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AI학과, 교수는 태부족…'92년생 김박사' 모셔온다
대학들 '2030 젊은 교수' 임용 경쟁
IT기업, 연봉 무기로 인재 싹쓸이
AI 가르칠 전문가 구하기 어려워
박사 수료하자마자 교수로 영입
평균 임용 나이 30대 초반으로
기업 겸직 허용까지 내걸기도
전문가 "교수충원 등 지원책 짜야"
인공지능(AI) 학과가 교수 확보 경쟁으로 달아올랐다.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인재를 싹쓸이하고 있는 데다 대학들이 뒤늦게 AI 학과 신설에 나서면서 교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세를 갓 넘긴 ‘1990년대생’ 교수가 대세로까지 떠오를 정도다. 서울대는 사기업 겸직까지 허용하면서 AI 전문가 영입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젊어지는 AI 교수
29일 각 대학에 따르면 AI 관련 학과 교수의 평균 채용 나이는 30대 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대의 AI 학과 평균 채용 나이는 31세로 전체 학과 채용 평균 나이(42.7세)보다 11.7세 젊었다. 동국대도 30.6세로 전체 학과 임용 평균 나이 39.9세보다 9.3세 적었다. 경희대 32세(37.8세), 중앙대 32.8세(39.4세) 등도 30대 초반 교수가 대세다. 대학원에 AI 학과가 있는 고려대의 평균 임용 나이는 32.5세를 기록했다.
20대 교수가 강단에 선 모습도 잦아지고 있다. 중앙대는 얼마 전 29세 AI 학과 교수를 임용했다. 동국대도 최근 2년 동안 AI 학과 교수로 29세와 31세, 32세 교수를 채용했다. 지난해 29세에 임용된 이우진 동국대 교수는 서울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자마자 곧바로 교수가 됐다. 이 교수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박사 후 연구원(포닥)을 거치지 않고 임용되는 20대 교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AI 학과 교수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는 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이다. AI 학과 교수로 임용되기 위해선 컴퓨터공학과 전산학, 전기전자 등의 학위를 따고 국내외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통해 AI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이후엔 박사 후 연구원이나 IT 기업에 취직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컴퓨터공학과와 전산학과 등 AI 관련 학과는 지난 10년간 ‘찬밥 신세’였다. 2000년대 초 닷컴 열풍으로 컴퓨터공학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가 닷컴 거품 이후 기피 1순위 학과가 됐다. KAIST는 2004년 이후 7년 동안 전산학과의 정원 50명을 단 한 번도 채우지 못했다. 전문가 양성에 최소 10~15년이 걸리는 업계 특성상 전문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알파고 등장 이후 바뀐 판도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등장 이후 AI 인력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국내 대학들이 너나 할 것 없이 AI 학과를 만들면서 교수 채용이 폭증했다. 서강대는 내년부터 공과대학 내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해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숙명여대도 내년부터 인공지능학부를 신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정부는 2019년부터 ‘AI 대학원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공지능학과 신설을 유도하고 있다. 김기응 KAIST AI대학원 교수는 “닷컴 열풍 당시 웹사이트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양성 붐이 일었는데 당시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기업으로 가는 인력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에서 고액의 연봉으로 AI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이창희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고연봉을 무기로 기업들이 AI 전문가를 싹쓸이하고 있다”며 “수요 증가 폭에 비해 공급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력 확보가 급하다 보니 기업체 소속 박사를 대학교수로 겸직 채용하는 사례도 생겼다. 서울대는 지난해 미국 구글 본사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이준석 교수를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로 임용했다. 서울대는 ‘전임 교원 사외이사 등 겸직 허가에 관한 규정’을 고쳐 교수의 사기업 활동을 허용했다.
정부 차원의 AI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진형 전 인공지능연구원장은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연구실이기 때문에 학과를 만든다는 목표보단 연구실을 100개 만들겠다는 식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교수 충원과 연구 공간, 연구비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김우섭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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