키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화재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PMMA가 PC에 비해 착화 시점이 400초 가량 빠르고, 최대 열방출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실험 결과도 실렸다.
현재 방음자재 품질 규정은 ‘화재 안전성’보다는 ‘소음 저감 효과’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9년 한국방재학회논문집에 실린 ‘방음터널의 화재안전성에 관한 국내 연구동향 분석’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방음터널의 화재안전성과 관련된 설치 및 품질 규정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방음터널이 공기단축 및 시공의 편의성을 이유로 열가소성 플라스틱 방음판으로 시공돼 있어 화재 등 재난상황 발생시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성을 갖게 된다.”
앞서 이날 오후 1시 49분쯤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터널 안을 달리던 폐기물 수집 트럭에서 불길이 시작됐다. 이후 방음터널 전체로 확산됐다. 이 사고로 터널 내 사고 차량 등에서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중상 3명, 경상 34명의 피해가 발생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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